세트장 지고, 프롬프트 뜨다[AI 생존법]
'김부장'부터 버추얼 프로덕션까지
AI 시대 생존법
영상 콘텐츠 제작 산업의 자본 논리와 공정 패러다임이 인공지능(AI) 기술을 축으로 재편하고 있다. 5억원을 상회하던 물리적 세트장 건립은 프롬프트 입력으로 대체되고, 할리우드 제작 단가는 30% 이상 떨어졌다. 비용 장벽이 낮아진 만큼 이제는 예산 통제와 치밀한 사전 기획력이 생존을 가르는 조건이 됐다. 지난 2일 모피어스 스튜디오 주최로 열린 'AI 콘텐츠 제작 포럼'은 이 지각변동의 실체를 보여줬다.
SBS 드라마 '김부장'은 물리적 한계를 AI로 돌파한 대표적 사례다. 홍성창 스튜디오S 대표는 전환 배경에 대해 "2000년대 초 북한 배경의 3분짜리 시퀀스를 실사로 촬영했다면 제작비가 5~6억원 나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AI로 작업한 완성본에 대해선 "방영 뒤 분명 논란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아무도 이 장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잘 연착륙을 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실무에서 지휘한 류재환 모피어스 스튜디오 부대표는 AI를 시각특수효과(VFX)의 하위 개념으로 보는 업계의 시선에 반박했다. "AI는 VFX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그는 "예산 때문에 포기했던 그 어떤 이야기도 이제 할 수 있게 된다"며 기술이 창작의 외연을 넓히는 원리를 짚었다.
실사 드라마가 AI로 물리적 한계를 넘었다면, 애니메이션 업계는 AI 특유의 이질감을 전통 작화와의 하이브리드 공정으로 지워냈다. 임범상 레드독컬처하우스 감독은 원소스멀티유즈(OSMU) 워크플로우를 소개하며 "AI로 원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내지 못할 때는 직접 그려서라도 디자인하면 된다"며 인간과 기계의 타협점을 제시했다.
작화 공정 못지않게 그가 강조한 또 다른 생존 조건은 비용 통제였다. 4K 영상 30초를 생성하는 데 약 10만원이 든다며 팀원별 자원 할당제를 운용한다고 밝혔다. "클릭 한 번에 책임을 져야 하는 시대"라는 언급은, 치밀한 기획 없는 무분별한 생성이 재무적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시공간을 통제하는 버추얼 프로덕션 역시 AI와 결합해 새로운 자본 논리를 쓴다. 장원익 엑스온스튜디오 대표는 대표적 사례로 아마존 프라임 오리지널 '옛 이야기: 모세'를 꼽았다. "일주일간 촬영하고 5개월 동안 제작해서 단가를 30% 정도 낮췄다"며 할리우드의 비용 구조 개편을 짚었다.
버추얼 프로덕션이 모든 촬영을 대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장 대표는 "모든 로케이션을 대체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비행기, 열차, 자동차 등 특정 공간에서 이야기가 전개될 때 유효하다"고 적용 범위를 분명히 했다.
이러한 자본 논리의 재편은 결국 창작자의 통제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수렴한다. 이수영 모피어스 스튜디오 대표는 "완성을 결정하는 건 기술이 아니라 언제나 사람"이라며 작업자의 안목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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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어스 스튜디오가 개발한 AI 콘텐츠 제작 플랫폼 '에이크론'은 이 철학을 구체적인 워크플로우로 구현한 결과다. 외부 소프트웨어 없이 웹 브라우저 안에서 곧바로 구동하는 3D 에디트 워크플로우를 도입해 공정 이탈을 막았다. 일반 화질(SDR) 영상을 명암이 살아있는 고화질(HDR)로 바꾼 뒤, 무거운 원본 파일을 따로 내려받아 일일이 확인해야 했던 시간 낭비도 없앴다. 단순히 결과물을 뽑아내는 데 머물지 않고, 무엇을 완성으로 볼지 정하는 주도권을 창작자에게 돌려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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