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통화신용정책 보고서

레버리지 ETF·빚투 투자 급증
코스피 급등 '삼전닉스' 기여 99%
반도체 쏠림 해소해야 장기 성장

고성장 여파, 주택 매입 수요 자극
수도권 집값·가계대출 증가세 지속
일관된 가계대출 규제 기조 필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와 개인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국내 증시 변동성을 키웠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반도체 쏠림을 해소해야 코스피의 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반도체발 높은 경제 성장세는 주택 매입 수요를 자극할 수 있어, 정부의 일관된 가계대출 정책 규제 기조가 필요하다고 봤다.


반도체 호황의 두 얼굴…증시 변동성 키우고 집값 수요도 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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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서 9000 갈 때 삼전닉스 지수 상승 기여율 99.0% 달했다

한은은 10일 발간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주가가 추세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기대에 레버리지 ETF 투자가 급증한 점이 수급 측면에서 주가 변동성을 키웠다고 진단했다. 해외에서 늘어난 국내 주식 대상 레버리지 투자 역시 헤지 목적의 국내 현·선물 거래 증가 등을 불러오며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개인의 빚투 역시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었다가 청산되면서 주가의 상·하방 움직임을 증폭시켰다는 설명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도 국내 주식 대상 레버리지 투자가 확대되면서 예상치 못한 파급 효과가 나타났다고 봤다.


반도체 업종에 대한 높은 의존도도 영향을 미쳤다. 코스피가 8000에서 9000으로 치솟을 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수 상승 기여율은 각각 44.7%, 54.3%로 총 99.0%였다. 코스피가 9100에서 5500으로 급락할 때도 삼성전자(29.8%)와 SK하이닉스(39.6%)의 하락 기여율은 총 69.3%로 추산됐다. 미국과 일본에서도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큰 폭으로 등락했으나, 해당 기업의 시장 내 비중이 한국보다 작아 증시 전체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외국인의 차익 실현과 투자자산 리밸런싱(비중 조정)도 수급에 영향을 줬다. 국내 주가가 주요국에 비해 크게 상승하면서 외국인 투자자가 차익을 실현하고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기 위해 대규모 매도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최근 주가 변동성이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반도체 종목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변동성 확대 요인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기자설명회에서 "레버리지 ETF의 경우 상당 부분 규모가 줄었다"면서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계속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경기 화성시 동탄역 일대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다. 연합뉴스

경기 화성시 동탄역 일대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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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성장세, 가계 주택 매입 수요 자극…"가계대출 규제 기조 유지해야"

한은은 최근 집값 움직임과 가계대출 동향에 대해서도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가계대출 수요를 억제하고 집값 상승 기대감을 낮출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높은 경제 성장세로 가계의 주택 매입 수요가 늘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시장 기대를 자극하지 않도록 정부가 일관된 가계대출 규제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공급 부족 우려와 전·월세 시장 불안에 따른 실수요자의 매입 전환 수요 등으로 중·저가 주택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7월 이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의 가격 상승세는 상당 폭 둔화했으나, 서울 외곽지역과 경기도 규제지역은 높은 오름세를 이어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남 3구와 용산구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지난 7월20일 0.174%로 축소됐고, 지난달 17일부터는 3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서울 외곽지역은 0.3~0.4%의 상승세가 유지되는 모습이다.

반도체 호황의 두 얼굴…증시 변동성 키우고 집값 수요도 자극 원본보기 아이콘

가계대출 역시 강도 높은 대출 규제와 금융권 총량 관리에도 주택 거래량이 늘면서 증가세를 이어갔다. 박 부총재보는 "수도권 주택가격이 높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가계대출도 꾸준한 증가 흐름을 보이는 등 금융 불균형 위험이 누증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앞으로의 여건도 그리 녹록지 않다고 평가했다. 주택 공급은 지난달 13일 정부가 내놓은 '주택 신속공급 방안'이 원활하게 집행돼 시장의 공급 부족 우려가 완화될 경우 주택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다만 단기간 내 수급 상황이 개선될지는 불확실하다고 진단했다.


공급 측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주택 매입 수요는 향후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경제 성장세 확대로 기업 이익이 개선되고 명목임금이 오르면 가계의 구매력이 커지면서 주택 매입 수요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일부 반도체 기업의 성과급 지급과 사내대출 확대 기대 등이 맞물리며 화성 동탄·용인·수원 영통 등 '반도체 벨트'를 중심으로 주택가격 상승세가 확대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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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정부가 가계부채 총량 목표를 확대하면서 늘어난 가계대출 여력이 향후 주택시장 흐름에 따라 가계대출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은은 평가했다. 박 부총재보는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해 "(총량 완화로) 가계부채 증가에 부담이 되는 측면이 있지만 거시건전성 관리를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바뀌었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향후 정부 정책 추진 과정에서 주택시장 기대와 가계대출 증가세를 자극하지 않도록 일관된 정책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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