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마글루타이드, 신장질환 위험 24%↓·심혈관 사망 29%↓
"비만은 만성질환…비급여로 묶여 관리체계 부족"
전문가들 "오남용 유형별 처방 관리체계 마련해야"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유통·진료 채널을 일률적으로 제한하기보다 처방 단계에서 임상적 적정성을 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왔다. 고도비만 등 치료 필요성이 높은 환자에게는 단계적인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10일 서울대학교 암연구소 이건희홀에서 열린 'GLP-1 비만치료제의 임상적 가치와 바람직한 처방 환경 모색' 심포지엄에서 박정환 한양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가 'GLP-1 비만치료제의 임상적 가치'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한국바이오기자협회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대한비만학회는 10일 서울대학교 암연구소 이건희홀에서 '비만치료제 오남용의 진짜 해법을 찾다: GLP-1 비만치료제의 임상적 가치와 바람직한 처방 환경 모색'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박정환 한양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GLP-1 비만치료제의 임상적 가치-비만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제로 발표하며 GLP-1 치료제가 단순한 체중 감량제를 넘어 만성 대사질환 치료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비만은 개인의 외모적인 문제가 아니라 당뇨병·고혈압에 영향을 주고, 결국 심근경색증이나 뇌졸중, 암과 같은 질환과도 연관된다"며 "만성에 진행성이고 매우 잘 재발하는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와 마운자로의 주성분인 티르제파타이드는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유의한 체중 감량 효과와 함께 심혈관계 위험 감소 효과를 입증했다. 특히 제2형 당뇨병과 만성콩팥병을 가진 성인 3533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세마글루타이드 1.0㎎ 투여군은 위약군보다 주요 신장질환 사건 위험이 24%, 심혈관 원인 사망 위험은 29% 낮아지는 효과가 확인됐다. 12~17세 청소년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68주간 세마글루타이드를 투여한 연구에서도 환자의 73%가 체중의 5% 이상을 감량했고 체질량지수(BMI)와 허리둘레, 당화혈색소, 혈중 지질 등 심혈관·대사 위험인자가 개선됐다.
다만 국내 출시 약 2년 만에 처방 건수가 200만건을 넘어설 정도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데 비해 관리체계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에선 GLP-1 비만치료제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에 묶여 있고, 비급여 영역은 제도권 밖에선 제대로 감시받지 않는 상태가 된다"며 "이 때문에 우리 국민들에게 GLP-1 비만치료제를 썼을 때 어떠한 문제가 생기는지 객관적인 자료를 모으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10일 서울대학교 암연구소 이건희홀에서 열린 'GLP-1 비만치료제의 임상적 가치와 바람직한 처방 환경 모색' 심포지엄에서 이상열 경희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가 '현행 규제 논의의 실효성과 바람직한 대안'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한국바이오기자협회
원본보기 아이콘국내 GLP-1 비만치료제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점검 완료 건수는 2024년 12월 2만1457건에서 올해 5월엔 33만7026건으로 약 15.7배 증가했다. 하지만 현재의 DUR 자료만으로는 '누구에게, 어떤 임상적 근거로' 처방됐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상열 경희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DUR을 통해 그 처방 건수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DUR은 처방을 했다, 안 했다 정도만 알 수 있지 이 약제가 실제로 의학적으로 필요했는지, 어떤 사례에서 어떻게 처방했는지에 대한 정보는 자세히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GLP-1 비만치료제의 오남용을 하나의 문제로 묶어 규제하기보다 ▲허가사항 미충족 ▲안전성 취약군 ▲충분하지 않은 진료 정보에 기초한 처방 ▲무처방·불법유통 등 유형별로 구분해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통·진료 채널을 통제하는 방식의 규제만으로는 임상적 비만 여부와 허가사항 충족 여부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규제 강화보다는 처방 단계에서 임상적 적정성을 기록·평가하는 관리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또 국내에서도 DUR에 BMI와 동반질환, 연령별 허가 기준을 기록하고 의료진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적정처방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도비만이나 제2형 당뇨병, 심혈관·신장질환 등 위험이 큰 환자부터 건강보험을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검증된 대면·비대면 혼합 진료를 활용해 지역 간 접근성 격차를 줄이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 교수는 "비만치료제 오남용 문제의 해법은 규제의 강도가 아니라 관리의 설계에 있다"면서 "앞으로는 '막는 규제'에서 '관리하는 규제'로 전환해 환자가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치료를 받게 됐는지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처방 줄이기보단 필요한 치료 보장해야"
이어진 토론에서는 규제 강화에 따른 치료 접근성 저하와 형평성 문제도 주요 쟁점으로 제시됐다. 신현영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만치료제에만 의존하는 체중 관리를 경계하면서도 "정부가 일률적으로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정말 필요한 사람들이 선용할 수 있도록 하는 포지티브한 지원책으로 가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허가·규제당국은 GLP-1 치료제의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장기 안전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호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관리과장은 "워낙 (효능에 대한) 수치들도 좋고 아직까지 큰 부작용이 있다는 근거도 없다"면서도 "이 약 자체가 출시된 지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의료 현장이나 의과학자분들이 이런 것들을 잘 봐주시면서 부작용 없이 오래 쓸 수 있는 약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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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영 한국YWCA연합회 회장은 "비만치료제의 오남용 책임을 소비자에게 돌리기 전에 올바른 선택이 가능한 의료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며 "안전성과 접근의 형평성을 함께 고려해 처방이 얼마나 줄었는지가 아닌 필요한 환자에게 치료가 얼마나 보장됐는지를 기준으로 규제의 성과를 평가하고, 환자가 경제적·지역적 조건으로 치료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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