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논의 다시 본격화
연내 규제 구체화 전망
공공 배달앱 활성화 추진
국회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수수료 상한제 입법을 위한 논의가 다시 본격화됐다. 더불어민주당 '을(乙) 지키는 민생 실천 위원회'(을지로위원회)가 구성한 사회적 대화 기구를 통한 상생안 도출이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에서, 국정감사를 앞두고 다시 수수료 제한 입법에 힘이 실리고 있는 모양새다. 동시에 공공 배달앱 활성화도 수수료 문제 해결 방안의 하나로 추진될 전망이다. 다만 업계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일률적인 규제 도입 시 소상공인·라이더·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되는 등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14일 정치권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최근 잇따라 배달앱 수수료와 관련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는 '배달앱 갑질 피해사례와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법 도입 방향' 토론회를 했다. 이 토론회는 현행 상생 요금제 등의 자율 규제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전제했다. 입점 소상공인의 수수료·배달비·광고비 부담 문제는 여전히 지속돼 플랫폼의 상생안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을지로위원회는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배달 생태계 조성을 위한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법'의 도입 방향을 종합적으로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수수료 상한제 입법 급물살 전망
이런 여권의 행보를 근거로 업계에서는 이달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배달 플랫폼 관련 법안이 상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배달 수수료 상한제와 관련한 법안 3건이 발의된 상태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같은 당 이강일 의원,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이다. 세부적인 조항은 차이가 있지만, 핵심 규제는 수수료 총액이 거래금액의 15%를 초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배달 라이더 인건비인 배달비까지 포함돼 있다. 예를 들어 평균 배달 금액인 2만5000원 주문 시 플랫폼은 최대 7.8%만 가져간다. 배달비는 3400원이다. 여기에 결제대행업체(PG) 수수료 등을 더하면 약 24%가 입점업체 부담률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이를 15% 밑으로 낮춰야 한다.
이 같은 규제 법안에 대해서는 입법에 앞서 충분한 논의와 신중한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무위 전문위원은 관련 3개 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통해 플랫폼 규제 입법과 같은 시각에서 비판이 제기돼 미국과 통상마찰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배달 플랫폼만 별도 규제하는 것이 부적절할 수 있다는 형평성 비판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남겼다.
배달 수수료 해법 한 축은 공공 배달앱
앞서 지난 9일 을지로위원회는 국회의원회관에서 '모두가 선택하는 상생 배달앱 정책토론회'도 열었다. 공공 배달앱 활성화를 통해 현재의 민간 배달앱 중심의 독과점 시장 구조를 바꿔보겠다는 정부와 여당의 정책 방향이 읽히는 대목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상생 배달앱 지원' 사업을 신설하고 총 1240억원을 편성했다. 이 가운데 1200억원은 할인쿠폰 지급에, 나머지 40억원은 홍보·마케팅에 활용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전국에서 운영 중인 12개 공공 배달앱 중 공공성과 시장성 검증을 통해 3~4개를 선정해 집중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다만 지원 방식에는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최근 소상공인들을 만나 "쿠폰만 지원한다고 해서 상생 배달앱을 쓰지 않던 소비자가 이를 내려받긴 어려울 것"이라며 "국회 심의 과정에서 지원 예산의 내용이 효율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소비자 부담 증가 등 역효과 우려도
수수료 상한제 입법에 속도가 붙으면서 동시에 규제 도입 시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9일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마련한 '배달플랫폼 규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합리적인 제도 설계 방안 토론회'에선 이런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최환희 네덜란드 폰티스 대학교 국제경영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2022년 1월부터 올 6월까지의 월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구독·회원제 기반 무료배달 확산 이후 시장 규모와 점주 매출의 증가세가 확대됐으며, 상생 요금제 도입 이후에는 건당 점주 부담이 완화되는 추세가 관측됐다고 했다. 최 교수는 "이런 변화가 유의미한 효과를 보여주는 만큼, 향후 규제의 영향을 판단할 때 단순한 수수료 수준뿐 아니라 시장 규모, 소비자 배달비, 점주 매출, 건당 부담 등 다양한 지표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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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도 최근 배달앱 이용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용 앱의 무료배달이 사라질 경우 54.2%가 무료배달을 제공하는 다른 앱으로 이동하고, 44.3%는 해당 앱의 주문을 줄이겠다고 응답했다고 발표했다. 수수료 변화가 소비자 주문 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규제로 인해 무료배달 등 소비자 혜택이 축소되거나 비용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경우, 배달앱 이용도가 높은 20·30세대와 육아 가구 등 배달서비스 이용 필요성이 큰 소비자층에서 이른바 '풍선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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