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바뀌는 해외건설⑨]남들 못보던 시장 본다…西·日투자개발 성공방정식 보니
20세기 중반 스페인에서 선로보수·철도침목 사업 등 작은 하도급 건설사로 시작한 페로비알은 지금은 북미를 중심으로 한 굴지의 인프라 건설·운영관리 회사로 자리 잡았다. 이 회사가 중심이 돼 캐나다 온타리오주 407번 고속도로를 지은 후 주 정부와 협상을 거쳐 99년간 운영권을 확보한 사례는 전 세계 인프라 시장에서 상징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전통적인 기반시설이 막대한 부가가치를 뽑아낼 수 있는 투자처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이 유료도로는 북미권에서 가장 붐비는 인근 401고속도로 통행량을 분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어졌다. 당시 주 정부로 투 터 운영권을 사들인 페로비알은 세계 최초로 요금소 없이 카메라와 전자기기만으로 통행료를 징수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적용했다.
스페인 건설사 페로비알이 중심이 돼 준공하고 99년 운영권을 확보한 캐나다 온타리오주 407번 고속도로. 세계 최초로 무정차 요금징수 시스템이 적용됐다. 페로비알 홈페이지
이 회사를 설립한 라파엘 델 피노 모레노 전 명예회장은 단순히 공사를 하고 일회성 대금을 받는 것보다 완공된 도로에서 오랜 기간 통행료를 거두는 사업모델이 장기적으로 훨씬 수익성이 높다는 점을 일찌감치 간파했다. 앞서 1970년대부터 스페인에서 유료도로를 운영하며 노하우도 쌓아온 터였다.
일본 기업과 자본이 1990년대 카타르에서 진행했던 노스필드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사업 역시 아무것도 없던 상태에서 '무모하게' 시작한 프로젝트다. 카타르 도하에서 차로 한 시간가량 북쪽 사막 라스라판에서 막대한 매장량이 있는 가스전이 발견됐지만 사업성이 낮아 선뜻 나서는 기업은 없었다. 아무런 인프라가 없는 황량한 모래사막에서 가스를 캐는 것도, 실어 나르는 것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일로 여겼다. 당시 초기 프로젝트를 검토하던 글로벌 석유메이저 BP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고 수익성이 낮다'며 손을 털고 나갔다. 카타르 정부도 국가 부채로 허덕이던 시기였다.
일본 종합상사 미쓰이와 마루베니는 다르게 판단했다. 당시 석유위기를 겪은 데다 깨끗하고 안정적인 에너지원이 필요했던 상황에서 오히려 기회였다. 사막 한가운데 액화 플랜트를 짓고 이를 운송할 LNG 운송선 선단과 항만 인프라까지 거대한 LNG 가치사슬을 구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가장 큰 장벽인 자금과 판매처 확보는 종합상사 특유의 기획력으로 극복했다. 일본 내 주요 전력·가스회사를 설득해 25년짜리 장기구매계약을 성사시켰다. 수요처가 확보되자 일본 내 금융기관도 움직였다. 시공 과정에서는 치요다 등 일본의 대표 엔지니어링업체가 참여했다. 노스필드는 현재 하루 생산량만으로 우리나라 공장이나 발전시설, 일반 가정 전체에서 소비하는 LNG 이틀 치 이상을 충당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 단일 가스전으로 자리 잡았다.
스페인 1위 건설회사 ACS그룹에서 해외 민자사업을 주로 하는 드라가도스 역시 새로운 방식이나 금융구조를 활용해 없던 시장을 만들어내는 데 능숙하다. 이 회사는 2000년대 후반 미국 플로리다 남부에 '가용성 지불'이라는 방식을 적용한 도로를 처음 선보였다. 민간에서 자금을 조달해 도로를 짓고 유지보수 품질 등에 따라 정부로부터 고정적으로 관리비를 받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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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상습정체에도 주 정부는 재원이 없어 도로를 짓기까지 20년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 회사의 제안으로 5년 만에 준공했다. 정부의 재정한계로 삐걱거리는 사업을 일으키면서 공공과 민간의 위험요인을 적절히 나눠 부담하는 구조를 짜는 데 남다른 노하우를 가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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