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못 믿겠다며 달러코인 산다?…美국채 '큰손' 된 스테이블코인[주末머니]
재정적자·탈달러화에 금·비트코인 관심 확대
스테이블코인 성장하면 美단기국채 수요도 증가
RWA·AI 결제 실생활 사용처 확대가 관건
미국 정부의 만성적인 재정적자와 달러 가치 하락 우려로 금과 비트코인 등 대체자산을 찾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동시에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미 단기국채(T-bill)의 새로운 큰손으로 부상했다. 달러의 신뢰 약화와 달러 결제망 확대가 함께 벌어지는 역설이다.
최근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미국 재정과 달러 가치에 대한 신뢰 약화가 지속되는 만큼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는 중·장기적으로 유효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재정 불안 커지자…"현금 대신 금·비트코인"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는 법정화폐의 구매력 하락에 대비해 금과 비트코인 같은 실물·대체자산을 사들이는 전략이다. 미국 정부 부채가 40조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연간 이자비용도 1조달러를 웃돌면서 다시 힘을 받고 있다. 재정적자가 국채 발행과 이자비용을 늘리고, 다시 재정부담을 키우는 악순환이 굳어지고 있어서다.
일본과 중국 등 주요국의 미 국채 수요도 약해지고 있다. 미국 장기금리가 상승했는데도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 것은 이번 금리 상승이 경기 개선보다 미국 재정과 정책에 대한 신뢰 약화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에 힘을 싣는다.
다만 금과 비트코인의 수급 기반에는 차이가 있다. 금은 외환보유액을 다변화하려는 각국 중앙은행이 꾸준히 사들이지만 비트코인은 상장지수펀드(ETF) 자금과 투자심리에 더 민감하다. 양 연구원은 "금은 중앙은행이라는 비가격민감적 장기 매수 주체가 가격 하단을 지지하는 반면, 비트코인은 ETF 자금 흐름과 디지털자산 재무기업(DAT)의 자본조달 여건, 금융시장의 위험선호에 상대적으로 크게 의존한다"고 설명했다.
달러코인 커질수록 미 국채 더 산다
역설적으로 최근 달러를 떠받치는 것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이다. 지난해 7월 미국에서 지니어스법(GENIUS Act)이 제정되면서 발행사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액 이상의 준비자산을 보유해야 한다. 준비자산도 현금과 예금, 미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제한됐다.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될 때마다 이를 뒷받침할 미 국채 수요가 생기는 구조다.
현재 약 3000억달러인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테더의 USDT와 서클의 USDC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4%와 24%다. 두 회사가 직접 보유한 미 단기국채는 총 1282억달러로 아랍에미리트와 이스라엘의 보유액을 웃돈다. 국채담보 환매조건부채권 등 간접 자산까지 합치면 미 국채 연계 자산은 2034억달러에 달한다.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이 2028년 1조2000억달러로 성장하고 현재 준비자산 비중이 유지되면 발행사들의 미 단기국채 직접 보유액은 약 5130억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시장이 2조달러까지 커지면 약 8550억달러로, 현재 미 단기국채 잔액의 7~12%에 해당한다.
다만 가상자산 거래 수요만으로는 이 같은 성장을 달성하기 어렵다. 최근 가상자산 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도 3000억달러 안팎에서 정체돼 있다. 실물연계자산(RWA) 토큰화와 국제송금, 가상자산 카드,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간 결제 등으로 사용처가 넓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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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연구원은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상승을 추구하는 투자자산보다 달러 결제·정산 인프라에 가깝다"며 "RWA·국제송금·가상자산 카드·에이전틱 결제의 확산이 실질적인 거래금액 증가로 연결되는지 여부가 중·장기 투자 판단의 핵심"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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