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보러 갔더니 "그런 집 없는데요"…부동산 AI 매물 사진 '낚시' 주의
부동산 플랫폼에 가짜 인테리어 성행
AI 의무 고지화해도 일반 임대는 해당 안 돼
"부동산 사이트에 올릴 건데, 인테리어를 자연스럽게 업그레이드해줄래?"
생성형 인공지능(AI)에 기안84가 10년 전 살았던 단출한 자취방 사진을 올렸다. 이어 "바로 팔릴 것처럼 모던하고 럭셔리한 방으로 만들어달라"라고 부탁하자 약 12초 만에 완전히 다른 공간이 탄생했다.
기존에는 없었던 신형 컴퓨터와 작은 벽난로와 스타일러가 놓였다. 체리 색 몰딩은 고급스러운 아치형으로, 오래된 전구는 따뜻한 색감의 샹들리에로 감쪽같이 바뀌었다. 클릭 한 번에 구형 아파트가 신축 매물이 된 것이다.
부동산 '가상 스테이징' 어디까지 허용될까
이처럼 프롬프트 몇 줄이면 집 인테리어를 순식간에 탈바꿈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AI로 실제와 다르게 꾸민 부동산 매물 사진이 확산해 미국을 중심으로 소비자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미국 부동산 플랫폼 '질로(Zillow)'에는 존재하지 않는 벽난로를 추가하거나 잔디색을 바꾸고, 일몰 풍경을 합성한 허위 사진이 매물에 사용되는 '가상 스테이징(Virtual Staging)'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질로는 지난 7월 "AI로 매물 사진을 바꿨다면 이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AI 이미지로 제작된 인테리어가 진짜인지 식별하기는 어려워졌으며, 집을 내놓는 이들 사이에서 확산도 더욱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AI 고지 의무' 도입했지만 일반 임대는 해당 안 돼
AI로 수정한 매물 사진이 늘면서 규제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1월부터 부동산 중개인이 AI로 수정한 사진을 광고에 사용할 경우 이를 명시하고, 원본 사진을 확인할 수 있는 링크나 QR코드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했다.
다만 현행 규제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미국의 관련법은 주로 매매나 1년이 넘는 장기 임대를 대상으로 해 원룸 월세나 단기 임대·에어비앤비 등 플랫폼 광고에는 곧바로 적용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또한 조명이나 색상 보정, 선명도 개선 등 집의 실제 구조를 바꾸지 않는 '일반적인 수준'의 보정은 고지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어 어디까지 AI를 허용해야 할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에 따르면 런던의 한 아파트를 찾았던 구직자는 "습기 자국이나 곰팡이, 작은 균열까지 AI로 지운 것은 명백한 사기였다"고 토로했다.
그는 "안내 책자에 AI로 연출된 사진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기도 했으나, 흰 바탕에 흰 글씨로 아주 작게 적혀 있어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국내도 규제 사각지대…허위 매물 대처법은?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도 AI를 활용한 매물 사진 보정을 엄격하게 제재하기에는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다. 현행 공인중개사법 제18조 제4항은 가격이나 소재지, 면적, 방 개수 등 객관적인 사실을 조작할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사진의 색감을 바꾸거나 낡은 흔적을 지우는 '기본적인' 수준의 보정 행위는 규제의 테두리를 벗어나 있다. 집의 기본적인 뼈대가 바뀐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과장 광고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명확한 세부 기준이 없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매물 사진만 맹신하지 말고 설명과 평면도, 방 크기, 3D 투어를 함께 대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집이 지나치게 완벽해 보인다면 그림자 방향이 어색하지 않은지, 가구 모서리가 일그러지지 않았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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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무엇보다 사진과 정보가 일치하지 않으면 중개인에게 보정 전 원본과 실시간 영상 투어를 요구하고,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계약이나 보증금 송금을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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