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베어허그 도입 시 기업가치 정상화"
"허위 제안은 제안조건으로 판단할 수 있어"
한국형 베어허그(K-Bear Hug)가 도입되면 인수·합병(M&A) 시장의 외부 견제·감독 기능이 보다 강화되면서 저평가 기업이 자발적으로 가치 제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베어허그는 M&A 전략 중 하나로 인수 시도자가 대상 기업에 사전 예고 없이 시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공개적인 매수를 제안하면 경영진 및 이사회가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요구하는 제도다. 곰이 사냥감을 잡을 때 앞발로 꽉 껴안아 꼼짝 못 하게 한 뒤 짓누르는 모습에서 유래됐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한국형 베어허그가 도입되면 저평가 기업의 가치 정상화가 기대된다. 앞서 지난 3일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K 자본시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한국형 베어허그법으로 불리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상장사가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수 제안을 받게 될 때 이사회가 제안 내용과 향후 검토 계획을 즉시 공시하도록 하고 공개매수에 대한 수용, 거절, 중립 등 의견과 논의 경과 및 사유 등을 주요사항보고서에 적도록 했다.
현재 상장사는 M&A 제안을 받더라도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 등 불투명하게 공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 소액주주는 제안의 세부조건뿐 아니라 제안 사실조차 인지하기 어렵다. M&A 제안을 받고 제안 조건을 잘 아는 대주주나 경영진·이사회는 사전적인 주식 거래로 사익을 취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형 베어허그가 정착하면 외부 인수 제안이 즉시 공개되는 만큼 이사회나 경영진이 인수 제안을 일방적으로 거절하는 데 한계가 생긴다. 또 일반 소액주주는 인수 제안 소식을 통해 보유 주식을 매력적인 가격에 매도할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저평가 기업에 대한 시장의 견제·감독 기능도 강화된다. 베어허그 제도하에서 저평가 기업은 M&A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외부의 M&A 시도가 많을수록 경영진과 이사회는 주가 부양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다. 이사회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인수 제안을 거절하면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위반 등으로 소송을 당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한국형 베어허그를 악용한 허위 제안이 부작용으로 지적되고 있다. 외부 세력이 진지한 인수 의향 없이 시세 교란을 통한 단기 차익 획득을 목적으로 인수 제안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인수 대상 기업의 경영진과 이사회가 인수 가격과 거래 조건이 구체적인지, 경영권 확보 후 장기 경영 전략을 제시하고 있는지, 자금 조달 계획이 현실적인지 등을 따져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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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은 의무공개매수제도도 일반 소액주주의 의사결정 과정과 투자금 회수 기회에서 소외되던 문제를 완화한다는 점에서 한국형 베어허그와 일맥상통한다"며 "이와 함께 주가순자산비울(PBR) 0.8배 미만 상장사의 상속·증여세 과세를 강화하는 상증세법 개정안과 한국형 베어허그 제도가 다 정착한다면 국내 상장사의 고질적인 주가 누르기 이슈가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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