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무조건 1회 무료"…자정까지 불 밝히는 대구 수성파크랜드 80대 창업주 직원·65세 대표의 '진한 온기'
세월을 잊은 채 돌아가는 365일 온기
기계 스릴보다 진한 '사람 냄새'
'수시 무료 이벤트' 넉넉한 인심
오전 10시부터 밤 12시까지, 연중무휴. 대구 수성파크랜드의 시계는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단 하루도 멈춘 적이 없다.
공식 마감 시간은 밤 8시라지만,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면 자정까지도 기꺼이 불을 밝히며 놀이동산의 문을 열어두는 곳.
화려한 대형 테마파크의 웅장함은 없지만, 그보다 훨씬 진하고 따뜻한 사람 냄새가 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1989년 성토 작업을 시작으로 터를 닦아 1992년 허가·인가를 거쳐, 1993년 7월 23일(일부 시설 8월 16일) 첫 가동을 시작한 수성파크랜드. 과거 수성랜드의 초대 대표이사이기도 했던 창업주는 현재 수성랜드와는 완전히 별개의 회사로서, 낮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 자리를 묵묵히 지켜오고 있다.
이 오랜 역사의 중심에는 올해 80세를 훌쩍 넘긴 창업주이자 직원인 황재복(82) 회장이 있다.
그는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매표소를 지키며 무려 6개의 놀이기구를 직접 조작한다.
그의 곁에는 세월 동안 한결같이 풍선 맞추기 게임존을 지켜온 아내의 따뜻한 손길이 함께하고 있다.
손님이 없을 때 매표소 앞에서 깜빡 조는 평화로운 풍경마저도 이곳에서는 정겨운 일상의 한 페이지다.
이곳을 지키는 또 다른 버팀목은 현 대표이사인 박기영(65) 대표다.
어느덧 70을 바라보는 나이인 그는, 깊은 지인으로 지내다 이제는 인생의 동반자이자 단 하나뿐인 회사 동료로서 황 회장과 여생을 함께 일구어 가고 있다.
각종 세금과 고정 유지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현실 탓에 직원을 상시 고용하는 것은 녹록지 않다.
특히 낮 한여름에는 손님이 아예 없고 저녁에도 간간이 찾아오는 정도라, 일손이 바쁠 때 가끔 가족들과 일일 아르바이트생의 도움을 받는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두 사람이 직접 현장을 묵묵히 지켜내고 있다.
그러다 날씨가 제법 시원해지면 저녁 손님이 늘어나고, 날씨가 푸근한 5월을 전후해서는 손님들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한철을 보낸다.
수성파크랜드를 찾은 이들이 진정으로 감동하는 부분은 기계가 주는 스릴이 아닌 두 대표의 넉넉한 인심과 정겨운 즉석 이벤트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군인들에게는 무조건 1회 이상 무료 탑승이 철칙이며, 청소년과 청년들은 예의가 바르고 소통만 잘되면 즉석에서 수시 할인과 1회 이상 무료 이용의 행운이 쏟아진다.
인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원래 1인이 3바퀴에 6000원인 레이싱카는 손님이 뜸할 때 찾은 20대 청년에게 1만 원으로 무려 10번을 탈 수 있게 파격적인 배려를 베풀기도 한다.
혼자 온 남자 손님이 있으면 "괜찮다"며 여성 손님과의 2인 동승을 다정하게 제안해 주는 소소한 낭만도 넘쳐난다.
실제로 이곳을 찾은 한 20대 단골손님은 "타 지역의 다른 놀이동산에는 없는, 부모 세대들의 따뜻한 정을 느끼며 깊은 감사를 느낀다"고 진심 어린 소감을 전했다.
차가운 영하의 겨울날, 군인들이 스스로 바이킹 가위바위보 벌칙 게임을 하며 팬티만 입은 채 추위에 바들바들 떨던 날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황재복·박기영 두 사람은 깜짝 놀라 이를 저지하기도 했지만, 어느덧 군인들만의 특별한 추억거리로 자리 잡았다.
벌칙을 수행하면서도 환하게 웃는 청년들의 풋풋한 모습은 이제 두 대표에게 가장 큰 힐링이자 삶의 에너지를 얻는 소중한 보람이 되고 있다.
황재복 회장과 박기영 대표는 "부모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걸어오던 아이들이 훌륭한 성인으로 자라나 가끔씩 반갑게 안부를 건넬 때면, 이 놀이동산을 일구어 온 보람을 온몸으로 느낀다"며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인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아쉬움과 간절한 바람은 있다. 과거 이곳 주변은 농토가 있어 경운기와 각양각색의 차량이 양방향으로 원활하게 왕복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진입로 반대쪽 길이 막혀버린 탓에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이 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이로 인해 찾아오는 발걸음마다 아쉬움을 삼키며 끊임없이 민원이 제기되는 상황.
오전 10시부터 밤 12시까지, 365일 연중무휴로 돌아가는 놀이기구 위에는 80대 창업주와 70을 바라보는 대표의 식지 않는 열정, 세대를 뛰어넘는 따뜻한 정, 그리고 더 많은 이들이 편히 찾아주길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 고스란히 실려 오늘도 힘차게 회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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