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요즘 대세 'K-약국' 품었다…무신사 뷰티, 홍대 승부수
첫 뷰티 단독 매장에 온누리약국 입점
'파머시 뷰티' 승부
입점 뷰티 브랜드 70%가 인디
성수·제주로 오프라인 확대
홍대 한복판에 선명한 핑크색 건물이 들어섰다. 통유리 너머로 색조 화장품이 즐비한 모습은 여느 뷰티 편집숍과 비슷하지만,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풍경이 달라진다. 흰 가운을 입은 약사가 고객을 맞고 한쪽에는 의약품 조제 공간이 자리 잡았다. 인근 병원에서 받은 처방전으로 약을 지을 수도 있다. 화장품 매장 지하에 약국 하나를 통째로 옮겨놨다.
10일 미디어에 먼저 공개된 '무신사 뷰티 홍대' 모습이다. 패션 플랫폼으로 성장한 무신사가 처음 선보이는 뷰티 단독 오프라인 매장으로, 11일 정식 문을 연다. 뷰티 후발주자인 무신사가 뷰티 오프라인 시장 공략을 위해 전면에 내세운 카드는 '파머시 뷰티'다.
약국 품은 뷰티숍…'파머시 뷰티' 승부수
지하 1층 176㎡(약 53평)는 전부 '뷰티온누리약국'으로 꾸몄다. 뷰티 편집숍 한쪽에 더마 화장품이나 고기능성 제품을 진열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약국을 입점시켰다. 약사 2명 이상이 상주해 의약품을 조제하고 복약·제품 상담을 한다. 영업시간도 뷰티 매장과 같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다.
약국에 들어선 상품도 일반 동네 약국과는 다르다. 270여 개 브랜드, 2000여 개 상품 가운데 뷰티 관련 상품 비중이 90%에 달한다. 일반 약국의 상품 구성이 의약품 90%, 화장품 10% 정도라면 이를 사실상 뒤집은 구조다. 모발·두피 관리와 여드름·트러블 등 소비자 관심이 높은 분야에는 별도 공간을 마련했다.
무신사가 약국을 결합한 배경에는 달라진 화장품 소비 방식이 있다. 김연진 무신사 뷰티 오프라인 팀장은 "과거에는 브랜드를 소비했다면 이후 제품, 원료로 관심이 세분화됐고 지금은 '내 고민에 맞는 제품이 무엇인가'를 찾는 단계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성 피부는 결과가 같더라도 원인은 다를 수 있다"며 약사의 전문 상담을 기존 뷰티 리테일과 파머시 뷰티를 가르는 차별점으로 꼽았다.
실제 화장품 시장에서도 브랜드보다 기능과 성분을 따지는 소비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더마 스킨케어 시장은 2020~2025년 연평균 15.7% 성장했다. 같은 기간 전체 스킨케어 시장 성장률(2.1%)의 7배가 넘는다.
다만 무신사가 직접 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은 아니다. 약국은 온누리약국과 가맹을 맺은 독립 약사가 별도 사업자로 운영한다. 일반의약품의 선정과 진열, 가격 결정, 판매에 무신사는 관여하지 않는다. 결제도 별도 계산대에서 이뤄진다. 뷰티 매장과 약국을 한 건물에 결합하면서도 약사법상 운영 주체는 명확히 분리했다.
인디 브랜드 70%…무신사식 육성 전략
지상 공간은 일반 뷰티 매장으로 꾸몄다. 1층에는 메이크업과 향수, 2층에는 스킨케어·헤어·보디·맨즈·덴탈케어 상품을 배치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1262㎡(약 400평) 규모로, 약국을 포함해 870여개 브랜드의 1만2000여개 상품이 들어섰다. 판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기 제품을 보여주는 '무신사 뷰티 랭킹', 새로운 브랜드와 성분을 소개하는 '넥스트 뷰티' 공간도 마련했다.
매대 사이 간격도 비교적 넉넉하게 뒀다. 상품을 최대한 많이 진열하기보다 고객이 직접 써보는 데 무게를 뒀다는 설명이다. 김 팀장은 "고객들이 궁금했거나 해보고 싶었던 것을 직접 체험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뷰티 고객에게는 그것 자체가 '노는 경험'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브랜드 구성에서도 기존 대형 뷰티 편집숍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무신사가 직접 구성한 약 600개 브랜드 가운데 70%가량이 인디 브랜드다. 온라인에서 성장 가능성이 있는 브랜드를 발굴해 오프라인에서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다시 온라인 구매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패션 시장에서 신진 브랜드를 발굴해 성장시킨 방식을 뷰티 시장에 옮겨온 것이다.
물론 후발주자인 만큼 브랜드를 끌어오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김 팀장은 "브랜드 영업이 정말 힘들었다"며 "일부 스킨케어 브랜드는 입점시키는 데 7~8개월이 걸렸다"고 말했다. 실제 매장에는 메디힐, VT코스메틱 등 일부 인기 브랜드가 빠졌다. 무신사는 브랜드별 전용 공간과 온라인 기획전, 오프라인 노출을 묶어 입점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김 팀장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다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유기적으로 브랜딩할 수 있다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홍대서 K뷰티 쇼룸 실험…성수·제주로 확장
첫 단독 매장으로 홍대를 택한 것도 이런 전략과 맞닿아 있다. 무신사 자체 분석에 따르면 홍대 상권 유동인구의 67%가 외국인이다. 이미 해외에서 유명한 K뷰티 제품을 찾는 관광객에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국내 인디 브랜드를 선보이는 'K뷰티 쇼룸'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오프라인 체험이 온라인 매출로 이어지는 효과도 이미 확인했다. 지난 4월 문을 연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 뷰티존의 약 500개 입점 브랜드는 개장 후 3주간 온라인 일평균 거래액이 이전보다 약 35% 증가했다. 올해 1~8월 무신사 뷰티 신규 고객의 83.1%는 패션 등 무신사의 다른 카테고리에서 구매한 경험이 있었다. 1640만명의 무신사 회원을 패션에서 뷰티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점도 기존 뷰티 유통업체와 다른 무기다.
무신사는 오는 11월 성수에 두 번째 뷰티 단독 매장을 열고 제주에도 무신사 킥스와 결합한 매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홍대점의 약국 결합 모델을 다른 점포까지 확대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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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관계자는 "홍대를 시작으로 성수와 제주까지 오프라인 접점을 확대해 온라인에서 성장한 국내 뷰티 브랜드가 국내외 고객과 직접 만나고, 글로벌 시장으로도 연결할 수 있는 K뷰티의 새로운 성장 거점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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