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종전 시점 "중간선거 이후"
美-이란 무력충돌 격화에 기대감 약화
분쟁 장기화 가능성에 유가 전망도 상향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다시 격화하면서 국제유가가 3% 넘게 급등해 배럴당 100달러선을 다시 돌파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조차 종전 시점을 11월 중간선거 이후로 늦추는 등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중동발 에너지 쇼크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9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한 코노코 주유소 외부 전광판에 일반 무연 휘발유의 갤런당 가격이 표시돼 있다. A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한 코노코 주유소 외부 전광판에 일반 무연 휘발유의 갤런당 가격이 표시돼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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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 11월 인도분은 전장 대비 3.4% 오른 배럴당 101.21달러에 마감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물도 3.2% 상승한 96.0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두 유종 모두 종가 기준 5월22일 이후 최고치다.

유가는 지난 4월 말 전쟁 중 최고치인 배럴당 126달러까지 치솟았다가, 미국과 이란이 6월 휴전 연장과 호르무즈해협의 단계적 재개방 등을 담은 양해각서(MOU)에 합의하면서 70달러대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합의가 무너지고 양측이 다시 보복 공격에 나서면서 유가는 7월24일 이후 약 한달 반 만에 다시 100달러를 넘어서게 됐다.


이란 남부와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10일(현지시간) 또다시 폭발음이 이어졌다는 소식이 나왔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이란 남부 시리크·미나브 지역과 호르무즈 해협의 게슘섬에서 여러 차례 폭발음이 울렸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지난 8일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미군 함정을 공격한 데 대응해 이란 유조선 5척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요르단 내 미군 기지를 탄도미사일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후티 반군도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뿐 아니라 사우디 원유 수송로까지 위협받게 된 셈이다.


이른 종전이 가능할 것이라 자신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도 한발 물러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주 댈러스로 출발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선거가 끝나자마자 전쟁이 끝날 것"이라며 "선거 직후 유가도 급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유가 하락 시점에 대해서는 "중간선거보다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종전 시점을 "매우 곧(very soon)"이라고 밝혀온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11월 중간선거 이후로 늦춘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보인다.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한 코노코 주유소 주유기에 세 종류의 휘발유의 갤런당 가격이 표시돼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한 코노코 주유소 주유기에 세 종류의 휘발유의 갤런당 가격이 표시돼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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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국제유가의 100달러 재돌파 자체보다 고유가가 구조적으로 장기화할 가능성에 더 주목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 차질이 장기화한 가운데 글로벌 원유와 석유제품 재고까지 줄면서 시장이 전쟁 초기보다 추가 공급 충격에 더 취약해졌다고 분석했다.


리스타드에너지의 지정학 분석 책임자인 호르헤 레온은 최근 적대행위가 격화하면서 호르무즈해협 통행량이 "대폭 감소했다"고 밝혔다. 8월 마지막 주 하루 약 800만배럴이던 원유 통행량은 이번 주 하루 약 100만배럴까지 줄었다. 그는 또 "우리는 다시 100달러에 와 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며 "완충 여력이 점점 줄고 있다"고 했다. 원유·석유제품과 디젤 재고의 축소 등을 문제로 짚었다.


각국이 전략비축유까지 소진하면서 추가 공급 차질을 흡수할 여력도 줄어든 상황이다. FT는 중동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전략비축유와 상업용 재고가 모두 줄어드는 상황을 문제로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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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이번 주 중동 분쟁 장기화를 반영해 유가 전망을 잇달아 상향하고 있다. HSBC는 지난 8일 보고서에서 시장이 호르무즈해협이 완전히 폐쇄되지도, 정상적으로 열린 것도 아닌 채 지속적으로 기능이 저하된 '뉴노멀'에 적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HSBC는 4분기 브렌트유 가격을 95달러로 전망했다. 또 2027년 전망치를 20달러 올려 85달러로 높였으며, 2028년 이후 장기 전망치도 75달러로 상향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뉴욕(미국)=황윤주 특파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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