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차 자살예방기본계획 공청회
사회·경제적 원인까지 대응…고위험군 '신청주의' 탈피
급성기 정신질환 집중치료병상 2000개로 확대

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연간 자살사망자를 1만명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신건강 상담이나 치료에 집중했던 기존 자살예방 정책에서 벗어나 빈곤·채무·고립·돌봄 부담 등 자살을 유발하는 사회·경제적 원인까지 직접 관리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무게중심도 옮긴다.


"정신건강 넘어 빈곤·채무까지"…연간 자살사망자 '1만명 이하'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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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10일 서울 웨스틴조선 서울에서 '제6차 자살예방기본계획(2026~2030년)안' 공청회를 열고 향후 5년간 자살예방 정책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정부가 제시한 비전은 '모두가 모두를 지키는 사회, 생명보호가 일상이 되는 대한민국'이다. 2025년 잠정치 기준 인구 10만명당 27.3명인 자살률을 2029년 19.4명, 2030년 18.9명까지 떨어뜨리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2030년 목표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인 30% 감축 수준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 발표한 국가자살예방전략에서 5년 내 자살사망자 1만명 이하, 10년 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 탈피를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이후 범부처 생명지킴추진본부를 꾸리고 17개 부처에서 40명을 파견받아 9개 분야별 대책을 마련했다.

이날 기본계획 수립 연구를 맡은 전진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자살사망 감소세가 통상적인 변동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자살사망자는 1만3900명으로 전년보다 972명(6.5%) 줄었으며, 올해 1~5월에는 전년 동기보다 12.3% 감소했다. 올해 1~5월 초과사망 분석에서도 기준 기간을 달리해 분석했을 때 통상적인 변동 범위를 넘어선 사망 감소가 일관되게 관찰됐다.


다만 절대적인 자살률은 여전히 높아 2025년 잠정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7.3명이다. 특히 2024년 10대 자살률이 8.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청소년 정신건강 악화가 두드러지고, 노인 자살률 역시 하락세에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취업·경제난과 고립 심화가 청년·중장년층의 자살률을 끌어올릴 가능성도 정부가 꼽은 위험요인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자살예방정책 인식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21.0%가 '자살을 생각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청소년 응답자에게서는 24.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자살 생각의 이유는 전체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많았지만 청소년은 학업 문제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외로움·고독은 전 연령대에서 공통적인 주요 요인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앞선 제5차 기본계획의 한계로 범부처 차원의 적극성이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경제·금융·실업 등의 위기가 발생해도 소득 보장이나 채무부담 경감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자살예방센터나 정신건강복지센터에 고위험군을 연결하는 데 정책 목표가 머물렀다는 것이다. 연계 이후에도 심리상담과 정신건강 서비스 중심으로 대응했다.


이에 이번 제6차 기본계획은 ▲범부처 책임성 강화 ▲빈곤·채무 등 사회안전망으로 자살예방 정책 확대 ▲정신건강 분야의 적극적 개입·치료 ▲신청주의 극복을 통한 선제 발굴을 핵심 방향으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생명안전망 구축 ▲자살고위험군 정신건강 치료 강화 ▲채무·빈곤·고립·돌봄부담 등 근본 유발요인 예방 ▲자살수단·장소·미디어 관리 고도화 ▲고위험군 선제 관리 ▲대상별 맞춤형 전략 ▲인공지능(AI)·데이터 활용 ▲국가·지자체 책임 강화 ▲민관협력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 등 9대 전략을 추진한다.


AI로 109 상담 위험도 측정·예측

정부는 급성기 정신질환 집중치료병상을 지난해 391개에서 2030년 2000개까지 늘리고 정신응급 의료기관을 필수의료로 지정할 계획이다. 자살시도자 치료비 지원에서는 소득 기준을 없애는 등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난치성 우울증 약제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도 확대한다.


정신응급 상황에서는 경찰과 정신응급인력의 합동대응팀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권역응급센터 및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를 늘린다. 정신응급입원 환자가 퇴원할 경우 시·군·구청장이 퇴원 후 지원계획을 수립해 지속 관리하도록 의무화하고, 퇴원환자의 복약 여부 등을 방문·원격 방식으로 추적 관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만 지원하는 기존 '신청주의'도 바꾼다. 상담이나 치료에 동의하지 않거나 중단한 고위험군에 대해서도 개인정보 수집·활용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방문·연락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원을 설득하는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나아가 소득·재산·부채·질병·진료이력 등 데이터를 결합해 자살사망자에 대한 심층 분석체계를 구축하고 경제·사회 지표를 토대로 자살 급증 위험지역을 예측하는 모델도 개발한다.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상담 과정에서 AI가 상담 내용과 이력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위험도를 측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상담 내용을 전수 분석해 새롭게 나타나는 위험요인을 파악하고, 온라인상의 자살유발정보 모니터링부터 처리까지 자동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복지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관계부처와 검토해 기본계획안을 보완한 뒤 국무총리 주재 자살예방정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자살예방기본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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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자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라며 "제6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통해 향후 5년간 자살예방 안전망을 더욱 촘촘하게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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