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폐합 후폭풍] 공공기관 수도권만 83개…3만명 인력 재편 시험대
통폐합 개혁 핵심과제 부상
세분화된 인력재편 기준 필요
정부가 공공기관 109곳을 줄이기로 한 가운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83개 기관에 근무하는 3만명 규모의 인력 재편이 개혁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기관을 통폐합하거나 지방으로 이전하더라도 공항·철도·시설관리 등 수도권 현장에서 일해야 하는 인력이 많아 단순한 기관 통합만으로는 실질적인 효율화를 이루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기능이 겹치는 인력은 줄이되 현장 서비스에 필요한 인력은 유지하는 등 기관별 특성에 맞는 세분화된 인력 재편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정부의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안에 따르면 수도권에 위치한 기능개혁 대상 83개 기관의 임직원은 총 3만1313명이다. 이 가운데 임직원 수 상위 10개 기관이 2만5236명으로 전체의 80.6%를 차지한다. 전체 기관의 12%에 불과한 10곳에 인력 10명 중 8명이 몰려 있는 셈이다.
특히 인력 규모가 큰 기관 상당수가 공항·철도 등 현장 업무를 맡고 있어 통폐합에 따른 인력 재편에도 한계가 예상된다. 인천국제공항보안(3960명)과 한국공항보안(2575명)을 통합하면 6535명 규모가 되지만, 이들 인력의 핵심 업무는 공항 보안이다. 인천공항시설관리(4030명)와 인천공항운영서비스(2675명)도 통합 대상 인력이 6705명에 달하지만 공항 시설관리와 운영이라는 업무 특성상 인력을 일률적으로 줄이기는 어렵다.
고용안정과 인력 효율화의 간극을 좁히는 것도 과제다. 정부는 중복 조직을 통합하면서도 직원들의 고용승계를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관마다 직급·보수·복지체계가 다른 만큼 통합 이후 처우 기준을 마련해야 하고, 기존 기관들이 나눠 맡던 업무 가운데 중복 기능을 어디까지 줄이고 어떤 업무를 유지할지도 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직무와 처우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인천이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공공기관 이전 대상에 포함되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인천항만공사, 한국환경공단, 극지연구소 등 지역의 미래 산업과 연관된 기관까지 이전할 경우 성장 기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광용 자유기업원 정책실장은 공공기관 개혁이 단순한 숫자 줄이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고 실장은 "공공부문 비대화는 민간 활력 저하와 국가재정 부담, 혁신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기관 수를 줄이는 데 만족하지 말고 기능을 재설계하고 경쟁과 시장규율을 도입하는 구조개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기업원은 통폐합·기능조정·시장개방·민간이양 등을 기관별 기능에 따라 차등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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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를 통합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정부는 중복 기능을 없애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통합을 추진했지만, LH의 총부채는 2010년 121조5000억원에서 2024년 160조1000억원으로 늘었고 임대주택 운영손실도 5000억원에서 2조8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정부는 이번 개혁에서 LH를 택지개발·주택건설을 맡을 '주택도시개발공사(가칭)'와 주거복지·자산비축을 맡을 '주택도시자산공사(가칭)'로 다시 분리하기로 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통폐합과 지방이전을 따로 추진하기보다 기존에 이전한 기관까지 포함해 기능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기관을 묶고, 지역별로 집중 배치하는 큰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수도권에 기능개혁 대상 기관과 인력이 집중된 만큼 단순히 기관을 통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업무 수행에 필요한 인력 규모와 배치까지 함께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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