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전문가 "4분기에도 1300원대" 전망
수출 규모·기업 달러 환전 지속 여부가 중요
弱달러 언제까지…美·日 금리 인상에 촉각
기업·내국인 해외투자는 구조적 흐름
반도체 사이클 지나면? '달러 순유출 우려' 부각될 수도
1330원까지 내려온 원·달러 환율은 단기적으로 추가 하락을 시도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시기, 우리나라의 수출 규모와 수출기업의 달러 환전 지속 여부가 연말까지의 달러 향방을 결정지을 주요 변수로 꼽혔다.
다만 반도체 사이클이 가져다준 '달러 유입 호황'에 가려졌을 뿐 달러에 대한 수요 압력은 구조적 흐름으로 고착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금의 초호황기가 지나면 오히려 국내 기업의 해외직접투자, 내국인의 해외투자 등 달러 순유출 부담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분기에도 1300원대 유지에 무게…美·日 금리 방향, 수출 규모가 관건
10일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환율 전문가들의 전망을 종합하면 원·달러 환율은 올해 연말까지 1300원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 평균값은 1385~1430원에서 형성될 것으로 봤고, 4분기에는 1360~1400원으로 추가로 레벨을 낮출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변수는 그간 환율 하락을 이끈 반도체 등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물량이 앞으로도 지속될지 여부다. 수출기업은 역대급 무역흑자에 힘입어 벌어들인 달러를 시장에 내다 팔고 환헤지를 확대하면서 최근 환율 하락세를 견인했다. 시장에 꾸준히 풀리는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물량은 투자자들의 심리에도 영향을 미치며 숏 포지션(가격 하락에 베팅)을 강화하는 등 다른 상방 요인을 압도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관건은 환율이 1330원까지 떨어진 현재 상황에서도 달러 환전 기조를 이어갈지다. 시장에서는 대기업의 기계적 매도에 더해 국내 투자와 분기 배당 지급 재원을 조달하기 위한 환전 수요가 계속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과, 낮아진 환율 레벨로 인해 매도 물량이 축소될 가능성이 동시에 제기된다. 임환열 우리은행 연구원은 "최근에는 확실히 수출업체들이 환율 수준을 고려하는 것 같다. 달러를 보유하자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면서도 "매도 물량이 일부 줄어도 무역흑자가 늘어난다면 영향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지속되는 달러 약세 흐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에도 시장의 시선이 쏠린다. 미국 재정적자 우려가 촉발한 달러 약세는 달러인덱스를 구성하는 통화 가운데 유로화 다음으로 비중이 큰 엔화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더욱 심화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당장 다음 주 열릴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결정이 향후 달러 가치를 가늠할 중요한 방향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16일(현지시간), 일본은행(BOJ)은 18일 금리 발표를 앞두고 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시장 컨센서스는 미국은 동결과 인상이 반반이고, 일본은 인상 가능성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라며 "만약 미국이 동결하고 일본이 빅스텝(0.5%포인트 인상) 또는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할 경우 원·달러 환율은 1320원까지도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고 있는 점은 환율의 추가 하락을 억제할 것으로 봤다. 이유정 하나은행 연구원은 "국내 경제의 성장 호조 등으로 원화의 펀더멘털 자체는 긍정적이나 환율이 더 큰 폭으로 하락하기에는 대내외 여건이 불안정한 상황"이라며 "전쟁과 유가 모두 불확실해 언제든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가 종료된 점, 삼성전자의 특별배당 지급 발표로 최대 100억달러로 추정되는 현금배당 역송금 수요가 생긴 점도 환율 하단을 지지할 변수다.
이례적 '달러 호황' 걷히고 난 뒤에는…굳어진 해외투자, 원화 약세 부각될 수도
반도체가 이끈 수출 호황의 환율 영향력이 커진 가운데 시선은 반도체 사이클 이후로 쏠린다. 지금의 이례적인 '달러 유입' 호황이 끝난 뒤에도 원화 펀더멘털 강화 기조가 유지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일시적이고 단기적인 요인을 제거하고 구조적 변수만 놓고 보면 오히려 달러에 대한 수요 압력이 강화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지적한다. 반도체 사이클이 끝나고 나면 고착화한 해외투자 흐름이 원화 약세를 다시 부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역대급 수출 호황에 가려졌지만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와 개인의 해외증권투자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해외투자 가운데 증권투자는 2024년 670억달러에서 지난해 1403억달러로 1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증권투자 비율도 3.6%에서 7.5%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투자 규모는 일본(1028억달러)을 크게 웃돈다. 임 연구원은 "국내 기업 역시 해외 공장 건설 등 투자 계획을 지속하면서 순해외직접투자(FDI) 규모는 지난해부터 순유출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외금융자산은 2021년 2조달러를 넘어선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 2026년 2분기 3조8425억달러까지 확대됐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구조적으로 고착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고령화 가속화에 따른 생산성 저하로 해외투자가 늘어나는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투자소득수지 흑자 확대 등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경상수지에서 본원소득수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5년 23%에서 2030년 42%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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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연구원은 "구조적으로 보면 달러는 계속 유출되는 흐름"이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구조적인 달러 수요 압력이 원화 약세를 다시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 역시 "국내 투자자의 해외투자 증가세 등은 언제든 수급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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