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넘어 재정·금융범죄로…관세청, 무역범죄 4대 분야 집중 단속
정부가 무역범죄를 향해 칼끝을 겨눈다. 최근 무역범죄는 단순 탈세 목적을 넘어 재정·무역범죄로 진화하는 양상이다. 정부 보조금·자본투자 등을 편취하기 위해 무역실적을 부풀리거나, 부정 조달 납품을 위해 저가 외국 제품을 국산으로 둔갑시키는 등의 수법도 동원된다. 이에 정부는 수출입 거래를 조작해 각종 재정·금융범죄 및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무역기반 금융범죄(Trade-Based Financial Crime·TBFC)'에 단속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관세청은 10일 구윤철 부총리 주재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구조혁신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4대 분야별 점검계획'을 발표했다.
점검계획은 자본시장 교란, 공공조달 부정 납품, 정부 보조금 부정수급, 정책·무역금융 편취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최근 적발된 무역기반 재정·금융범죄 유형은 ▲수출입 실적 조작 또는 허위·가장 무역으로 부풀린 매출을 공시해 주가를 부양하거나, 부정 상장·투자를 유도하는 행위(자본시장 교란) ▲저가 외국산 물품을 국산으로 둔갑시키거나, 수입(계약) 금액을 고가로 조작해 공공기관 등에 부정 납품하는 행위(공공조달 부정 납품) ▲수출입 거래를 조작해 무역실적을 기반으로 지급하는 국가·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부정으로 받는 행위(정부 보조금 부정수급) ▲대출한도 상향을 위해 수출입 실적 조작과 허위 무역거래로 불법 대출을 받고, 정책금융 부당하게 편취하는 행위(정책·무역금융 편취) 등이 대표적이다.
관세청은 이들 범죄를 차단하기 위해 '무역기반 재정·금융범죄 특별수사단(특수단)'을 신설해 운영한다. 관세청 조사총괄과장이 단장을 맡고, 서울세관 조사 1국(조사총괄과·특수조사과)·2국(외환조사총괄과·외환검사과)을 주축으로 유관기관과 협업해 합동점검 및 단속을 벌이는 게 특수단의 주된 활동이다.
◆상장기업의 '시장 퇴출 회피' 점검=정부는 현재 부실기업이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투자주의 환기·관리종목 지정·상장폐지 등의 단계적 시장 조치를 회피할 목적으로 수출실적을 조작한 혐의가 있는지를 점검하는 중이다.
여기에 더해 특수단은 코스닥·코넥스 등 하위 증권시장에 신규 상장·심사 중인 기업 목록을 공유받아 부정 상장·주가 부양 목적의 조작 행위를 추가로 점검할 계획이다.
자격 미달 기업이 상장 요건을 부정한 방법으로 충족하거나, 수출실적 등을 조작해 회사 가치를 높인 후 공모가를 높이는 등의 행위도 점검 대상이다.
◆조달 납품 목적의 '원산지 둔갑' 점검=국내 기업이 직접 생산하는 조건으로 등록한 물품을 납품하면서, 실제로는 저가 수입 물품을 국산으로 둔갑해 차액을 편취하는 행위도 점검 대상이다.
특수단은 이 같은 행위가 의심되는 업체와 품목을 찾아내 조달청과 원산지 합동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특히 해외조달시장 진출유망기업(G-PASS) 등 조달청이 지정하는 우수기업에 제공되는 특혜를 받기 위해 수출실적을 조작하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합동점검도 추진한다.
◆수출실적 조작 통한 '보조금 편취' 점검=수출실적은 정부 보조금을 받을 대상을 선정하고, 지원 수준을 결정하는 데 기준이 된다. 이 때문에 신청 기업이 수출 실적을 과다하게 조작해 적발되는 행위가 적발된 사례도 있다.
이와 관련해 특수단은 중기부 등 유관기관과 협업해 수혜업체 명단을 공유받은 후 이를 토대로 보조금 신청 전후의 수출실적 조작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급여 대상 품목 및 공급업체 명단을 확인해 국가재정·급여 편취 목적의 수입단가 조작이 있었는지도 들여다본다.
◆정책·무역금융 편취 행위 점검=관세청은 정책금융을 신청할 때도 수출실적을 조작할 우려가 큰 것으로 판단한다. 수출 실적을 기준으로 대출한도를 설정하거나, 이자율 감면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에 특수단이 국책은행 등 유관부처와 협업해 정책금융 수혜업체의 신청 전후 수출실적 조작 혐의를 점검하고, 민간은행 및 무역보험공사와 무역보험·금융지원 내역을 분석해 부정 대출을 목적으로 신용장 등 무역서류를 조작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관세청은 유관기관과 협력해 4대 분야별로 점검을 실시했을 때 혐의 업체의 정밀 단속이 가능해지고, 유관기관은 점검 결과를 토대로 제도를 개선해 공정·신뢰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궁극적으로는 이번 점검이 국가 재정 보호와 공정한 경제질서 확립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종욱 관세청장은 "관세청은 무역과 외환 데이터 분석 결과를 실제 수사로 이어갈 역량을 갖춘 기관"이라며 "다만 추가적인 정보 없이는 재정·금융범죄자의 정확한 식별이 제한적이라는 게 현장 판단"이라고 유관기관과의 협업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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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국가재정 누수 방지와 부실기업의 시장 퇴출을 통한 투자자 보호 및 건전한 자본시장 육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4대 분야별 점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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