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민간 주도 해상풍력단지
작년 5월 상업운전·12월 준공
2·3단지 환경영향평가 종료
하반기 정부 경쟁입찰 준비중

지난 9일 오후 전라남도 신안군 자은리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50분쯤 달리니 거대한 풍력발전기 10기가 바람을 맞아 힘차게 돌고 있었다. 해수면부터 블레이드 끝까지 높이는 237m. 여의도 63빌딩(249m) 높이와 비슷한 전남해상풍력 1단지 풍력발전기였다.


"작년 5월에 상업 운전, 12월에 준공식 이후 97%의 가동률과 30% 초반대의 이용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진철 전남해상풍력 대표(SK이노베이션 E&S 부사장)가 선상에서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전남해상풍력 1단지 사업은 SK이노베이션 E&S와 덴마크 재생에너지 투자기업 코펜하겐인프라스트럭처파트너스(CIP)가 51대 49의 비율로 투자했다. 기자는 한국풍력산업협회와 함께 준공 9개월째를 맞고 있는 전남해상풍력 발전단지를 다녀왔다.

전남해상풍력 1단지에 설치된 9.6MW 용량의 풍력발전기. 강희종기자

전남해상풍력 1단지에 설치된 9.6MW 용량의 풍력발전기. 강희종기자

AD
원본보기 아이콘

신안군 자은도에서 약 90㎞ 떨어진 바다에서 건설된 전남해상풍력 1단지는 지멘스가메사의 9.6메가와트(㎿) 터빈 10대가 설치돼 있다. 이는 국내에서 처음 설치된 10㎿급 해상풍력터빈이다. 이외에도 전남해상풍력은 여러 개의 '국내 최초' 타이틀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비소구형 방식으로 세계 표준에 맞게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진행했으며 최초로 모노파일 방식으로 건설됐다"고 설명했다.


비소구형이란 프로젝트의 사업성과 수익만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고, 금융기관이 대주주에게 대출금 상환을 청구하지 않는 방식을 말한다. 순수 사업성만 보고 은행이 돈을 빌려줬다는 뜻이다. 전남해상풍력은 2022년 도입된 정부의 해상풍력 경쟁입찰에서 처음으로 선정된 후 국내외 금융권으로부터 6000억원을 성공적으로 조달해 2023년 착공에 들어갈 수 있었다.

김진철 전남해상풍력 대표가 1단지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풍력산업협회

김진철 전남해상풍력 대표가 1단지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풍력산업협회

원본보기 아이콘

그동안 서해안에서는 재킷(삼발이 모양의 하부구조물) 방식으로 해상풍력을 설치했으나 전남해상풍력은 큰 철기둥 하나만을 박는 모노파일 방식을 채택해 공사 기관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전남해상풍력이 성공을 거둔 이후 서해안에서 설치되는 후속 해상풍력은 모노파일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회사는 500~600t의 나셀(풍력 터빈을 감싸고 있는 프레임)과 타워를 운송하기 위해 배후항만인 목포신항에 약 100억원을 투자해 지내력(건물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힘)을 보강했다. 덕분에 목포신항은 현재 다수의 해상풍력 사업의 배후항만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모든 것이 수월하진 않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원자재값이 폭등하며 사업비가 크게 늘었다. 전남해상풍력을 착공할 때만 해도 ㎿당 60억원의 건설비를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당 약 90억원으로 상승했다.

김진철 전남해상풍력 대표(SK이노베이션 E&S 부사장)

김진철 전남해상풍력 대표(SK이노베이션 E&S 부사장)

원본보기 아이콘

'국내 최초 민간 주도 해상풍력'인 전남해상풍력은 국내 해상풍력 산업에서 여러 의미를 지니고 있다. 김 대표는 "2022년 12월 정부 입찰에서 선정된 후 2년 반 만에 완공함으로써 국내 입찰 시스템의 신뢰도를 높이고 국내 공급망 구축을 통해 국내 해상풍력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전남해상풍력은 터빈을 제외하고 타워(CS윈드), 하부구조물(현대스틸산업), 해저케이블(LS전선), 육상변전소 및 송전선로(가온-현대일렉트릭), 설치선(현대스틸산업) 등 설계조달시공(EPC)의 70%를 국산화했다.


전남해상풍력은 1단지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2·3단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남해상풍력 2·3단지는 1단지의 서쪽 부근에 있다. 각각 설비용량 400㎿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지난달 환경영향평가를 완료하며 정부의 해상풍력 경쟁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르포]'모든 게 최초' 전남해상풍력 1단지, 성공모델 2·3단지로 잇는다 원본보기 아이콘

전남해상풍력 2·3 단지는 올해 하반기 입찰에 참여한 후 2028년 하반기에 착공할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2031년에는 상업 운전을 시작하게 된다. 이 경우 전남해상풍력은 총 900㎿에 달하는 대규모 해상풍력단지로 거듭난다. 정부가 추진하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주요 에너지 공급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3단지는 지난해 4월 지정된 신안해상풍력집적화단지에 포함되면서 빠르게 시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는 "2·3 단지는 정부 인허가 제약이 최소화된 입지로, 군작전성 협의까지 거의 마무리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건설비가 크게 늘어난 것이 부담이다. 풍력 업계에서는 정부가 지나치게 입찰 가격을 낮출 경우 오히려 국내 공급망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안군 생낌항에 있는 전남해상풍력 O&M 센터 전경

신안군 생낌항에 있는 전남해상풍력 O&M 센터 전경

원본보기 아이콘

전남해상풍력은 생낌항에 운영 및 유지관리(O&M)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는 지멘스가메사 직원 10명을 포함해 3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센터 1층에는 지멘스가메사의 부품 보관 창고가 마련돼 있었다. 김 대표는 "터빈에 고장이 발생해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O&M 센터의 인력은 2·3단계 사업이 완료되는 시점에서는 100여명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전남해상풍력은 신안군에서 시행하고 있는 첫 번째 '바람소득' 모델이기도 하다. 신안군은 태양광발전소의 이익의 일부를 주민들이 결성한 협동조합에 배분하는 햇빛소득 사업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전남해상풍력은 햇빛소득과 동일한 방식으로 바람소득을 신안군 주민과 공유하고 있다.

신안군 이정수 신재생에너지국장이 신안군 해상풍력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풍력산업협회

신안군 이정수 신재생에너지국장이 신안군 해상풍력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풍력산업협회

원본보기 아이콘

신안군청의 이정수 신재생에너지국장은 "2025년 2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전남해상풍력으로부터 55억원의 이익 공유금이 발생했다"며 "이중 45%는 자은면민에게, 나머지 55%는 신안군의 타지역에 배분했다"고 설명했다. 전남해상풍력 2·3단지 역시 바람소득 방식으로 주민과 이익을 공유할 계획이다.


바람소득은 햇빛소득과 보완 관계를 형성하며 주민들의 소득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 이 국장은 "풍력발전은 태양광발전소의 발전량이 적은 10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동절기에 발전량이 많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1년 내내 일정하게 이익금을 분배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안해상풍력집적화단지 11개 단지(3.7GW) 중 9개 단지(3.0GW)는 공동접속 설비를 이용해 한국전력의 전력망에 접속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가 기간 전력망으로 지정돼 있지 않아 송전선로 주변 주민들의 수용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AD

국가기간전력망으로 지정되면 1㎞당 20억원씩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신안군은 민간 사업자가 공동접속 설비로 설치한 경우 국가기간 전력망확충법에 의한 국가기간 전력망으로 지정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