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인데 책이 없다"…안으로 들어가보니 벽면 가득 채운 '명품'[럭셔리월드]
9일 '루이비통 서울 도산' 오픈
4개월새 콘셉트 변경…이번엔 '라 비블리오테크'
롤렉스·보테가베네타·티파니 등 잇단 출점
명품 소비·외국인 수요에 플래그십 경쟁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들어선 '루이비통 서울 도산' 플래그십 스토어. 갈색 바탕에 초록과 노랑, 분홍색 책을 쌓아 올린 듯한 건물 외관이 멀리서도 한 눈에 들어왔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 사이로 가방과 신발, 액세서리가 놓여 있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 매장이 도서관으로 변신했다.
루이비통은 지난 9일'라 비블리오테크(La Bibliotheque)' 콘셉트로 새 단장한 도산 매장을 공개했다. 비블리오테크는 프랑스어로 도서관을 뜻한다. 가을 새 학기를 앞두고 학용품과 책가방 등을 장만하는 미국의 '백투스쿨(Back-to-school)' 문화에서 착안했다. 최근 국내에서 독서와 활자를 취향으로 소비하는 '텍스트힙' 흐름과 맞닿아 있다.
책장 채운 루이비통…서울 한정 스니커즈까지
1층에 들어서면 서가처럼 꾸민 벽면을 따라 실크 제품과 스몰 레더 굿즈, 액세서리, 스니커즈가 이어진다. 퍼렐 윌리엄스가 디자인에 참여한 'LV 드롭 300'을 비롯해 백투스쿨 분위기를 강조한 제품들이 눈에 띈다.
2층은 도산 매장에서만 살 수 있는 스니커즈 2종을 만날 수 있다. 서울의 노을빛에서 착안한 분홍색 '선셋 핑크'와 회색 계열의 '서울 그레이'다. 서울 그레이는 신발 끈 부분에 한글로 '서울'을 새겨 지역적 특색을 더했다.
3층에서도 도서관 분위기는 이어진다. 이곳에는 카페가 자리 잡았다. 대표 메뉴인 '라이브러리 크러시 케이크'는 겉모습부터 책을 닮았다. 책 모양의 케이스를 펼치면 안에서 케이크가 나오고, 초콜릿으로 코팅된 겉면을 숟가락으로 깨 먹는 방식이다. 하트 모양 초콜릿 케이크와 무화과 디저트도 판매한다. 편지봉투 모양의 쿠키와 루이비통 로고 인장이 찍힌 마카롱은 포장 전용으로 마련했다.
루이비통은 약 4개월마다 도산 매장의 콘셉트를 바꾸고 있다. 제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공간과 식음료(F&B)를 하나의 주제로 묶어 매장 자체를 브랜드 경험의 장으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청담~도산에 몰리는 명품…플래그십 경쟁 돌입
도산공원에서 압구정로데오, 청담동으로 이어지는 일대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의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백화점 중심으로 경쟁한 명품 브랜드들이 가두 상권에서도 대형 단독 매장을 확대하며 브랜드의 '얼굴'로 내세운 것이다.
청담 명품거리에는 이미 샤넬과 루이비통, 구찌, 프라다, 미우미우, 디올, 버버리, 생로랑, 로로피아나 등 주요 브랜드의 단독 매장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패션·가방 중심이던 브랜드 구성도 시계와 주얼리로 넓어지는 추세다.
신규 출점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이탈리아 주얼리 브랜드 다미아니가 국내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고 지난달엔 독일 웨딩 주얼리 브랜드 아크레도가 6층 규모의 청담 플래그십을 열었다. 롤렉스도 하반기 중으로 약 911㎡ 규모의 국내 첫 단독 매장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에는 경쟁이 더 치열해진다. 보테가 베네타가 상반기 지상 6층, 약 3200㎡ 규모의 국내 첫 단독 플래그십을 열 예정이다. 인근에는 티파니가 약 3656㎡, 지상 7층 규모의 매장을 짓고 있다. 폴로 랄프로렌도 도산대로에 약 1839㎡ 규모의 플래그십을 준비하고 있다. 청담사거리에서 압구정로데오역으로 이어지는 700m 남짓한 구간에서 여러 대형 매장이 동시에 들어서는 셈이다.
판매점 넘어 '브랜드 얼굴'…韓 시장 성장 주목
명품 브랜드가 강남 일대에서 단독 매장에 투자하는 것은 오프라인 매장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어서다. 백화점 매장이 상품 판매에 효율적이라면 플래그십은 건물 외관부터 내부 공간, 상품 구성까지 브랜드가 독자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VIP를 위한 별도 공간이나 고가·한정 제품을 운영하고 전시와 식음료(F&B) 등까지 결합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주기도 쉽다.
한국 시장의 위상이 높아진 것도 배경이다. 탄탄한 국내 명품 수요에 외국인 관광객 소비까지 더해지면서 글로벌 브랜드들이 서울을 아시아 시장의 주요 거점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명품 시장 규모는 2016년 13조3283억원에서 2020년 15조2182억원, 2025년 21조1071억원으로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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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업계 한 관계자는 "청담·도산은 구매력이 높은 고객이 많을 뿐 아니라 주요 명품 브랜드가 밀집해 있다는 것 자체가 상권의 경쟁력이 됐다"며 "경쟁 브랜드가 모일수록 소비자에게는 여러 브랜드를 한꺼번에 둘러볼 수 있는 목적지가 되고, 이는 다시 유동인구를 끌어들이는 집적 효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플래그십은 단순한 판매점보다 브랜드의 위상과 정체성을 보여주는 일종의 미디어 역할이 커졌다"며 "높은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핵심 럭셔리 상권에 독립된 건물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브랜드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전략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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