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기관마다 건물값 제각각
내년 11억유로 전제
2800억 추가조달 난항

편집자주상장리츠 최초로 회생절차를 신청한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영국 소송에서도 패소하면서 6000억원대 채무조정의 향방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아시아경제는 영국 판결이 남긴 쟁점과 파이낸스타워 가치평가 논란, 5년 변제계획의 현실성을 검증하고 이번 사태가 드러낸 제도적 빈틈을 짚어본다.

제이알글로벌리츠의 회생 가능성을 가를 핵심 변수는 결국 브뤼셀 파이낸스타워의 가치평가다. 제이알투자운용이 제시한 5년 변제계획은 내년 이 자산을 11억유로로 평가받아 담보대출을 갈아타고, 추가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영국 법원은 지난 8일(현지시간) 현금유보(캐시트랩)의 근거가 된 존스랑라살(JLL)의 9억2000만유로 평가가 대출약정상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다른 감정평가와 회사 장부에 잡힌 가치가 이보다 높아, 내년 실제 감정가가 어느 수준에서 결정되느냐에 따라 변제계획의 성패도 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각자도생 제이알리츠]②11억유로에 걸린 5년…파이낸스타워 가치평가 논란
AD
원본보기 아이콘

10억8100만유로 평가 뒤 물러난 나이트프랭크

JLL보다 앞서 파이낸스타워를 평가한 나이트프랭크는 지난해 12월 약 10억8100만유로를 제시했다. 이후 대주단 측 투자관리사인 핌코(PIMCO)는 평가의 '핵심 쟁점'에 대한 항목별 답변과 보고서 수정을 요구했고, 나이트프랭크는 올해 1월30일 평가 업무에서 물러났다.


사임 당시 담당자는 질의의 성격과 신뢰 부족, 평가 과정에 가해진 부당한 압력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핌코 측도 나이트프랭크와의 면담 자리에서 9억5000만유로를 잠재적 평가액으로 언급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각자도생 제이알리츠]②11억유로에 걸린 5년…파이낸스타워 가치평가 논란 원본보기 아이콘


하지만 영국 재판부는 나이트프랭크가 대주단의 부당한 개입 때문에 사임했다는 회사 측 주장까지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나이트프랭크가 회사 측에 더 높은 평가를 기대하게 하면서 스스로 곤란한 상황에 놓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이후 회사 측 자산관리회사 발레스코가 의뢰한 콜리어스의 비공식 평가는 10억6900만유로였다. 캐시트랩을 발동시키지 않는 수준이다. 회사는 이를 근거로 콜리어스를 감정평가법인으로 선임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대주단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새로 선임된 JLL이 내놓은 값은 9억2000만유로였다. 재판 과정에서 회사 측 전문가가 주장한 적정 가치는 10억9000만~11억유로였다.

회사 측 평가는 13억5200만유로…소송 주장치도 격차

영국 재판부는 어떤 가격이 정답이라고 명시하지 않으면서도, JLL의 평가가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감정평가 결과를 놓고 특정 숫자를 넘느냐에 따라 캐시트랩 발동 여부가 갈리도록 한 계약 구조의 취약성을 지적했다.


제이알리츠가 별도로 외부 전문 감정기관에 의뢰해 받은 지난해 말 파이낸스타워 평가액은 13억5210만유로다. JLL 평가액 9억2000만유로와 4억3000만유로, 원화로 7000억원 넘게 차이가 난다. 회사가 영국 소송에서 전문가를 통해 주장한 적정 가치 10억9000만~11억유로와 비교해도 2억5000만유로 이상 높다.


최근 서울회생법원이 선임한 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도 제이알리츠의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를 들여다보고 있다. 파이낸스타워가 회사 자산의 핵심인 만큼 어떤 가치를 인정받느냐는 회생 가능성을 따지는 과정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질 전망이다. 중간보고서 제출기한은 오는 28일이다.

"대환보다 추가 대출이 중요"

채권자들이 우려하는 지점은 회사가 제시한 5년 변제계획도 파이낸스타워 가치에 크게 기대고 있다는 점이다. 제이알리츠는 영국 소송의 승패와 관계없이 내년 담보대출 리파이낸싱 시점의 감정가를 11억유로, 담보인정비율(LTV)을 55%로 가정했다.


이는 새 대출로 기존 현지 대출을 갚은 뒤 남는 돈을 국내 채무 변제에 쓰겠다는 구조다. 이번 패소 시나리오에서는 추가로 확보해야 할 금액이 2837억원에 이른다. 국내 채권자에게 갚을 재원을 만들려면 파이낸스타워를 담보로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빌려야 한다.


회사는 내년 11억유로 평가를 기대하는 근거 가운데 하나로 임차인인 벨기에 건물관리청과 진행 중인 임대차 장기 연장 협상을 들고 있다. 정부 기관의 임대 기간이 늘어나면 장기간 안정적인 임대수익이 확보돼 감정평가에도 긍정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기존 대출을 새 대출로 갈아타는 것과 대출 규모를 늘려 국내 채무를 갚을 현금까지 마련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소송 상대였던 기존 대주단이 만기 이후에도 남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을 새로 실행해줄 금융기관을 찾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제이알리츠는 영국 판결 이후 복수의 금융기관과 리파이낸싱 협의 및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캐시트랩이 유지되는 동안 연간 2000만유로 이상의 벨기에 배당수입은 현지 담보대출 상환에 우선 투입한다. 조사위원 검토 결과와 환헤지 채무 감소, 신규 금융기관과의 협의 내용 등을 반영한 추가 채무변제계획도 내놓을 예정이다.

AD

기존 대출 약정의 조건도 변수다. 파이낸스타워의 캐시트랩 LTV 기준은 올해 52.5%에서 대출 3년 차 이후 50%로 강화된다. 다만 이는 현재 대주단과 체결한 기존 대출에 적용되는 조건이다. 회사가 내년 변제계획에서 가정한 LTV 55%는 신규 금융기관을 통한 리파이낸싱 조건이다. 회사가 전제한 대로 새 대주단이 파이낸스타워의 자산가치를 11억유로로 평가하고 LTV 55%까지 인정할 수 있느냐에 시장의 의문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