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모자 화폐 영정 그려낸 화가
한국 미술의 자생성 개척, 미술계 '파동'

5000원권 율곡 이이와 5만 원권 신사임당 등 대한민국의 모자(母子) 화폐 영정을 모두 그린 한국화 거장, 이종상 화백이 8일 별세했다. 향년 88세.

2023년 11월 17일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열린 '화가 이종상을 만나다' 강연 포스터에서 故이종상 화백 모습. 강연주제는 민족문화의 자생성과 문화 영토론이었다. 국립전주박물관

2023년 11월 17일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열린 '화가 이종상을 만나다' 강연 포스터에서 故이종상 화백 모습. 강연주제는 민족문화의 자생성과 문화 영토론이었다. 국립전주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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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랑(一浪). '첫 번째 파도' 혹은 '높고 큰 물결'을 뜻하는 그의 호처럼, 고인은 한국 미술계에 거침없는 파동을 만들어냈다.


먼저 고인에게는 늘 '최초'라는 수식어가 함께했다. 1938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회화과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동국대에서 동양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 재학 시절인 1961년부터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3년 연속 특선하며 최연소 국전 추천작가가 됐다.

파도의 본질은 다름 아닌 '자생'이었다. 고인은 평생 '한국미술의 자생성'을 화두로 삼아 서구 미술을 답습하는 대신 우리 역사와 재료에서 현대성을 찾았다.


대표적인 예시로 고구려 고분벽화를 연구하고 전통 산수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현대 진경' 연작 등을 선보였으며, 1997년에는 프랑스 외무성 초청으로 루브르박물관 카루젤홀 성벽에 71.3m 길이의 대형 벽화를 남겼다.

5천원과 5만원권 지폐에 들어가있는 율곡이이, 신사임당 영정. 한국은행

5천원과 5만원권 지폐에 들어가있는 율곡이이, 신사임당 영정.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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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에게는 화폐 영정 작가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5000원권 율곡 이이에 이어 5만 원권 신사임당 영정을 제작했으며, 우륵·광개토대왕·원효대사·장보고 등 국가 표준영정 다수를 제작했다.

고인은 생전 화폐를 "30~50년간 쓰이는 국가의 공유재산이자 국민의 자존심이 담긴 문화가치"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1977년부터 수십 년간 독도를 찾아 '독도 문화 심기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또 고인은 서울대 미대 교수와 박물관장, 미술관장을 지내며 후학을 길렀고, 2004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선출되며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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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소는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1일 오전 8시다.


신은서 인턴기자 els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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