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개강철 맞아 대학가 일일호프 성수기
미팅부터 레크리에이션까지…'친목 놀이터'
행사 기획, 모객 경험…수익 배분엔 불만도

2학기 개강 일주일을 맞은 지난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주점. 입구에 들어서자 학생들이 예약자 명단을 확인하고 신분증을 살폈다. 주점 안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학생들이 자리를 안내하고 함께 앉을 다른 손님과의 매칭을 돕는다. 테이블 사이를 오가며 술과 안주를 나르고 주방에서 간편식품을 데우는 등 조리도 학생들의 몫이었다. 주점을 채운 손님도, 일손을 맡은 스태프도 모두 대학생이었다. 대학생들이 하루 동안 직접 '일일호프'를 운영하는 것이다.


스태프로 일한 서울대 재학생 주하은씨(20)는 "학과 간 교류를 위해 학교 차원에서 진행되는 교류반 활동의 일환"이라며 "입장객이 많을수록 행사가 활기를 띠기 때문에 대학생으로 보이는 손님들을 대상으로 모객 행위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장항준씨(23)는 "모르는 사람들과 처음으로 안면을 트고 대화를 나누는 일 자체가 많이 할 수 없는 경험"이라며 "간혹 취기가 오른 손님들이 난동을 피우면 난감하지만 대처 능력을 배우게 된다"고 했다.

지난 8일 서울대 학생들이 주최한 일일호프가 열린 서울 서대문구 한 주점에서 스태프들이 손님들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있다. 오지은 기자

지난 8일 서울대 학생들이 주최한 일일호프가 열린 서울 서대문구 한 주점에서 스태프들이 손님들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있다. 오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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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학기 개강철을 맞아 대학가 대관업체에 일일호프 수요가 몰리고 있다. 술을 마시는 자리를 넘어 다른 대학이나 학과 학생들을 만나고 교류하는 장으로 성격도 넓어지는 분위기다.


11일 서울 신촌 일대에서 일일호프를 운영하는 한 대관업체에 따르면 추석 연휴를 제외한 9월 모든 영업일에 최소 2개 지점 이상 일일호프 예약이 잡혀 있다. 이 업체는 5개 지점을 운영하며 서울권 대학생의 일일호프 수요를 대부분 흡수하고 있는 곳이다. 업체 관계자는 개강 직후부터 중간고사가 시작되는 10월 중순 전까지 수요가 몰린다고 설명했다. 입장료는 1인당 5000~6000원 수준이다. 대학생 중심의 행사를 위해 신분증을 확인하고 연령대도 20~25세 사이로 제한한다.

학생들이 일일호프를 여는 이유는 다양하다. 공연 동아리의 경우 공연장 대관료 등 고정비를 마련하기 위해 행사를 열고, 학생회는 대동제 등 학내 행사 비용을 마련하거나 집행부원에게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일일호프를 연다. 다른 대학 학생들과 친분을 쌓거나 친구들과 함께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경험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럭키드로우(경품추첨)와 팔씨름 같은 게임부터 학교·학과별 퀴즈, 드레스코드 맞춰 입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스포츠 직관 소모임에서 야구를 주제로 개최한 일일호프에선 참가자들이 유니폼을 입고 야구 이야기를 나누며 경기 결과를 예상하는 행사를 열었다. 수도권 친목 커뮤니티에서 개최 예정인 일일호프에선 여러 종류의 와인을 시음하며 서로의 취향을 알아가는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술 자체보다 처음 만난 사람끼리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공통의 소재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다.


지난 8일 이화여대 학생들이 주최한 일일호프가 열린 서울 서대문구 한 주점에 손님들이 입장하고 있다. 오지은 기자

지난 8일 이화여대 학생들이 주최한 일일호프가 열린 서울 서대문구 한 주점에 손님들이 입장하고 있다. 오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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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학생들이 행사에서 맡는 역할에 비해 수익으로 돌아오는 몫이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생들이 직접 술과 음식을 판매하는 형태로 운영할 경우 식품위생법상 영업신고 등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대관업체가 별도의 대관료를 받지 않는 대신 입장료와 판매 수익을 주최 측과 일정 비율로 나누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대관업체 측에서 주점을 운영하며 판매와 조리를 맡고 학생들은 홍보와 모객, 입장 관리, 서빙, 행사 진행 등을 담당하는 식이다.


지난 학기 일일호프를 열었던 이화여대 한 단과대학 학생회 관계자는 업체와 수익을 나누는 과정에서 업체가 90%, 학생 측이 10%를 가져가는 방식으로 정산됐다고 전했다. 그는 "입장료 일부도 함께 정산받았지만 프로그램 기획에 더 많은 돈이 들어 경험을 쌓은 것에 의의를 뒀다"고 했다. 지난해 일일호프 스태프로 일했던 건국대 재학생 윤모씨(22)는 "일회성 행사다 보니 정보 접근성이 적은 학생 입장에선 매장에서 안내하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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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학생이나 교수들이 술을 팔아주는 개념이었다면 요즘 학생들은 직접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한다"며 "예전처럼 학과를 중심으로 뭉치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중심으로 연합동아리나 모임을 만들고, 단기적으로 만나 즐기는 데 익숙한 특성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학생들이 행사 운영에 직접 참여하는 만큼 수익 배분이나 운영 방식이 적절한지를 꼼꼼히 살펴보고 사전에 업체와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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