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상인푸르지오 센터파크' 앞 장사진
CR리츠가 2년 방치된 아파트 매입
신축인데다 시세보다 1억원 저렴
지방 미분양 해법 주목

준공 이후 2년 가까이 미분양으로 남아 있던 대구의 한 아파트가 이번에는 전세 계약을 잡으려는 실수요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주변 구축 아파트보다 최대 1억원가량 저렴한 전세 물량이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를 통해 공급되면서 텐트와 캠핑용 의자까지 동원한 이례적인 '전세 오픈런'까지 벌어졌다. 분양시장에서는 외면받던 단지가 가격 경쟁력과 보증 안정성을 앞세워 실수요자의 선택지로 급부상한 만큼 CR리츠가 지방의 장기 미분양을 해소할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8일 대구 달서구 한 신축 아파트 2차 전세 분양 대기줄에 텐트가 설치돼 있다. 해당 아파트는 준공 후 악성 미분양 상태였으나,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가 매입해 전세 분양에 나서 시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연합뉴스

8일 대구 달서구 한 신축 아파트 2차 전세 분양 대기줄에 텐트가 설치돼 있다. 해당 아파트는 준공 후 악성 미분양 상태였으나,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가 매입해 전세 분양에 나서 시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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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0건' 신축 아파트의 극적인 반전

9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대구 달서구 상인동에 위치한 '상인푸르지오센터파크'는 990가구 규모의 신축 단지다. 2024년 4월 준공됐지만 분양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장기간 미분양 상태에 놓였다. 같은 해 11월 입주자 모집공고를 냈고 발코니 확장 무상 제공 등의 조건도 내걸었지만 특별공급 6건, 1·2순위 52건 등 청약 신청은 58건에 그쳤고 실제 분양계약은 한 건도 성사되지 않았다.

결국 단지는 준공 후 미분양을 매입하는 CR리츠에 통째로 편입됐다. CR리츠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한 뒤 임대하고,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면 매각하는 구조의 부동산 금융상품이다. 건설경기 침체기에 활용됐던 제도가 2009년과 2014년 운영된 뒤 사라졌다가 2024년 국토교통부에 의해 다시 도입됐다.


시장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지난 6월 1차 전세 공급 당시에도 선착순 계약을 앞두고 분양사무소 주변에 긴 대기 행렬이 형성됐다. 549가구가 1차 공급 물량으로 나왔으며 공급 초기 이틀 만에 330가구가 동·호수 지정 계약을 체결했고 이후 대형 평형을 제외한 약 420가구의 계약이 완료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에도 전세 물량을 잡으려는 수요자들이 전날부터 텐트를 치고 기다리는 '밤샘 오픈런'이 나타났다.

8일 대구 달서구 한 신축 아파트 2차 전세 분양 대기줄에 텐트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8일 대구 달서구 한 신축 아파트 2차 전세 분양 대기줄에 텐트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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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공급에서도 같은 현상이 반복됐다. 지난 8일 선착순 동·호수 지정 신청을 앞두고 6일부터 대기 행렬이 생겼으며 접수 시작 시점에는 200~250여명이 현장에 몰렸다. 일부 수요자는 최대 43시간을 기다리기도 했다. 2차 공급 물량은 약 440~441가구로, 동·호수 지정 신청 이후 오는 11일부터 정식 계약이 진행된다.


구축보다 싼 신축 전세, 수요자 움직였다

수요를 끌어모은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가격이었다. 전용면적 84㎡ 전세금은 2억2200만원부터 2억6000만원 수준으로 책정됐고, 전용 113㎡와 117㎡는 3억원에서 3억3000만원 안팎으로 공급됐다. 달서구 일대 전세 시세가 전용 84㎡ 기준 약 3억원, 113㎡ 기준 약 4억5000만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면적과 가격에 따라 4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신축이라는 상품성과 함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실수요자의 관심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임대 기간은 기본 2년이며 계약갱신권을 행사할 경우 최대 4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리츠가 주택을 보유하면서 집값 하락에 따른 자산 위험을 부담하고, 임차인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증금과 신축 주거, 보증 안전성을 확보하는 구조다. 일부 사업에서는 임차인에게 향후 분양 전환 기회도 제공된다.


결국 같은 주택이라도 매매 방식으로는 외면받던 물량이 가격과 금융구조를 바꾸자 실수요자를 끌어모은 셈이다. 지방 주택시장의 부진을 단순히 '수요 부족'으로만 보기보다 공급 가격과 금융 조건의 불일치 문제로 봐야 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대구 곳곳으로 번진 CR리츠 실험

대구에서는 CR리츠를 통해 준공 후 미분양을 해소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구에서는 지난해 국토교통부에 등록·신청을 마친 CR리츠 4곳이 2200여가구의 준공 후 미분양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성구 파동의 '수성레이크우방아이유쉘'이 대표 사례다. 시공사 우방이 모집 자금 467억원 전액을 출자해 자사 미분양을 다시 사들이는 구조로, CR리츠는 전체 394가구 가운데 288가구를 감정평가액의 83% 수준인 1255억원에 매입했다. 이 단지의 전용 84㎡ 전세는 지난 4월 2억3000만원에 거래돼 인근 '수성해모로하이엔'과 '수성못코오롱하늘채'의 2억5000만원보다 약 2000만원 낮았다.


다만 CR리츠가 지방 미분양 문제를 일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만능 해법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리츠 역시 투자상품인 만큼 일정 수준의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물건을 중심으로 선별 투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업자와 투자자 사이의 가격 이견도 변수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분양가 대비 약 30% 할인한 수준까지 매각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요구와 기존 이해관계자들의 기대 가격이 맞서 거래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즉 CR리츠가 작동하려면 미분양 주택의 가격이 투자자에게도 사업성을 제공할 만큼 조정돼야 한다는 의미다.


'미분양 무덤' 대구, 전세 전환이 돌파구 될까

대구의 미분양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지난 7월 말 기준 대구의 전체 미분양 아파트는 4278가구이며 이 가운데 준공 후 미분양은 3481가구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많다.


정부는 CR리츠 활성화를 위해 지원책도 확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CR리츠가 취득한 비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대한 법인세 추가 과세 배제와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적용 기한을 연장하고, 운용사의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기 위한 모기지 보증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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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모든 지방 미분양 단지가 상인푸르지오센터파크 사례 같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입지와 상품성, 전세 수요, 매입 가격, 금융비용이 함께 맞아야 사업성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결국 CR리츠의 성패는 미분양 물량을 얼마나 많이 매입하느냐보다 시장 가격에 맞는 조건으로 매입해 실수요자가 접근할 수 있는 주거상품으로 전환하느냐에 달린 것으로 풀이된다.


서지영 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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