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관 前외교장관 "파병, 한미 안보 '패키지 딜'로 접근해야"
진보·보수정권 망라한 전직 외교장관들, '한미동맹' 위한 파병에 힘 실어
노무현 정부 당시 외교부 장관을 지냈던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은 9일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요청에 부응해 협조할 땐, 한국도 그에 상응해 안보 측면에서 '패키지 딜' 형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미국의 요구에 의한 이번 파병은 사실상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란 뉘앙스로, 결국엔 파병을 전제로 안보 분야에서의 협상을 최대한 끌어내야 한다는 취지다.
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서울국제법연구원·은성국제연구재단 주최로 개최된 국제회의에서 전직 외교부 장관들이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윤병세·윤영관·송민순·유명환·박진 전 외교장관. 손선희 기자
윤 이사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서울국제법연구원·은성국제연구재단 주최로 마련된 국제회의에 참석해 관련 질의에 "우리가 요구할 것을 분명히 하는 방향으로 했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과거 2003년 노무현 정부 당시 미국이 이라크전 파병을 요청했을 당시 외교부 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당시에도 그는 한미동맹 강화 차원에서 '파병 결정을 실기해선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치며 적극적으로 파병에 힘을 실었다.
윤 이사장은 파병을 대가로 미측에 요구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구체적으론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파병을 할 경우 우리가 감당해야 할 리스크(위험), 하지 않을 경우 감당해야 하는 여러 후과를 비교했을 때 후자가 더 크다는 판단 때문에 (파병이) 본격적으로 거론됐을 것"이라며 "한미 관계에서 투자 문제, 주한미군 문제 등 현안으로 걸려있는 것들이 너무 어렵고 많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현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해 '확장 억제를 제공해야 된다'는 공식 언급을 하지 않았다"며 "콜비 차관은 2024년에 '확장 억제는 허구'라는 이야기를 인터뷰에서 하기도 했다"고 짚었다.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전쟁부) 정책차관은 미 행정부 내의 대표적 '북한 비핵화' 회의론자로, 주한미군 재배치 등 이른바 '동맹 현대화'를 주도한 인사다. 윤 이사장의 발언은 이번 파병을 계기로 눈앞의 '안보 현안'을 넘어 대북 억제를 위한 한미 안보전략 전반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 이사장은 파병의 형식 및 목적에 대해서도 "프랑스와 영국 등 뜻이 같은 나라들과 국제적 연대 하에서 함께 액션을 취하는 것이 좋다"며 "국제 공공재 차원에서 호르무즈 항행의 자유를 위해 한국이 다른 나라와 함께 연대한다는 형식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목적은 '국제공동체'와 '한국 경제 안보'에 특정하고, 전쟁에 직접 참여하진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미국 쪽에도 알려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는 윤 이사장(32대)을 비롯해 송민순(34대)·유명환(35대)·윤병세(37대)·박진(40대) 등 전직 외교장관 5명이 동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 외교장관을 지낸 송민순 전 장관은 중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해부대의 작전구역 확장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문재인 정부가 택했던 방식이다. 송 전 장관은 "청해부대의 기능을 확대하고 국회에서 동의받으면 되는데, (파병 문제를) 자꾸 정치적으로 해석하니까 안 되는 것"이라며 "미국을 돕고 말고가 아니라, 국제수로의 통행 안전을 큰 명분으로 내세워 국론을 모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력 등이 조직적 가짜 여론을 형성하는 것을 일컫는 용어 '아스트로터핑(Astroturfing)'을 언급하며 "우리 국민들이 진짜 그렇게까지 파병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정부가 제대로 총대를 쥐고 '두잉 썸띵(Doing something)' 해야 한다. 두잉 나띵(Nothing)은 위험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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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초대 외교장관을 지낸 유명환 전 장관은 파병 문제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으나, 4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사례로 들며 "한미 군사동맹처럼 미-우크라 군사동맹을 맺었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속수무책으로 러시아 침공에 혼자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을 보고 한미 군사동맹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란과의 전쟁에서 한국의 '군사적 기여' 문제가 불거졌는데, 우리도 한미동맹이 중요하다고 느꼈다면 그만큼 우리가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사실상 파병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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