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질 줄 알았던 종이의 반격
'고잉 아날로그'에 빠진 Z세대

스마트폰과 함께 자란 Z세대가 다시 종이를 집어 들기 시작했다. 한때 디지털에 밀려 가장 먼저 사라질 것으로 여겨졌던 종이 잡지다. 특히 별자리 운세와 연예인 화보, 퀴즈 등이 빼곡했던 이른바 '틴 매거진'이 디지털 피로를 느끼는 젊은 세대를 겨냥해 창간에 나서는 새로운 부흥을 노리고 있다.

첫 호 표지는 팝스타 저스틴 비버와 모델 겸 사업가 헤일리 비버 부부가 장식했다. 전문 사진작가가 아닌 두 사람이 콘탁스 포인트앤드슛 카메라로 직접 서로를 찍은 사진이다. WYOUTH 인스타그램

첫 호 표지는 팝스타 저스틴 비버와 모델 겸 사업가 헤일리 비버 부부가 장식했다. 전문 사진작가가 아닌 두 사람이 콘탁스 포인트앤드슛 카메라로 직접 서로를 찍은 사진이다. WYOUTH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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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뉴욕타임스(NYT) 보도를 보면, 미국 패션·문화잡지 W가 오는 15일 10대와 젊은 독자를 겨냥한 자매지 'WYouth(더블유유스)' 첫 호를 선보인다. 더블유유스 창간의 출발점은 영화감독 소피아 코폴라가 지난해 W 편집장 사라 문브스에게 "10대 용 W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떠냐"고 문자메시지였다.


첫 호 표지는 팝스타 저스틴 비버와 모델 겸 사업가 헤일리 비버 부부가 장식했다. 전문 사진작가가 아닌 두 사람이 콘탁스 포인트앤드슛 카메라로 직접 서로를 찍은 사진이다. 첫 호는 182쪽으로 기존 W의 절반 크기로 제작됐다. 가방에 넣어 다니며 친구들과 함께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앞으로 연 2회 발행되며 온라인에서도 W 홈페이지 안에 별도 코너를 운영한다.

내용 또한 한때 미국 10대들의 침실을 점령했던 잡지의 문법을 되살렸다. 별자리 운세부터 친구 관계를 점검하는 퀴즈, 젊은 가수 인터뷰와 패션 화보 등이 실렸다. 가수 클레어로를 찰리 XCX가 인터뷰했고, 독자가 직접 오려 옷을 입혀볼 수 있는 종이 인형 페이지도 마련했다.

더블유유스의 아바 니루이 편집자는 아름답고 동경할 만한 이미지를 담으면서도 독자가 직접 오리고 붙일 수 있는 '스크랩북 같은 느낌'을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사라졌던 '틴 매거진'의 귀환

이 같은 움직임은 불과 몇 년 전까지 이어진 잡지업계의 흐름과 정반대다. 한때 미국 청소년의 대표 잡지였던 '세븐틴(Seventeen)'은 2018년 정기 종이 잡지 발행을 중단했다. '틴 보그(Teen Vogue)' 역시 종이판을 없앤 데 이어 지난해 보그닷컴 산하로 통합됐다. '사시(Sassy)'와 연예인 전문 잡지 '타이거 비트(Tiger Beat)' 등도 이미 자취를 감췄다.



성인 패션잡지 역시 종이판 발행 횟수를 줄여왔다. 종이는 제작과 유통에 많은 비용이 들고 디지털과 달리 독자 반응을 즉각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정작 종이잡지의 쇠퇴와 함께 성장한 세대가 다시 종이를 찾기 시작했다. 니루이는 NYT에 젊은 세대가 "인터넷 이전 시대를 갈망하고 있다"며 잡지를 가방에서 꺼내 친구들과 함께 보고 즐기는 경험 자체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콘텐츠처럼 손가락을 한 번 움직여 다음 콘텐츠로 곧바로 넘어갈 수 없다는 점도 오히려 잡지만의 매력이 됐다.

필름·LP·CD까지, 아날로그 매력에 '푹' 빠진 디지털 세대

종이 잡지의 귀환은 2026년 들어 더욱 뚜렷해진 Z세대의 '고잉 아날로그(Going Analog)'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스마트폰과 스트리밍 서비스가 밀어냈던 필름 카메라와 CD, LP, 플립폰, 종이책 등 물리적인 제품과 경험을 젊은 소비자들이 다시 찾는 현상이다. 청년층 전문 조사기관 YPulse도 지난 7월 'Going Analog'를 별도 트렌드로 선정하고 북미와 서유럽 젊은 세대가 빈티지 기술과 종이매체, 오프라인 경험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분석했다.

종이잡지의 귀환은 2026년 들어 더욱 뚜렷해진 Z세대의 '고잉 아날로그(Going Analog)'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스마트폰과 스트리밍 서비스가 밀어냈던 필름카메라와 CD, LP, 플립폰, 종이책 등 물리적인 제품과 경험을 젊은 소비자들이 다시 찾는 현상이다. 픽사베이

종이잡지의 귀환은 2026년 들어 더욱 뚜렷해진 Z세대의 '고잉 아날로그(Going Analog)'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스마트폰과 스트리밍 서비스가 밀어냈던 필름카메라와 CD, LP, 플립폰, 종이책 등 물리적인 제품과 경험을 젊은 소비자들이 다시 찾는 현상이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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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조사에서도 '스크린 피로'는 뚜렷하다. 해리스폴이 미국 성인 20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Z세대의 81%는 '디지털 기기에서 좀 더 쉽게 벗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전체 소비자의 71%는 종이 카탈로그나 잡지가 디지털 광고보다 더 진정성 있게 느껴진다고 응답했다. Z세대와 밀레니얼을 합친 집단에서는 63%가 종이 잡지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음악시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음반산업협회(RIA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 CD 매출은 1억711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58.6% 증가했고 LP 매출도 17.7% 늘었다. 픽사베이

음악시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음반산업협회(RIA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 CD 매출은 1억711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58.6% 증가했고 LP 매출도 17.7% 늘었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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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업계의 움직임도 WYouth에 그치지 않는다. 청소년 잡지 'Cuqui(쿠키)'는 올여름 종이 저널을 선보였으며 2027년 1월부터 매달 종이 잡지를 발행할 계획이다. 온라인 회원증 대신 실제 회원 카드를 제공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독일 출판사 부르다 역시 지난해 13~28세를 겨냥한 'InStyle GenZ'를 창간했고 독자와 광고주의 반응에 힘입어 올해 발행 횟수를 연 2회로 늘렸다.

음악시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음반산업협회(RIA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 CD 매출은 1억711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58.6% 증가했고 LP 매출도 17.7% 늘었다. 스트리밍이 음악 소비의 중심이 된 시대에 오히려 손에 잡히는 음반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셈이다.

살아보지 않은 시대가 그립다…'아네모이아'

이 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단어 중 하나가 '아네모이아(anemoia)'다. 자신이 직접 살아보지 않은 시대에 느끼는 향수를 뜻한다. 작가 존 쾨닉이 2012년 자신의 프로젝트 'The Dictionary of Obscure Sorrows'에서 만든 신조어로 알려졌다. Z세대에게 1980~1990년대 종이 잡지와 필름 카메라, LP는 실제 어린 시절의 추억이 아니지만 직접 경험하지 않은 시대의 느린 생활 방식과 기다림, 불완전함 자체를 새롭게 경험하고 싶어 한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단어 중 하나가 '아네모이아(anemoia)'다. 자신이 직접 살아보지 않은 시대에 느끼는 향수를 뜻한다. 픽사베이

이 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단어 중 하나가 '아네모이아(anemoia)'다. 자신이 직접 살아보지 않은 시대에 느끼는 향수를 뜻한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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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이들이 스마트폰을 버리고 과거로 돌아가려는 것은 아니다. 무한 스크롤과 알고리즘 추천으로 이어지는 디지털 생활 한가운데서 끝이 있고, 손에 잡히고, 소유할 수 있는 경험을 함께 찾는 데 가깝다. 종이 잡지는 그 욕구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틱톡에서 본 영상 하나는 몇 초 뒤 다른 영상에 밀려나지만 잡지는 직접 한 장을 넘겨야 다음 페이지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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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드는 사진은 오려 벽에 붙일 수 있고 친구에게 빌려주거나 책장에 꽂아둘 수도 있다. 디지털 기준으로 보면 '불편함'이지만, 모든 것이 즉각적으로 소비되고 사라지는 시대에는 그 불편함 자체가 새로운 가치와 문화가 되는 셈이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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