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모임·유선으로 낙찰자·들러리·가격 담합
한솔·한국제지는 검찰 고발도

국내 인쇄용지 공급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 온 주요 제지사들이 농민신문사가 발주한 대규모 인쇄용지 구매 입찰에서 수년간 낙찰자와 투찰 가격을 담합해 온 사실이 적발됐다. 이들은 사전 모임과 유선 연락을 통해 조직적으로 들러리를 세우며 정상 입찰 대비 10%포인트 이상 높은 낙찰률을 유지해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농민신문 인쇄용지 입찰 '짜고 친' 제지 6개사…과징금 30억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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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는 농민신문사가 발주한 총 6건의 인쇄용지 구매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예정자와 투찰 가격을 합의한 6개 제지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30억900만 원을 부과했다고 9일 밝혔다. 주도적 역할을 한 한솔제지와 한국제지 2개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적발된 업체는 한솔제지와 한국제지를 비롯해 무림피앤피, 무림페이퍼, 무림에스피 등 무림 계열 3사와 홍원제지다.


조사 결과 이들 6개사는 2021년 6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농민신문사가 정기간행물과 연말 달력 및 가계부 제작 등을 위해 실시한 인쇄용지 구매 입찰 6건에 걸쳐 사전에 모임이나 유선 연락을 취하며 치밀하게 낙찰 순번과 가격을 모의했다. 디지털 전환 확산으로 종이 수요가 감소하고 펄프 등 원자재 가격이 뛰자, 가격 경쟁에 따른 단가 하락을 막고 고가 낙찰을 유지하려는 목적이었다.

이들의 담합으로 인해 담합 이전인 2018년부터 2020년 사이 평균 87.6% 수준이던 농민신문사 입찰 낙찰률은 담합 기간 평균 96.2%까지 치솟았다. 특정 회차 입찰에서는 낙찰률이 무려 99.38%에 달해 사실상 발주처의 예정가격 전액을 수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담합 과정에서 돌발 변수가 발생하자 들러리사가 대신 수주하는 등 짬짜미 구조는 집요하게 작동했다. 2022년 치러진 2차 입찰에서는 낙찰예정자였던 한솔제지가 납품 문제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받자 사전에 들러리로 합의했던 무림페이퍼와 무림피앤피가 물량을 가로채 낙찰받았다. 2024년 5차 입찰에서도 낙찰예정자였던 한국제지가 서류 미비로 탈락하자 역시 들러리였던 무림 계열사들이 최종 낙찰자로 올라서며 외부 경쟁 없이 물량을 분할했다.

국내 인쇄용지 시장은 한솔제지와 무림 3사가 양강 체제를 형성하고 한국제지가 뒤를 잇는 과점 구조로, 이번에 적발된 6개 사업자의 합산 시장점유율은 95%에 달한다. 농민신문사의 참가 자격 요건을 충족하는 곳이 사실상 이들뿐인 점을 악용해 경쟁 자체를 원천 봉쇄한 셈이다.


업체별 과징금은 무림피앤피가 9억4800만원으로 가장 많고, 무림페이퍼 5억7300만 원, 한솔제지 5억5600만원, 한국제지 5억1500만 원, 홍원제지 3억5800만원, 무림에스피 5900만원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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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치는 공정위가 올해 4월 제지업계 전반의 인쇄용지 가격 담합을 제재한 데 이어 입찰 시장의 담합 관행까지 연속으로 처벌한 사례다. 공정위는 "제지 6개사가 출판물 전반에 쓰이는 인쇄용지 전제품 가격을 담합한 연장선에서 신문사 발주 입찰에서도 경쟁을 제한한 사건"이라며 "전방위적인 카르텔 감시를 강화해 엄정 제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세종=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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