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원전 8기 투자' 수출체계 시험대
민관합동 원전수출기획위서 리스크·경제성 분석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합작법인 거론
미국 원전 8기 건설이 대미 투자 프로젝트의 유력한 카드로 거론되면서 정부의 원전 수출체계 개편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단순히 한국 자금을 미국 원전에 투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업권과 건설 물량, 국내 공급망의 참여 기회까지 확보하려면 정부가 협상의 큰 틀을 만들고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이 이를 실행하는 통합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9일 산업통상부가 마련한 '원전 수출체계 효율화 방안'과 '한국전력공사와 그 자회사 간 해외 원자력발전 사업의 협력 및 추진 체계에 관한 지침' 등에 따르면 정부는 수출 대상국과 사업별 협상 전략, 투자 구조, 리스크와 경제성 분석을 총괄한다. 이를 토대로 협상 기준을 마련하면 한전과 한수원 등 기업이 실제 협상과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원전수출전략협의회 산하에 민관 합동 원전수출기획위원회를 두고 상대국별 협상 전략과 사업 리스크, 경제성을 분석하도록 했다. 원전 수출이 기업 간 경쟁을 넘어 정부 간 협상 성격이 강한 만큼 정부가 전면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2010년 이후 전 세계 원전 수출 약 20건 가운데 한수원이 수주한 체코 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 국가 간 수의계약이나 정부 간 협정(IGA)을 통해 이뤄졌다.
한전과 한수원 사이의 수출 칸막이도 허문다. 산업부 장관이 개별 해외 원전 사업의 총괄기관을 지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도록 해 사업별로 가장 적합한 기관을 전면에 내세울 수 있게 했다. 한전은 국제 네트워크와 투자·금융 역량을, 한수원은 원전 건설·운영 경험을 맡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할 수 있다. 정부는 연내 원전수출진흥법도 새로 마련할 계획이다. 원전 수출 공공기관의 주요 의사결정에 대한 정부의 사전 협의권을 신설하고, 사업 개발부터 타당성 조사, 발주처 협상, 입찰과 계약까지 총괄하는 '원전수출 총괄기관'의 법적 근거도 마련할 방침이다.
이 같은 수출체계는 대미 원전 투자가 현실화할 경우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정부가 미국 측과 투자 조건과 사업 구조를 협상하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건설 물량과 기자재 공급, 수익 배분까지 확보한다면 대미 투자가 단순한 자금 지원이 아니라 새로운 원전 수출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웨스팅하우스 지분 참여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이 지분을 확보할 경우 미국 원전 프로젝트 참여 기반을 넓히고 국내 원전 공급망의 미국 시장 진출 통로를 확보할 수 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웨스팅하우스 대주주와 원전 건설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지분을 최대 20%까지 확보할 수 있는 권리를 마련했다. 이후 한국 정부와 한전에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 참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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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가 공동으로 합작법인(JV)을 설립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웨스팅하우스가 미국 현지 인허가와 기본 설계를 맡고, 한국은 원전 설계와 건설·운영, 기자재 공급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특히 원전 8기 가운데 일부에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적용될 경우 사업의 성격은 한층 선명해진다. 한국이 투자자로 참여하는 동시에 원전 설계와 건설, 운영과 기자재 공급까지 맡으면서 미국을 새로운 원전 수출 시장으로 확보할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미 양국은 원전 투자 협력과 관련해 다양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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