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보다 내실, 이익보다 ‘정도(正道)’”…강석훈 대표가 말하는 율촌 전성시대[Invest&Law]
최태원·구광모 회장 소송 분쟁 등
굵직한 사건들 연달아 철통방어
내실 성장에 초점, 원팀 만들기 집중
창립 30주년 눈앞, 미래는 ‘글로벌’
법무법인 율촌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의 1조3800억원대 재산분할 소송과 구광모 LG 회장의 상속 분쟁 등 재계 2·4위 그룹 총수의 굵직한 사건을 연달아 철통방어해 내며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칼라일그룹의 청호나이스 인수, KG그룹의 케이카 인수, DB손해보험의 포테그라 인수 등 대형 인수합병(M&A) 자문을 잇달아 성사시켰다. 다른 법인과의 합병 없이 자체 성장만으로 지난해 매출 4083억원을 기록해 안정적으로 '4000억 클럽'에 진입했다. 여기에 로펌 최초로 120쪽 분량의 '인공지능(AI) 거버넌스 룰'을 제정하는 등 송무와 자문의 전통적 영역을 넘어 미래 법률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율촌 전성시대'의 중심에는 8년째 율촌을 이끌고 있는 강석훈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19기)의 리더십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율촌 특유의 '공동체 문화'와 '정도(正道)' 경영을 시너지의 원천으로 꼽는다. 규모를 키우는 양적 경쟁 대신 각기 다른 배경의 전문가들이 원팀으로 뭉쳐 사건의 본질을 파고드는 일류 로펌의 길을 택한 결정이 고난도 사건의 승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내년 창립 30주년을 앞두고 '글로벌 진출'이라는 새로운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강 대표를 아시아경제가 최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율촌은 고객과 스킨십이 뛰어나기로 정평이 나 있다. 비결은 무엇인가.
▲우리는 다른 로펌과 규모 경쟁을 하지 않기로 일찌감치 결단했다. 과거 매출 3000억원대에서 업계 전체가 정체기를 겪을 때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양적 성장만을 좇는 것은 답이 아니었다. 그래서 '1등 로펌보다는 일류 로펌이 되자'고 뜻을 모았다. 율촌의 출입증에는 '정도를 걸으며 혁신을 지향하는 최고 전문가의 공동체'라는 비전이 적혀 있다. 경제적 이익과 정의가 충돌할 때 '정도(正道)'에 방점을 둔다는 원칙, 그리고 변호사부터 전문위원까지 다양한 전문가들이 존중하고 배려하는 공동체 문화가 율촌 의사결정의 든든한 기준이자 고객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간 비결이라고 본다.
-재계 메가톤급 소송에서 유독 율촌의 성과가 돋보인다.
▲대형 사건에서 기존 로펌과의 끈끈한 관계를 뚫고 들어가려면 결국 압도적인 실력, 법리로 무장한 예리한 공격 능력밖에 없다. 실제로 대법원 상고 사건 파기환송률을 보면 율촌이 압도적으로 높다. 파기환송은 원심의 불리한 결론을 뒤집는 역전승이다. 기업 입장에서 사활이 걸린 중요하고 까다로운 사건일수록 현미경처럼 들여다보고 대리인을 고르지 않겠나. 총수들의 소송처럼 가장 깐깐하게 대리인을 살펴야 하는 마지막 관문에서 어려운 사건의 법리를 한 번 더 뒤집고 파고드는 율촌의 저력과 맨파워를 고객들이 믿고 맡겨주신 덕분이다.
-4000억대 로펌들간의 매출경쟁이 치열하다. 올해 실적 목표는.
▲율촌은 매년 성장 목표를 10%대로 두고 늘 기복 없는 성장을 해 왔다. 올해도 10%가 조금 넘는 성장 목표를 잡고 있다. 다만 올해 규제 분야에 로펌의 업무가 상당히 많았기 때문에 대형로펌 상당수의 실적이 선방할 것으로 예상한다. 율촌은 매년 정체 없이 꾸준히 성장하는 데에 의미를 두고 외형성장과 내실성장에 균형을 맞출 것이다.
-인재 영입과 조직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반기 계획은.
▲각계의 훌륭한 전문가들이 율촌의 비전에 공감하고 우선적으로 합류를 결정해 줬다. 하반기에는 우수 인재 영입을 바탕으로 공정거래와 TMT(기술·미디어·통신) 분야 등을 지속적으로 보강할 예정이다. 규제 관련 업무가 늘어나면서 로펌에 공정거래, 개인정보 유출 사건 관련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 새롭게 출범한 통합TMT센터를 중심으로 AI, 데이터, 플랫폼 등 신산업 자문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고객들의 수요를 선제적으로 포착해 만든 조직들이다. 급변하는 규제 환경에서 기업의 신성장 동력을 보호할 수 있도록 밀착 조력하겠다.
-AI 시대에 대한 대비가 업계에서 가장 빠르다. 로펌 최초로 AI 거버넌스 룰도 제정했는데.
▲'AI가 변호사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AI라는 무기를 잘 쓰는 변호사가 안 쓰는 변호사를 대체할 것'이라는 말에 100% 동의한다. 율촌은 챗GPT가 등장했던 2022년께부터 선제적으로 AI TF를 만들었고, 2013년 초부터 변호사들의 치열한 공방 기록이 담긴 문서들을 43테라바이트(TB)에 달하는 중앙 서버로 모아 자산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내부 폐쇄형 AI 시스템인 '아이율'을 론칭했다. 병원, 금융사 등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기업일수록 AI 도입시 책임 소재에 대한 고민이 깊다. 기업들이 AI거버넌스 룰에 대한 자문 수요도 많다. 우리가 직접 120쪽 분량의 촘촘한 'AI 거버넌스 룰'을 만들어 본 경험이 향후 고객들에게 충실한 방어 무기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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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창립 30주년이다. 율촌이 향후 나아가야 할 최종 비전과 목표는 무엇인가.
▲단연코 '글로벌'이다. 과거 4~5위권에 머물렀을 때 오히려 기존의 자리를 수성하기엔 마음이 편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상위 로펌들의 실력이 엇비슷해져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이 몹시 치열하다. 이제는 눈을 밖으로 돌려 새로운 승부처를 찾아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법률 서비스 수지는 나가는 돈이 3조4000억원, 들어오는 돈이 1조3000억원으로 매년 적자 규모만 약 2조1000억원에 달하는 비정상적인 구조다(2025년 한국은행 통계 기준). 하반기부터 해외 진출 기업을 돕는 크로스보더 자문을 확대하고 통상·관세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대한민국 법률 서비스의 압도적인 경쟁력을 해외 무대에서 입증하는 일류 로펌으로 도약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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