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문체부 예산안 9.6조 22.6% ↑
'사람과 창작' 선순환 투자구조 완성
예술인 안전망 콘텐츠 IP 확보까지
지난 3월 아카데미 장편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함께 받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는 우리 문화가 곳곳에 녹아있다. 배경에는 일월오봉도가 걸리고, 주인공들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복을 입고 악령과 맞선다. 콘텐츠의 흥행은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은 650만명으로 루브르, 바티칸에 이어 관람객 수 세계 3위에 올랐고,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상품 '뮷즈' 매출은 413억원으로 전년의 두 배가 됐다. 지난해 1894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외래관광객은, 올해 상반기에만 1071만 명을 기록해 반기 최고치를 새로 썼다. 우리 문화를 담은 창작물이 콘텐츠가 되고, 콘텐츠가 사람들을 불러들이며, 그렇게 커진 시장이 다시 새로운 창작을 낳는다. 이 선순환이 지금 대한민국을 문화강국으로 이끄는 힘이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2024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도 마찬가지였다. 수상 당시 한강 작가의 작품은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으로 28개 언어 76종의 책이 돼 세계 독자를 만나고 있었다. 창작 원천에 대한 꾸준한 투자가 오늘날 세계인을 사로잡은 K컬처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그러나 원천을 만드는 창작자들의 삶은 넉넉하지 않다. 2024년 예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예술인이 예술활동으로 버는 연소득은 평균 1055만 원으로 국민 1인당 평균소득의 41% 수준이다. 예술인의 23%는 1년 이상 활동을 멈춘 경험이 있고, 가장 큰 이유는 '수입 부족'이었다. 창작자가 창작활동을 지속하지 못한다면 K컬처의 내일도 없다.
2027년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안은 9조6345억원으로 편성됐다. 올해보다 22.6% 늘어 정부 총지출 증가율 12.8%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K컬처의 성과를 이어가고 문화·체육·관광을 국민의 일상으로 확장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수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예산의 규모보다 투자의 방향이다.
먼저, 예술인이 창작을 지속할 수 있도록 안전망을 튼튼히 한다. 사회보험 가입 지원 예산을 15억원에서 311억원으로 늘려 산재보험과 국민연금 보험료 부담을 덜고, 건강검진 비용도 새로 지원한다. 생활자금과 전세자금 융자도 대폭 늘린다. 문화격차 해소를 위한 지역을 찾아가는 공연과 국립박물관 지방순회전 예산도 크게 늘려, 국민 모두가 전국 어디에서든 수준 높은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청년에게는 문화와 일 경험의 기회를 넓힌다. 19세와 20세에게만 열려 있던 청년문화예술패스를 '청년문화패스'로 확대해 34세까지 지원하고, 공연·전시·영화·도서에 이어 체육활동까지 쓸 수 있게 한다. 예술단체 연수단원, 해외 K-컬처 프로젝트 파견 등 청년의 현장 경험도 확대한다. 청년들의 일상에 문화가 스며들고, 그들이 문화현장에서 일하며 다시 창작 생태계를 키우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다.
K콘텐츠 산업이 지식재산을 스스로 보유하고 키울 수 있는 힘을 갖추도록 뒷받침한다. K콘텐츠펀드 출자를 역대 최대인 6030억원으로 확대하고, 제작사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자본에만 기대지 않고, 드라마 권리를 직접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한다. 인디음악 지원에는 160억원을 새로 편성해 공연과 교류의 거점을 만들고 대표 축제를 키운다. 인디게임 육성 규모는 130개에서 200개로 늘려 K컬처의 미래 원천도 키운다. 지금 세계를 사로잡은 이름들도 한때는 작은 무대와 이름 없는 팀에서 출발했다.
문화에 대한 투자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올해 지원한 신인 작가의 문장이 다른 언어로 읽히기까지, 작은 무대에 선 밴드의 노래가 전 세계에 울려퍼지기 까지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우리 문화가 이뤄낸 성취는 언제나 어제의 투자에서 시작됐다. 대체불가 문화강국은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사람과 창작, 지역과 미래에 대한 꾸준한 투자로 만들어진다. 오늘 우리가 뿌린 씨앗이 내일의 K컬처로 자라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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