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이사 4명 선임 가능성…감사위원 승부
백인규 '전문성' vs 박유경 '독립성'
3%룰 셈법 복잡…한화 등 주요 주주 변수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9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다시 표 대결을 벌인다. 집중투표로 선임하는 독립이사 4명은 양측이 각각 2명의 후보를 내놓은 만큼 모두 이사회에 입성할 가능성이 높다. 경영권 분쟁의 실질적인 승부처는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1석이다. 감사위원 선임에는 개정 상법에 따른 3%룰이 적용돼 기관투자가와 외국인, 소액주주의 표심이 결과를 좌우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9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호텔에서 임시주총을 열고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를 위한 정관 변경 ▲집중투표에 의한 독립이사 4명 선임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1명 선임 등 3개 안건을 처리한다.
1호 안건은 분리선출 감사위원 수를 늘리기 위한 정관 변경이다. 10일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회사는 다른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는 감사위원을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는 같은 취지의 정관 변경안이 부결됐지만 이번에는 고려아연과 영풍·MBK 모두 찬성 입장이다.
독립이사 4명 입성 가능성 높아…승부처는 '감사위원 1석'
독립이사 4석에는 이형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와 서은숙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이준봉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심혜섭 변호사가 후보로 올랐다. 이형규 후보는 최 회장 측 우호주주로 분류되는 유미개발이 주주제안했고 서 후보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했다. 이준봉·심혜섭 후보는 영풍·와이피씨(YPC)·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주주제안했다.
이들 4명을 뽑는 데는 집중투표제가 적용된다. 양측이 각각 2명의 후보를 내놓은 데다 후보 수와 선임 인원이 모두 4명인 만큼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후보 4명 모두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으로 분류되는 이사 9명과 영풍·MBK 측 5명 등 14명으로 구성돼 있다.
승부는 감사위원 1석에서 갈릴 전망이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백인규 단국대 데이터지식서비스공학과 교수를, 영풍·MBK 측은 박유경 전 APG자산운용 아시아·태평양 책임투자·거버넌스 총괄을 각각 후보로 내세웠다.
백인규 '전문성' vs 박유경 '독립성'
고려아연 측은 백 후보의 회계·감사와 내부통제 전문성을 앞세운다. 백 후보는 한국과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 딜로이트그룹 이사회 의장과 ESG센터장 등을 지냈다.
영풍·MBK는 박 후보의 독립성을 강조한다. 1주 이상 보유한 모든 주주와 지배구조 전문가를 대상으로 후보를 공개 추천받은 뒤 회사 및 영풍·MBK와 독립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후보심사위원회의 3단계 검증을 거쳐 박 후보를 선정했다는 설명이다.
영풍·MBK 관계자는 "상장사 감사위원 후보를 주주 주도로 공모하고 외부 독립기구가 검증·선정한 국내 자본시장 최초 사례"라고 말했다.
백 후보에 대해 영풍·MBK는 현 이사회가 추천했다는 점을 문제 삼는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자사주 공개매수와 일반공모 유상증자 등 최 회장 측의 경영권 방어 전략에 찬성한 이사회가 감사위원 후보를 추천한 만큼 독립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영풍·MBK는 현 이사회가 감사위원 후보를 추천하는 것 자체가 독립성 측면에서 문제라고 본다. 원아시아파트너스 출자와 이그니오홀딩스 인수, 유상증자 관련 의혹 등이 향후 감사위원회의 검증 대상인 만큼 현 이사회가 감사위원 후보까지 추천하는 것은 감사의 실효성과 정당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고려아연은 다수 의결권 자문기관이 백 후보를 지지한 점을 강조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감사위원의 견제 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다수 자문기관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측 집계에 따르면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을 포함한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 9곳 가운데 8곳이 백 후보에게 찬성을 권고했다. 한국ESG기준원(KCGS)은 박 후보를 지지했다.
3%룰에 복잡해진 표 계산…한화 표심도 변수
감사위원 표결의 또 다른 핵심 변수는 3%룰이다. 개정 상법에 따라 감사위원 선임 때 3%를 초과하는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초과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최대주주는 법에서 정한 특수관계인 등의 지분을 합산해 3% 한도를 적용받는다.
관건은 특수관계인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지다. 현재 고려아연 최대주주는 영풍의 100% 자회사인 와이피씨(YPC)로 지분 25.21%를 보유하고 있다. MBK 측에서는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지분 8.25%를 갖고 있다. 영풍과 MBK 측은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을 맺고 있지만 자본시장법상 공동보유 관계와 상법상 특수관계인 여부는 별개로 판단된다.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YPC의 상법상 특수관계인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YPC 측과 합산되지 않고 별도로 최대 3%까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대로 상법상 특수관계인 범위를 적용할 경우 영풍 기업집단 계열사인 고려아연의 사내이사 최 회장 등이 YPC 측 특수관계인에 포함돼 합산 3%룰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최 회장 측은 영풍·MBK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고 지분 공시도 별도로 해온 만큼 이 같은 해석에 반대하고 있다. 결국 합산 범위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양측의 실제 행사 가능 의결권이 달라질 수 있다.
최 회장 측 특수목적법인(SPC) 피23파트너스가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 41만9082주는 합산 3%룰 적용 대상이라는 데 양측의 이견이 없다.
3%룰로 대주주 의결권이 제한되면서 다른 주요 주주의 표는 상대적으로 중요해졌다. 한화그룹은 한화에이치투에너지와 한화임팩트, 한화 등 3개 계열사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7.69%를 보유하고 있다. 계열사별로 개별 3%룰이 적용될 경우 약 5.9%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어 감사위원 표 대결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지분 5.48%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어느 한쪽에 힘을 싣지 않았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7일 독립이사 후보 4명에게 집중투표 의결권을 각각 4분의 1씩 배분하기로 했다. 감사위원 선임에서도 백 후보와 박 후보 모두에게 찬성표를 행사하기로 했다.
독립이사 4명이 모두 선임된다는 전제에서 백 후보가 감사위원으로 당선되면 최 회장 측으로 분류되는 이사는 12명, 영풍·MBK 측은 7명이 된다. 박 후보가 당선되면 11대8로 격차가 좁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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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총으로 경영권 분쟁이 끝날 가능성은 낮다. 내년 정기주총에서도 다수 이사의 임기가 만료될 예정인 만큼 이사회 주도권을 둘러싼 양측의 표 대결은 이어질 전망이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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