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의 반전카드]② '흔들리는 지지기반' 최고 악재는 내부에…'신뢰 회복' 관건
8·17 전대 뒤에도 지지층 내부 갈등 완전 봉합 못해
'구조적 다수' 구상 요원해져…靑 "1-1=0" 인정
개헌·조작기소 특검 본래 취지보단 대통령 개인 이해 부각
호르무즈 파병, 남은 임기 국정 동력 변수
파병 문제로 지지층 분열 가속 가능성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최근의 국정 난맥은 개별 악재가 많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핵심 현안이 대통령 개인의 의중과 판단에 쏠리면서 정치적 부담이 급격하게 증폭되고 있는 점이 주목할 대목이다. 권력 분산을 위한 개헌은 '연임 개헌' 공방으로, 정치적 조작기소 의혹을 밝히기 위한 특검 추진은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취소' 논란으로 옮겨붙었다. '신뢰의 위기'에 직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2기 개각 이후 후보자 인사 검증 논란과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까지 겹쳤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이튿날인 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당선이 확실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마련된 무대를 찾아 당선 수락연설에 앞서 아내 김혜경 여사와 인사하고 있다. 2025.6.4 김현민 기자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우선 주목하는 것은 지지 기반의 균열이다. 8·1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나면 당내 경쟁 과정에서 벌어진 갈등도 상당 부분 가라앉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예상과 다르다는 게 청와대의 진단이다. 이른바 친명·친문 성향 지지층의 충돌이 유튜브와 온라인 공간으로 번지면서 전당대회가 끝났음에도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이 8일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정무·정책·태도'로 나눠 설명하면서 지지층 내부의 균열을 직접 거론한 것도 이런 인식을 반영한다. 부동산과 증시 등 정책 논란에 더해 당·정·청이 지지층과 국민을 대하는 방식까지 손봐야 한다는 진단이다. 성기홍 홍보소통수석도 전날 유튜브 '매불쇼'에서 "(진영 내 갈등과 관련해) 매우 무게감 있게 바라보고 있다"며 "최근 계속되는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무관치 않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이 내세운 '구조적 다수' 구상도 갈수록 요원하다. 기존 민주·진보 지지층을 토대로 중도와 합리적 보수층까지 더해 안정적인 다수를 만들겠다는 전략이지만, 기존 지지층이 빠져나간 자리를 새로운 지지층으로 메우는 데 그친다면 외연 확장으로 보기 어렵다. 홍 수석이 "하나 빼고 하나를 더 가져오면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라고 말한 배경도 같은 맥락이다.
'연임 개헌'·'공소 취소' 공방에 인사 시스템 논란…신뢰의 문제 불거져
연임 개헌 공방은 이 대통령이 직면한 어려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대통령이 추진하는 개헌의 출발점은 5·18광주민주화운동과 부마민주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 대통령 권한 분산 등이다. 하지만 권력구조 개편 과정에서 4년 중임·연임제가 거론되면서 진영을 불문하고 논쟁의 초점은 '어떤 권력구조가 바람직한가'보다 '이 대통령이 다시 출마하려는 것 아닌가'라는 신뢰의 문제로 바뀌었다. 이 대통령 입장에선 법적으로도 불가능하고 생각해보지도 않은 일을 왜 굳이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하느냐고 볼 수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대통령이 직접 선을 긋지 않는 한 의혹이 반복될 여지가 있다. 이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한 동포간담회에서도 집권 초기 적극적인 정상외교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제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 있다"라고만 언급했다.
조작기소 특검 추진도 비슷한 경로를 밟았다. 애초 취지는 윤석열 정부 시기 이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 인사들을 겨냥한 사건 가운데 정치적 목적의 수사·기소가 있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서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취소 요구가 부각되면서 쟁점은 '조작기소가 있었느냐'에서 '대통령의 재판을 없애려는 것 아니냐'로 옮겨갔다. 청와대는 공소취소보다 조작기소 여부를 규정하는 게 먼저라는 점을 여러 차례 설명했지만, 조작기소 의혹 규명이라는 공적 의제와 대통령 개인사건 사이에 얼마나 분명하게 선을 그을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다.
여기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신약 청탁 의혹과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비례대표 의원직·장관직 겸직 논란 등은 후보자 개인을 넘어 청와대 인사 시스템의 문제로 번졌다. 인사수석실의 추천과 민정수석실의 검증, 정무수석실의 정무적 판단을 거쳤는데도 '공정 이슈'에 민감한 여론을 충분히 걸러내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인사 시스템을 거쳐 지명됐다"며 청문회 검증 절차를 거치겠다고 밝히면서 정치권 안팎의 지적을 의식한 듯 "인사 검증 체계를 갖추고 강화하겠다"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지지층 반발 뻔한 호르무즈 파병 문제도 직면…'신뢰 회복' 행보에 달려
경제·안보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호르무즈 파병 문제는 남은 임기의 국정 동력을 좌지우지할 변수다. 미국의 요구를 외면하기에는 한미동맹과 경제·안보 현안의 무게가 크다는 점에서 파병을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군사적 기여 수위를 높이면 이란과의 관계 악화뿐 아니라 에너지 공급망 악화에 진보 성향 지지층의 반발까지 감수해야 한다.
정부 안에서도 의견은 분분하다. 정부 관계자는 "서둘러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시간을 두고 설득을 해가며 미국과 지지층을 설득할 명분을 축적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고 전했다. 현재까진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미국 주도의 군사행동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과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 것 사이에서 자유항행과 해협 안전 확보에 기여하는 다자적 해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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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이 직면한 문제의 공통점은 국정 방향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만큼 '어디까지 하지 않을 것인가'를 분명하게 밝힐 것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청와대가 기자회견이나 언론 인터뷰 등 이 대통령의 직접 소통 카드를 검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참모들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며 "대통령의 의중을 밝혀야 풀릴 정치적 문제는 직접 '대통령의 언어'로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도 커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대통령은 10일 프랑스 국빈방문을 마치고 귀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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