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연쇄반응 이용해 기존 광화학 효율 한계 돌파
4~8W 저전력으로 1% 농도 생산…수처리 현장 생산 가능성

빛을 이용해 과산화수소(H₂O₂)를 만드는 효율을 기존 한계의 두 배 이상으로 높인 기술이 개발됐다. 빛 입자인 광자 하나가 한 번의 반응만 일으키는 기존 방식과 달리, 첫 반응이 다음 반응을 연속적으로 일으키는 '연쇄반응'을 이용한 것이 핵심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변지혜·정재식 기후환경연구소 박사 연구팀이 이 같은 방식으로 광자 1개당 과산화수소 2개 이상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광 이용 효율은 219.1%에 달했다.

빛을 이용한 과산화수소 생산 최적화 과정. 5888회의 실험과 AI 분석으로 최적 반응 용액을 찾아 리터급 생산과 실제 수처리 적용까지 검증했다. 연구팀 제공

빛을 이용한 과산화수소 생산 최적화 과정. 5888회의 실험과 AI 분석으로 최적 반응 용액을 찾아 리터급 생산과 실제 수처리 적용까지 검증했다. 연구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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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산화수소는 소독뿐 아니라 정수·폐수 처리, 반도체 세정 등에 광범위하게 쓰인다. 현재 전 세계 생산량의 95% 이상은 대형 화학공장에서 만들어진다. 고농도 과산화수소를 필요한 곳까지 운송하고 보관해야 해 비용과 안전 부담도 크다.

그래서 빛을 이용해 과산화수소를 필요한 장소에서 직접 만드는 기술이 연구돼 왔다. 문제는 효율이었다. 기존 광촉매 방식에서는 광자 하나가 촉매에 에너지를 전달해 한 차례 반응을 일으키는 방식이어서 광자 1개당 과산화수소 1개, 즉 100%가 사실상 효율의 상한으로 여겨졌다.


광자 하나가 반응의 '도미노' 쓰러뜨렸다


연구팀은 이 한계를 '연쇄반응'으로 넘었다. 광자가 첫 번째 반응을 촉발하면 여기서 만들어진 물질이 다음 반응을 일으키고, 다시 새로운 반응으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광자 하나가 직접 여러 차례 사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 시작된 반응이 계속 이어지면서 결과적으로 과산화수소 여러 분자를 만들어낸다.

연구팀은 빛을 흡수하는 물질과 수소를 제공하는 물질, 반응을 돕는 용매의 최적 조합을 찾기 위해 184가지 조합으로 총 5888회의 실험을 진행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최적의 반응 조건을 찾아냈다.


그 결과 광 이용 효율은 219.1%에 달했다. 여기서 219.1%는 에너지를 100 넣어 219를 얻었다는 뜻이 아니다. 광자 하나가 촉발한 연쇄반응을 통해 평균적으로 과산화수소 2개 이상이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실험실에서 높은 숫자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도 않았다. 연구팀은 1L급 반응기에서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는 수준인 1% 농도의 고순도 과산화수소를 안정적으로 생산했다. 이를 수처리에 적용하자 환경호르몬 물질인 비스페놀A가 99.95% 이상 제거됐다.


스마트폰 충전기 정도 전력으로 현장에서 생산


눈에 띄는 또 다른 특징은 필요한 전력이다. 기존 태양광 촉매 연구에서 300W급 광원이 사용되는 것과 달리 이번 기술은 4~8W로 구동된다. 스마트폰 충전기 수준이다.

연구팀 사진. 왼쪽부터 조혜경 KIST 박사후연구원(현 국방과학연구소, 제1저자), 변지혜·정재식 KIST 책임연구원(교신저자). KIST 제공

연구팀 사진. 왼쪽부터 조혜경 KIST 박사후연구원(현 국방과학연구소, 제1저자), 변지혜·정재식 KIST 책임연구원(교신저자). K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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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대형화·상용화된다면 정수장이나 하수처리장 등에서 필요한 과산화수소를 그 자리에서 만들어 사용하는 '분산형 생산'도 가능해질 수 있다. 대형 공장에서 고농도 과산화수소를 만들어 운송·보관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변지혜 KIST 박사는 "빛 한 번으로 시작된 반응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도록 해 기존 광화학 과산화수소 생산의 효율 한계를 넘어섰다"며 "정수장과 하수처리장, 스마트팜, 첨단 산업 현장은 물론 재난 지역의 응급 수처리 등 필요한 곳에서 과산화수소를 직접 생산하는 기술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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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줄(Joule)' 최신호에 온라인 게재됐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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