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 플랜트, 고품질 PBV 연 20만대 생산
차체 용접·부품 이송부터 엠블럼 부착까지 자동화
다품종 PBV 생산 정밀도 높여
내년 웨스트 플랜트서 PV7·PV9 생산

노란색 로봇팔이 쉼 없이 움직였다. 팔 관절을 이리저리 꺾더니 3m가량 높이에 쌓인 팰릿에서 수십㎏에 달하는 부품을 집어 들었다. 방향을 틀어 다음 공정으로 옮기자 기다리고 있던 또 다른 로봇이 부품을 넘겨받았다. 사람의 손길은 없었다.


8일 경기도 화성시 기아 오토랜드 화성의 PBV 전용 공장 '이보 플랜트(EVO Plant)'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로봇이었다. 기아는 이날 'PBV 생산 허브 테크 데이'를 열고 조립·물류·검사 공정에 적용된 로보틱스 기술과 데이터 기반 품질관리 시스템, PBV 컨버전 체계 등을 공개했다.

경기도 화성시 기아 오토랜드 화성의 PBV 전용 공장인 ‘화성 EVO Plant’에서 로봇팔이 부품을 나르고 있는 모습. 이승진 기자

경기도 화성시 기아 오토랜드 화성의 PBV 전용 공장인 ‘화성 EVO Plant’에서 로봇팔이 부품을 나르고 있는 모습. 이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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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m 높이 수십㎏ 부품도 척척…공장 누비는 로봇

이보 플랜트는 PV5를 생산하는 이스트 플랜트(East Plant)와 향후 대형 전동화 PBV PV7·PV9를 생산할 웨스트 플랜트(West Plant)로 구성된다. 웨스트 플랜트는 내년 6월 준공 예정으로, 각 플랜트는 연간 10만대 수준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차체 공장에 들어서자 로봇이 차체 골격을 만들고 있었다. 기아는 차체의 주요 골격과 외관을 구성하는 부품을 인너벅·레일벅·아우터벅·루프벅 등 4개 공정으로 나눠 순차 조립하는 '4-벅 순차 조립 공법'을 적용했다. 하나의 주요 공정에서 차체를 조립하는 기존 방식보다 차량 제원과 사양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식이다.


용접 공정은 자동화율이 100%에 달한다. 로봇이 차체를 들어 옮기고 용접하는 동안 곳곳에서 불꽃이 튀었다. 일반적인 용접건이 접근하기 어려운 차체 폐구간에는 레이저를 활용한 L.S.S(Laser Seam Stepper) 용접 공법도 적용됐다.

차체를 옮기는 방식도 달랐다. 두 대의 로봇이 동기화해 차체를 함께 들어 옮겼다. PBV는 일반 승용차와 무게중심이 달라 안정적인 이송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차체뿐 아니라 부품 물류에는 AGV(자율주행 운반 로봇)가 투입됐다. 최대 1.5t의 중량을 운반할 수 있는 AGV가 차체와 협력사 부품을 각각 공정에 공급한다.


다품종 생산을 위한 물류 시스템도 눈에 띄었다. PV5는 차체 공장 기준 180개 이상의 사양이 구분된다. 수많은 부품을 사람이 육안으로 구분해 조립하는 대신 부품에 데이터 매트릭스를 적용하고 QR코드 기반 자동창고를 운영한다. 차량별 생산 정보와 위치를 식별하는 스마트 태그를 통해 해당 차량에 맞는 공구와 설비가 매칭될 때만 작업이 진행되도록 했다.


자동화는 단순히 부품을 옮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도어·테일게이트·펜더 등 무빙 부품을 장착할 때는 비전 카메라가 차체의 위치를 측정하고 로봇이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장착 위치를 자동 보정한다. 작업자가 눈으로 확인하던 외관 간격과 단차를 데이터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경기도 화성시 기아 오토랜드 화성의 PBV 전용 공장인 ‘화성 EVO Plant’에서 로봇팔이 부품을 조립하고 있는 모습. 이승진 기자

경기도 화성시 기아 오토랜드 화성의 PBV 전용 공장인 ‘화성 EVO Plant’에서 로봇팔이 부품을 조립하고 있는 모습. 이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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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반복 작업 자동화…사람은 보다 중요한 업무에 집중

조립공장으로 이동하자 자동화의 형태가 더욱 다양해졌다. 조립공장은 약 1만3900평 규모로 122개 공정이 운영된다. 차체와 달리 약 600개의 다양한 부품을 다루는 만큼 자동화율은 20% 후반대로 상대적으로 낮다. 형태가 유연한 부품 등은 여전히 작업자가 직접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고중량이나 반복 작업을 중심으로 자동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크래시패드(대시보드) 자동 장착이다. 약 65㎏에 달하는 크래시패드를 과거에는 작업자가 직접 차량 안으로 들어 옮겨 체결해야 했지만, 현재는 로봇이 투입부터 체결까지 담당한다. 작업자의 육체적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체결 토크값과 정상 여부를 데이터로 기록할 수 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엠블럼 자동 부착 공정이었다. 차량이 들어오면 생산 정보가 설비에 전달되고, 로봇이 카고·패신저·섀시캡 등 차량 사양에 따라 어떤 엠블럼을 어느 위치에 붙일지를 판단한다.


로봇팔은 엠블럼을 흡착해 들어 올린 뒤 뒷면의 이형지(붙임용 종이)를 제거했다. 이 과정에는 별도의 센서 기술이 적용됐다. 협력사가 공급하는 엠블럼은 이형지를 사람이 부착하기 때문에 떼어낼 수 있도록 남겨둔 여백의 길이가 제품마다 조금씩 다르다. 로봇은 센서로 이 여백의 위치와 길이를 확인한 뒤 정확한 위치에서 이형지를 제거한다.


부착 위치 역시 비전 시스템을 활용해 정확하게 맞춘다. 사람이 작업할 경우 미세하게 비뚤어지는 경우가 있지만 로봇은 정해진 위치에 일정하게 부착할 수 있다. 앰블럼 부착 공정은 사람이 하기엔 비교적 쉬운 공정으로, 이를 로봇이 대체하면서 사람은 좀 더 복잡한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경기도 화성시 기아 오토랜드 화성의 PBV 전용 공장인 ‘화성 EVO Plant’ 자동화 공정 모습. 이승진 기자

경기도 화성시 기아 오토랜드 화성의 PBV 전용 공장인 ‘화성 EVO Plant’ 자동화 공정 모습. 이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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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보다 정밀하다…0.2㎜ 단차 잡아내는 AI·비전

자동화율은 차체와 조립공장 사이에 차이가 있다. 기아에 따르면 이보 플랜트 이스트 조립공장의 자동화율은 20% 후반대, 차체공장은 용접 100%, 부품 핸들링 약 80% 수준이다. 차체공장 전체 기준으로는 80% 초반대다. 100개의 자동차 조립 공정이 있다면 그 가운데 80개의 공정은 사람 손을 거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기아는 기존 화성공장과 비교하면 이보 플랜트의 자동화율이 약 9%포인트 높다고 설명했다. 자동화를 통해 품질과 운영 측면에서 약 10% 수준의 효율 개선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다만 자동화 설비는 사람보다 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만큼 생산기술 측면에서 주말 등 라인 비가동 시간에 로봇 티칭과 설비 관리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공장 관계자는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2교대로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며 "설비도 작업자와 마찬가지로 쉬어주는 시간이 필요하고, 품질을 만족시키기 위해 작업자와 공존하는 운영 방식이 현재로서는 최적화된 형태"라고 설명했다.

기아 PBV 생산 허브 테크 데이에 전시된 PV5 오픈베드 모습. 이승진 기자

기아 PBV 생산 허브 테크 데이에 전시된 PV5 오픈베드 모습. 이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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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검사 역시 데이터 기반으로 바뀌고 있다. 조립공장에서는 3D 비전 카메라가 차량 전체를 스캔하고 로봇이 차량 위치를 보정한다. 이후 펜더와 도어 등 좌우 각 21개 지점의 간격과 단차를 ±0.2㎜ 수준의 정밀도로 측정한다.


18대의 카메라를 활용하는 외관 비전 검사 시스템은 아웃사이드 미러와 도어 가니시, 펜더, 도어 핸들 등 24개 부품의 사양을 자동으로 확인한다. 헤드램프 에이밍 공정에서는 로봇과 비전 시스템이 광도와 광축을 자동으로 조정한다.


AI 기술도 생산공정에 적용되고 있다. 터널형 외관 비전 검사에서 AI 알고리즘을 고도화해 외관 품질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차체공장에서는 다차종 패널에 맞는 최적의 용접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AI 용접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향후 PV7·PV9를 생산하게 될 이보 플랜트 웨스트에는 이스트 플랜트보다 한 단계 고도화된 생산기술이 적용된다. 현재 이스트의 자동화율이 20% 후반대인 데 비해 웨스트는 30%대 수준을 목표로 한다. 이스트에서 검증된 기술을 기본으로 AMR(자율주행 부품 이송 로봇)과 AI 기반 기술 등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기아 PBV 생산 허브 테크 데이에 전시된 PV5 라인업. 기아

기아 PBV 생산 허브 테크 데이에 전시된 PV5 라인업. 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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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파트너 협업과 기술 지원 체계로 맞춤형 모빌리티 확장

컨버전 생태계도 이보 플랜트의 핵심축이다. 오토랜드 화성에서 생산된 기본차는 인근 PBV 컨버전 센터로 이동해 고객 목적에 맞는 차량으로 다시 만들어진다. 컨버전 센터에는 98개의 작업셀과 14개의 검사셀이 마련돼 PV5 프라임, 오픈베드, 크루밴, 내장·냉동탑차 등 다양한 모델을 생산할 수 있다.


컨버전 센터의 연간 생산 능력은 약 4만대다. 지난해 9월 가동을 시작했으며 현재는 오픈베드 등 초기 모델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향후 PV5 후속 모델을 비롯한 다양한 컨버전 모델이 추가될 예정이다.


외부 특장사를 위한 지원 체계도 구축했다. 기아는 특장사에 도너모델을 공급하고, PBV 컨버전 포털을 통해 차량 3D 데이터와 보디빌더 매뉴얼, 인증자료 등을 제공한다. 다만 차량 제어기 정보 등 민감한 기술 정보가 포함되는 만큼 현재는 인증 업무 대행이 가능하고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특장 사업자에 한해 포털 가입을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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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는 PV5 라인업을 10종으로 확대했으며 오는 14일 독일 하노버에서 열리는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6'에서 대형 전동화 PBV PV7을 처음 공개할 예정이다. 이보 플랜트 역시 PV5에서 PV7·PV9로 생산 차종을 확대하며 PBV 생산 허브로 역할을 넓혀갈 계획이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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