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룰메이커]⑥임문영 "소버린AI 투자 턱없이 부족…독자모델 확보가 우선"
"독자모델 투자 1년…효용성 논하기 일러"
"AI 고용 감소·개인정보 침해, 과도한 공포 경계"
"개인정보 악용 엄벌…공익 데이터 활용 열어야"
"AI가 정치도 바꿔…세대별 대표 선출 아이디어"
임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소버린 AI 정책을 두고 "지나친 투자가 아니라 턱없이 부족한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을 국가 존립의 기반으로 보고, 원천모델이 일정 궤도에 오를 때까지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AI 책사'로 불리는 임 의원은 대통령 직속 국가 AI전략위원회에서 정부 AI 정책의 밑그림을 그려왔다. 지난 보궐선거에서 광주 광산을 지역구에 당선된 뒤에는 국회로 무대를 옮겨 AI 시대의 변화를 입법으로 풀어내고 있다.
임 의원은 지난달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 투자한 지 불과 1년이 지났는데, 효용성을 논하기는 이르다"라며 "소버린 AI 구축 과정에서 수많은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만큼 반드시 필요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원천모델보다 응용·서비스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선을 그었다. 임 의원은 "아직 원재료(소버린AI)도 준비 못 했는데 다른 요리(응용AI)도 만들자고 하면 어떻게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먼저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을 일정 궤도에 올려놓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응용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의원은 AI를 단순 기술이 아닌 '문명사적 변화'로 규정했다. 그는 "과거엔 참고사례가 있었지만, AI 시대는 스스로 해답을 찾아야 하며 목표도 계속해서 변한다"며 "고용과 교육, 예산과 행정 등 국가 운영 방식 전반의 경직성을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AI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이 독자적인 제3지대를 구축해야 한다는 구상도 내놨다. 임 의원은 "세계 AI 전략을 논의하는 주요국 모임에 한국이 반드시 '보드 멤버'로 참여해야 한다"며 "오픈소스 생태계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한국이 강점을 지닌 제조업과 과학기술을 AI와 연결해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AI 전환에 따른 일자리 감소를 둘러싼 지나친 우려도 경계했다. 그는 "AI로 필요 인력이 줄었다기보단, 기업들이 기존 인력을 해고를 위해 AI를 명분 삼는 측면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AI가 일자리를 모두 없앨 것이란 공포도, 엄청난 일자리를 만들 것이란 장밋빛 기대도 과도하다"며 실제 도입 사례를 바탕으로 변화를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 사이의 균형도 주문했다. 임 의원은 "우리 사회는 개인정보 침해에 과도한 공포가 있다"며 "그런데도 개인정보 유출이나 악용에 대한 처벌이 관대한 것은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이어 "기술 발전을 위한 개인정보 데이터 활용의 길은 열고, 보이스피싱이나 스토킹 등 정보의 악의적 활용은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임 의원과의 일문일답.
-대통령 직속 AI전략위원회에서 활동하다 국회로 자리를 옮겼다. 떠오른 과제는 무엇인가.
▲과거에는 정답을 참고해 목표를 향해 부처별로 역할을 나누고 진격만 하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선진국이 됐고, AI 시대는 아무도 겪어보지 않아 정답이 없다. 우리가 스스로 해답을 찾아야 하며, 목표도 계속 움직이는 '무빙 타깃'이다. 부처별 칸막이를 넘어 정책을 조율하고 법안과 정책으로 만들어내는 게 국회의 역할이다.
-AI를 단순한 기술 발전 이상의 변화로 보는 것인가.
▲AI는 새로운 기술 하나를 배워 돈을 더 잘 벌자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경제·사회 전체가 바뀌는 문명사적 변화다. 고용과 교육, 예산과 자원의 경직성을 해소하고 관리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변화가 이렇게 빠른데 1년 단위 예산만 고집할 수는 없다. 필요하다면 1~2개월짜리 예산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소버린 AI에 지나치게 집중한다는 지적도 있다.
▲소버린 AI에 지나치게 투자하는 게 아니라 턱없이 부족한 게 문제다. 정부가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 투자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지금 투자한 게 얼마나 된다고 과도하다고 하나. 소버린 AI는 국가 존립의 기반이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당연히 필요한 투자다.
-원천모델보다 응용·서비스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원천모델과 응용 분야를 동시에 해야 하지만 순서가 있다. 아직 원재료와 국물도 만들지 못했는데 다른 요리도 만들자고 하면 어떻게 하겠나. 먼저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이라는 원천을 일정 궤도에 올려놓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응용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마음이 급하다고 처음부터 투자를 분산해선 안 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은 어떤 AI 전략을 취해야 하나.
▲우리는 제3지대를 잘 만들어 기회를 찾아야 한다. 세계 AI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주요 국가들이 모였을 때 한국이 반드시 '보드 멤버'로 들어가야 한다. 전 세계 소프트웨어의 90%를 차지하는 오픈소스 생태계에 대한 우리 투자는 1%도 안 된다. 오픈소스 참여를 늘리고 우리의 강점인 제조업과 과학기술을 AI와 연결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AI 기본사회'는 국민의 삶을 어떻게 바꿀까.
▲국민 모두에게 자기만의 비서가 한 명씩 생긴다고 생각하면 된다. 건강과 고민, 경제 계획과 일정을 챙기고 문제가 생기기 전에 미리 알려주는 개인 비서다. 훈민정음이 지식의 장벽을 낮춰 민주화와 정보화를 이끌었듯, 모두가 AI를 갖게 되면 지식 불평등과 정보 불균형에 기댄 기존 권력도 무력화될 수 있다.
-민주당 정당개혁추진단의 AI 민주주의 분과위원장을 맡았는데.
▲AI를 정치에 활용하는 정도가 아니라 정치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지금의 대의민주주의는 지역이라는 '공간'을 전제로 하지만, 앞으로는 세대라는 '시간'을 기준으로 대표를 뽑을 수도 있다. 가령 연령대별 남녀 대표를 선출하면 청년은 자신이 살아갈 30년, 40년, 50년 뒤를 준비할 것이다. 민주주의의 기본 구조부터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
-1호 법안으로 'K-FDE 육성법'을 발의한 이유는.
▲FDE(전방 배치 엔지니어)는 젊은 AI 네이티브와 디지털 전문가가 중소기업 현장에 들어가 스스로 문제를 찾아 해결책까지 만드는 것이다. 취업 지원도, 컨설팅도, 시스템통합(SI) 사업도 아니다. 교육·고용·창업·연구개발 등 여러 부처에 걸쳐 있어 기존 사업의 틀로는 설명하기조차 어렵다. 새로운 영역에 걸맞은 법적·예산상 근거를 만들고자 했다.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AI가 일자리를 줄일 것으로 예상되고 실제로 일정 부분 줄어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AI로 일을 줄였다기보다 기존 인력을 해고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이 AI를 명분 삼는 측면도 있다. 'AI가 일자리를 다 없앨 것'이라는 공포도, '엄청난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는 기대도 과도하다. 실제 도입 사례를 계속 비교하고 검증하면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의 충돌은 어떻게 풀어야 하나.
▲우리는 개인정보 침해라는 개념을 지나치게 예민하게 받아들이면서 공포를 느끼고 있다. 암 환자의 데이터를 모아 신약을 개발하면 환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데,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막아버리면 피해는 결국 환자가 본다. 정작 개인정보를 유출하거나 악용한 데 대한 처벌이 관대한 것은 (우리 사회의) 아이러니다. 데이터 활용은 열고 보이스피싱이나 스토킹 같은 악용은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
-광주 자율주행 실증도시의 성공 조건은 무엇인가.
▲광주는 도시 자체를 자율주행 실증 공간으로 제공한 전국 유일의 도시다. 실증 과정에서 나오는 데이터와 문제점, 장점을 제대로 살리려면 중앙정부의 통합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구조도 만들어야 한다. 자율주행 관제사와 새로운 보험상품,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까지 구체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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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자율주행 전략과 미래 비전을 충분히 설명해 중소 협력업체들이 이를 보고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의 테크기업 리더들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미리 이야기하고, 납품·협력업체들은 그 방향에 맞춰 움직인다. 그런 공개는 사회에 질문을 던지고 집단지성으로 전략을 수정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현대차에도 이런 리더십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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