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치료의 새 길]②혈액검사·SC제형, K-바이오에도 '기회의 문'
p-tau217 표준화에 국내 진단기업 도전
차별화 지표 한계…임상 근거 확보가 관건
피하주사 전환, 고농도 제제·확산 기술 주목
①검사 두 달, 투여 한 시간 걸리는 치료현장 확 바뀐다
②혈액검사·SC제형, K-바이오에도 '기회의 문'
③쏟아질 수요 전망 속 '위양성·수가' 과제
알츠하이머병 혈액검사 시장의 핵심 경쟁축으로 표준 지표인 인산화 타우 단백질(p-tau217)이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p-tau217을 측정하는 항체와 시약, 전용 장비를 앞세워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자체 항체와 분석 장비를 활용해 같은 지표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허가한 알츠하이머병 혈액검사는 지난해 5월 후지레비오의 루미펄스를 시작으로 네 건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두 건이 로슈와 일라이릴리가 공동 개발한 제품이다. 지난달 허가된 일렉시스 p-tau217은 단일 지표로 뇌 내 아밀로이드 병리를 평가하는 첫 검사다.
p-tau217은 신경세포를 지탱하는 타우 단백질의 217번 자리가 변형된 형태다. 뇌에 아밀로이드가 쌓일 때 혈액으로 흘러나와, 이 농도를 재면 뇌 촬영 없이 축적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아밀로이드 표적 치료제는 뇌에 아밀로이드가 쌓인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어, 투약 대상을 가려내는 일이 치료의 전제 조건이다. 채혈만으로 이 판단이 가능해지면서 제약사들이 먼저 이 검사를 받아들였다.
제약사들은 아밀로이드 표적 치료제 임상시험에서 참여자의 아밀로이드 병리를 확인하기 위해 혈액검사를 활용하고 있다. 모든 환자에게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을 시행하는 대신 혈액검사로 1차 선별한 뒤 필요한 환자에게 PET을 시행하면 비용과 절차를 줄일 수 있어서다. 국내에서도 관련 진료지침에 p-tau217을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차별화된 지표를 앞세워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피플바이오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비정상적인 응집 정도를 측정하는 '알츠온'을 상용화했고, 퀀타매트릭스는 아밀로이드 생성과 억제에 관여하는 4개 지표를 동시에 측정하는 '알츠플러스'를 개발했다. 알츠플러스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와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쳐 현재 비급여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지표를 사용하는 검사에는 임상 근거를 축적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국제 진료지침이나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활용된 근거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기업들도 p-tau217 등 표준 지표를 자체 기술로 측정하는 검사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일부 기업은 자체 장비로 측정한 결과를 기존 검사나 PET 결과와 비교해 임상적 유효성을 검증하고 있다. 국내 진단기업 관계자는 "의료진이 참고할 국제 근거가 쌓이는 쪽은 결국 표준 지표"라며 "표준 지표를 재는 검사를 확보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해외 검사 도입도 진행되고 있다. 랩지노믹스는 대웅바이오와 협력해 후지레비오 루미펄스의 국내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 자회사 QDx 패솔로지를 통한 위탁검사 사업도 병행한다. 강성훈 고려대구로병원 알츠하이머예방센터장은 "여러 기업이 진입하고 있지만 결국 임상적 유효성과 가격, 접근성을 함께 갖춘 소수의 검사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피하주사 2㎖ 벽 넘을 제형 기술이 관건
치료제에서도 제형 경쟁이 시작됐다. 레켐비 피하주사 제형 '아이클릭'은 주 1회 투여하는 자동주사기로 투여 시간은 약 15초다. FDA는 지난 7월 유지요법에 한정됐던 사용 범위를 치료 시작 단계까지 넓혔다. 정맥주사와 유사한 수준의 약물 노출이 확인된 것이 근거가 됐다. 레켐비 아이클릭은 확산 효소를 쓰지 않고 항체 농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당 200㎎으로 제제화해 250㎎을 1.25㎖씩 두 차례 나눠 놓는다. 별도 기술 없이 피부 밑에 넣을 수 있는 부피가 통상 2㎖ 수준인 만큼, 그 한계 안으로 주입량을 맞춘 것이다.
한 번에 피부 밑으로 넣을 수 있는 부피가 2㎖ 안팎이라는 한계를 다루는 기술이 국내 기업의 진입 지점이 될 전망이다. 먼저 약물을 진하게 만들어 부피를 줄이는 제제화 기술이 꼽힌다. 농도를 높이면 약물이 끈적해져 주사기로 밀어 넣기 어려워지는 만큼 이를 견디는 자동주사기 기술도 함께 필요하다. 피하조직을 일시적으로 느슨하게 만들어 받아들일 수 있는 양 자체를 늘리는 확산 효소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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