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전시]에드 앳킨스 개인전 '1 day in space'·안소현 개인전 '한강의 아이' 外
에드 앳킨스의 ‘15th of May 2026, 16.0955 (Passive Mech)’. 덴마크 질랜드에 설치한 골판지 무대 세트가 시간 속에서 무너져가는 과정을 포착한 사진 작업이다. 글래드스톤
에드 앳킨스 개인전 '1 day in space'
사진은 지나간 시간을 붙잡는다고 믿지만, 에드 앳킨스의 화면에서 이미지는 오히려 사라짐을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글래드스톤 서울의 한남동 공간 개관전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영국 현대미술가 에드 앳킨스가 디지털 이미지와 아날로그적 감각 사이에서 이어온 질문을 신작 영상, 사진, 조각, 프로타주 작업으로 확장해 보인다. 중심작 'Passive Mech'는 덴마크 질랜드의 작가 주택 외부에 설치한 골판지 무대 세트가 한 달 동안 무너져 가는 과정을 1분마다 한 프레임씩 촬영한 4만3200장의 이미지와 오디오 클립으로 구성한 작업이다.
에드 앳킨스의 ‘15th of May 2026, 07.3219 (Passive Mech)’. 작가가 덴마크 주택 외부에 설치한 골판지 무대 세트가 시간 속에서 변형되는 과정을 포착한 사진 작업이다. 글래드스톤
원본보기 아이콘비어 있는 무대와 붕괴하는 구조물은 자연 속 성장과 죽음, 가족의 시간과 이미지의 유한성을 동시에 환기한다. 전시에는 영상에서 파생된 유니크 프린트, 가족의 일상에서 나온 시리얼 상자와 플래시카드 등을 조합한 릴리프, 가족이 사용한 침대 시트를 흑연으로 본뜬 실물 크기 프로타주도 함께 나온다. 사진이 대상을 보존한다는 약속은 여기서 부재와 흔적, 사적인 기억을 재구성하는 불완전한 장치가 된다. 10월 31일까지, 서울 용산구 글래드스톤 서울.
윌리 스튜어트의 ‘Hunted by a Freak’. 대중문화 이미지와 풍경, 사적 기억의 파편을 콜라주처럼 겹쳐 훼손된 아카이브가 만들어내는 허구적 서사를 드러낸 작품이다. 레이지 마이크
원본보기 아이콘윌리 스튜어트 개인전 'Digital Grim Reapers Underground'
기억은 남았지만 맥락은 사라진 세계를 상상한다. 레이지 마이크에서 열리는 미국 작가 윌리 스튜어트의 첫 한국 개인전 'Digital Grim Reapers Underground'는 손상된 기억 아카이브와 디지털 유물로 재구성되는 미래의 인류사를 다룬다. 회화, 조각, 설치, 영상, 사운드, 제작된 유물을 넘나드는 작가는 1980년대 펑크와 신스 음악, VHS 테이프, 앨범 커버, 팬덤 같은 대중문화의 잔여물을 끌어와 시간이 지나며 낡고 변형되는 이미지의 운명을 탐구해왔다. 플럭서스의 주요 인물 오노 요코의 밴드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한 이력도 작업 전반의 리듬과 반복, 인용의 감각으로 이어진다.
윌리 스튜어트의 ‘I’m too sad to tell you’. 희미하게 가려진 인물 이미지를 통해 기억이 보존되는 동시에 흐려지는 감각을 드러낸다. 레이지 마이크
원본보기 아이콘전시는 문명이 사라진 뒤에도 기술만 남은 오지의 발전소를 배경으로 전개된다. 전직 군인이자 전기 기술자인 주인공은 폐기된 합성 인간의 잔해 속에서 인류의 과거를 담은 이미지 파편과 마주한다. 평범한 몸짓과 풍경, 사물, 관계의 기록은 원래의 시간표에서 떨어져 나와 새로운 신화로 읽힌다. 재킷 뒷면을 출발점으로 삼은 'Back Panels' 연작은 의복을 신체 없는 초상화로 바꾸고, 모자와 오브제 작업은 대중문화의 잔상을 기억의 그릇처럼 품는다. 기억은 살아남았지만 맥락이 사라졌을 때 역사는 어떻게 다시 쓰이는가를 묻는 전시다. 전시는 10월 31일까지, 서울 강남구 레이지 마이크.
안소현 개인전 '한강의 아이'
한강은 도시의 배경이 아니라, 오래전 마음속에 남겨둔 아이를 다시 불러내는 장소가 된다. 안소현의 개인전 '한강의 아이'는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라는 질문을 건네며 강과 숲, 산과 바람의 풍경을 파스텔 톤의 색채와 서정적인 회화 언어로 풀어낸다. 화면 속 한강은 실제 장소의 기록이면서 동시에 작가의 기억과 감정, 상상이 머무는 내면의 공간으로 바뀐다.
작가는 유화를 중심으로 풍경과 자연의 장면을 따뜻하고 섬세한 색으로 재구성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노을, 강물, 나무, 작은 인물은 현실의 풍경을 따라가면서도 어른이 된 자신 안에 남아 있는 어린 감각을 되살린다. 관람객은 익숙한 서울의 풍경 앞에서 자신이 지나온 시간과 아직 놓지 못한 마음의 형상을 마주하게 된다. 10월 25일까지, 서울 한남동 갤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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