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제 한시름 덜었어요" 1시간에서 15초…확 바뀌는 치료현장[치매치료의 새 길]①
편집자주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획기적인 변화가 임박했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쓰려면 뇌 안에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실제로 쌓였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양전자방출단층촬영이 필요하다.
방사성 물질을 주사해 뇌 속 아밀로이드에 달라붙게 한 뒤 촬영하는 검사다.
PET 찍던 진단, 채혈 18분으로
정맥주사 1시간, 15초 자가주사로
"동네 병원에서 치료 수요 대폭 확대"
①검사 두 달, 투여 한 시간 걸리는 치료현장 확 바뀐다
②혈액검사·SC제형, K바이오에도 '기회의 문'
③쏟아질 수요 전망 속 '위양성·수가' 과제
60대 A씨는 최근 약속을 자주 잊고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는 가족의 말을 듣고 동네 병원을 찾았다가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고 대학병원 신경과에 예약을 잡았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쓰려면 뇌 안에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실제로 쌓였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이 필요하다. 방사성 물질을 주사해 뇌 속 아밀로이드에 달라붙게 한 뒤 촬영하는 검사다. A씨가 받은 예약일은 두 달 뒤였다.
기다림 끝에 A씨는 결국 알츠하이머 치료제 투여 결정을 받았다. A씨 입장에선 치료제 투여 결정보다 너무도 복잡하고 긴 치료 일정이 더 캄캄했다. 치료제 투여에 앞서 부작용과 투여 일정을 설명하는 사전 면담에만 30~40분이 걸린다. 약은 250㎖ 수액에 섞어 1시간 동안 정맥으로 맞는다. 이후 2주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아 같은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중간중간 뇌부종이나 뇌출혈이 생겼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기공명영상(MRI) 촬영도 해야 한다.
이런 복잡한 과정이 앞으로 1년 사이에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진단과 투여 방식을 모두 바꾸는 기술이 잇따라 국내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강성훈 고려대구로병원 알츠하이머예방센터장(신경과 교수)은 9일 "그동안 치료 확대를 가로막은 것은 약의 효과나 안전성이 아니라 검사와 주사실 대기시간이었다"며 "혈액검사가 PET 앞단을 맡고 피하주사가 주사실 부담을 덜면 진단도 치료도 대학병원 밖에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구로병원 알츠하이머예방센터는 국내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 처방 실적이 세 손가락 안에 든다.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투약 환자는 240명이다.
알츠하이머병 치료 수요가 대폭 늘어난 것은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레켐비의 국내 처방은 2024년 12월 시작됐다. 그전까지는 뇌에 아밀로이드가 쌓인 것을 확인해도 진행을 늦출 방법이 없어 검사 수요 자체가 크지 않았다.
아밀로이드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라는 가설은 1990년대 초 제시됐지만 이를 겨냥한 약은 30년간 나오지 못했다. 화이자와 존슨앤드존슨의 바피뉴주맙, 일라이릴리의 솔라네주맙, 로슈의 간테네루맙이 잇따라 도전했으나 모두 임상 3상에서 인지기능 개선을 입증하지 못했다. 2021년 미국에서 조건부 승인을 받은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도 아밀로이드 감소라는 대리지표만 인정받았을 뿐 인지기능 개선은 입증하지 못해 2024년 판매가 중단됐다. 레켐비는 아밀로이드가 뭉치기 시작하는 초기 형태를 표적으로 삼아 2022년 임상 3상에서 인지 저하를 27% 늦춘다는 결과를 얻으면서 이 고리를 끊었다.
18분 혈액검사·주 1회 피하주사…진단부터 투여까지 접근성 제고
당장 주목되는 건 연내 도입되는 혈액검사다. 혈액 속 인산화 타우 단백질(p-tau181) 수치를 재는 방식이다. 타우는 신경세포 안에서 구조를 지탱하는 단백질인데, 뇌에 아밀로이드가 쌓이기 시작하면 여기에 인산기가 달라붙어 변형된 형태가 혈액으로 흘러나온다. 이 변형 단백질의 농도를 재면 뇌 상태를 간접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정확도가 높지 않아 확진용으로는 쓰기 어렵지만, 수치가 기준값 아래면 아밀로이드가 없다고 판단해 걸러내는 선별 검사로 활용된다. 상급종합병원뿐 아니라 동네 병원에서도 채혈 후 수탁검사기관을 거쳐 시행할 수 있다.
내년 하반기에는 같은 인산화 타우를 재되 측정 부위가 다른 p-tau217 검사가 도입된다. 아밀로이드 축적 여부를 90~95% 정확도로 가려낸다. 지난달 미국에서 허가된 로슈의 일렉시스 p-tau217은 검체를 장비에 넣은 뒤 18분이면 수치가 나온다. 지금도 혈액을 미국으로 보내 검사할 수는 있지만 결과를 받는 데 한 달 이상 걸리고 국내 허가를 받은 검사가 아니어서 대부분의 병원이 쓰지 않는다. 국내에 도입되면 채혈한 뒤 몇 시간 안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치료제도 늘어난다. 연말 두 번째 아밀로이드 표적 치료제인 도나네맙의 국내 허가가 이뤄질 전망이다. 내년에는 레켐비 피하주사 제형의 국내 허가·도입도 예상된다. 주 1회, 1회 약 15초 만에 투여할 수 있어 기존 정맥주사보다 주사실 체류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다음 세대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로슈의 트론티네맙은 약물이 뇌로 넘어가는 것을 막는 혈액뇌관문 통과율을 10배가량 높인 제품이다. 18개월인 투여 기간을 6개월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초기 보급을 막았던 부작용 우려도 실사용 데이터로 걷히고 있다. 고려대구로병원 연구팀에 따르면 5회 이상 투여한 환자 197명 중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이상(ARIA)은 20명(10.1%)이었고, 이 가운데 19명은 증상이 없었다. 국제학술지 '알츠하이머와 치매'에 최근 실린 127명 대상 연구에서도 ARIA는 8.8%로 대부분 경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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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교수는 5년쯤 뒤면 혈액검사가 국가건강검진에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암 검진에서 종양표지자로 걸러 이상이 있으면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내시경을 하듯, 혈액검사에서 이상이 나오면 PET으로 확인하는 방식이 자리 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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