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청희 건보공단 이사장 "불필요한 의료비 줄이고 부과체계 개편해야"
취임 첫 기자간담회서 "CT·MRI 낭비 제어…수가 조정 필요"
"담배소송 패소해도 유해성 입증 계속할 것"
강청희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건강보험의 지출 구조를 전면적으로 점검하고, 중증·희귀난치질환 등 생명과 직결된 영역의 보장은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보험료율을 무리하게 올리기보다는 불필요한 의료 이용과 부당청구 등을 줄이고, 예방과 돌봄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강 이사장은 8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취임 50여일 만에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앞으로의 건강보험 50년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며 ▲국민의 삶 중심으로 제도 전환 ▲인공지능(AI) 기반 건강복지 플랫폼 구축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등 3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강 이사장은 우선 건강보험의 재정 지출을 원점에서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재정 투입에 비해 효과가 충분한지, AI와 디지털 전환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지, 국민이 실제 체감하는 성과로 이어지는지를 기준으로 사업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과도한 의료 이용과 부당·허위청구 등을 지출 구조조정 대상으로 꼽았다. 강 이사장은 "전체적인 국민 의료비 지출 차원에서 보면 하지 않아도 될 의료 이용을 하는 경우들이 있다"며 "이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CT·MRI 등 고가 영상검사 역시 "낭비되는 부분을 제어할 필요가 있다"며 수가 조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반대로 건강보험이 반드시 보장해야 할 영역에는 재정을 더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강 이사장은 기존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정책이 보장률이라는 목표에 치우쳤다고 평가하며 "정말 생명과 결부된 의료를 제때 공급받지 못해서 잘못되는 경우는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중증질환과 희귀·난치질환 등 생명과 직결된 질환의 보장률을 우선적으로 높이겠다고 했다.
저소득층과 고령층 등이 병원비 부담 때문에 치료나 검사를 미루는 문제도 주요 보장 강화 대상으로 봤다. 강 이사장은 "치료가 늦어지면 오히려 더 큰 의료비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예방과 건강증진에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며 "돌봄 역시 노쇠를 예방하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료율의 경우 보험료 인상이 재정 확충에는 도움이 되지만 국민 부담을 늘려가며 무리하게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내놨다. 법정 보험료율 상한인 8%를 넘기는 방안에 대해선 "지금 단계에서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같은 재정 안에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필요한 곳에 재원을 투입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날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는 내년도 건강보험료율을 올해와 같은 7.19%로 동결했다.
정부의 건강보험 국고지원 문제와 관련해서도 국고지원 확대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통한 수입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특히 재산과 소득을 함께 반영하는 현행 부과체계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소득을 보다 정교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징수체계를 보완하겠다고 했다.
건강보험과 의료·돌봄의 경계를 허무는 것도 주요 과제로 꼽았다.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별개의 제도로 운영하는 대신 국민의 생애를 중심으로 연결해 예방·건강관리·치료·돌봄이 이어지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특히 돌봄에 의료와 데이터 기술을 결합해 노쇠를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활용하고, 지역의 의료·간호·돌봄 자원을 연결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구상이다. 장기적으로는 간병·돌봄 분야에 로봇 등 기술을 접목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비용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필요하다.
이밖에 공단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추진에도 의지를 나타냈다. 강 이사장은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더라도 검찰과의 협력 및 보완수사 요구권 등을 통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며 "특사경의 월권 방지와 인권 보장을 위한 제한 장치와 교육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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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이 2014년부터 진행해 온 담배소송에 대해선 553억원 규모의 청구금액뿐 아니라 담배의 유해성을 입증하고 국민에게 알리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강 이사장은 "향후 소송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다른 질환과 담배의 유해성을 추가로 입증해 법적 조치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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