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왜 김정은을 만나려고 하는가
대화 좌절됐지만 공개적 비판 안해
국익 앞세워 'CVID' 지워버린 미국
北 제제완화 희토류 등 실익 챙기기
달라진 판세 속 다가오는 북·미 빅딜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시 뜨겁게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갑자기 2018년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더니 8월에도 연이어 관련 사진을 올렸다. 그리고 같은 달 19일 금년 말에 김 위원장과 만나겠다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도대체 왜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원하는가.
트럼프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미국의 국익을 위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시각은 이미 있었다. 미국의 저명한 국제관계학자인 월터 러셀 미드는 2021년 4월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발표한 칼럼 '데탕트가 북한에 대한 옵션일 수도 있다'에서 북·미 관계 개선이 동아시아에서 중국에 맞서 미국과 동맹에 유리한 세력 균형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2024년 12월29일 미 대선이 끝난 직후 미국 지정학 전문가 드미트리 알페로비치와 세르게이 라드첸코 존스홉킨스대학 교수가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칼럼에서 '트럼프·김정은 제2막, 세계를 뒤흔들 수 있다'는 매우 파격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최고지도자 간의 독특한 사적 연대를 지렛대 삼아 외교 관계 수립 및 경제 제재 완화를 제공하는 대가로 북한의 핵무기 실험 유예와 같은 실리적 양보를 받아내는 거래를 감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북한을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분리함으로써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현실주의적 전략이 될 것이라고 그들은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전략적 이익뿐만 아니라 트럼프 개인의 심리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역사학자 더그 위드가 집필한 트럼프 제1기 백악관 공인 역사서 '트럼프 백악관 내부(Inside Trump's White House)'를 보면,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주고받은 극비 친서들을 직접 읽어본 후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대하는 태도나 관계의 성격에 거의 '부성애'적인 면모가 있음을 발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드와의 오찬 도중 "김 위원장과 나는 훌륭한 케미스트리가 있다. 나는 비즈니스든 정치든 누군가를 만나는 순간 그것이 있는지 바로 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공식 외교라인을 통해서가 아니라 개인 외교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에 대한 호감은 무척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2024년 대선 직후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다시 만나겠다고 호언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정작 평양을 다시 협상으로 유인하는 데 필요한 외교 자원을 거의 투입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작년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회동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북한이 미국과의 회담이나 관계 개선에 무관심해서 그런 것은 결코 아니다. 2019년 하노이 회담의 실패로 상처를 입은 김 위원장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다시 만나더라도 실질적 성과를 담보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면 회담에 응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미국의 접근이 너무 즉흥적이고 안이했다.
북한과의 대화가 좌절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한 공개적 비판을 삼갔다. 오히려 트럼프 2기 정부의 대외전략을 담은 '국가안보전략'이 작년 연말에 발표됐는데, 북한에 대한 입장이 크게 변했다. 2017년 국가안보전략은 북한을 미 본토와 동맹에 실존적 위협을 가하는 '불량 정권'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관철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드러냈다. 2022년 국가안보전략도 북핵을 '지속적인 위협'으로 관리하고자 했으며,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해법을 열어두는 동시에 통합 억제 기조를 취했다. 그러나 철저한 국익 우선주의와 '전략적 절제'로 선회한 2025년 국가안보전략에 이르러 미국은 안보 우선순위에서 북한에 대한 언급을 완전히 생략했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태도에 근본적 변화가 있음을 공식화한 것이다. 북한은 이를 크게 반겼을 것이다.
이렇게 미국의 전략적 입장에 근본적 변화가 있은 후 북·미 간의 대화가 예상됐는데, 이란 전쟁이 장애물로 등장했다. 일본 '문예춘추(文藝春秋)' 6월호는 '김정은, '트럼프 5월 방북' 극비 협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북한은 북·미 관계의 근본적 개선과 상호 연락사무소 개설, 통신사 지국 교환 설치, 인도적 의약품·식량 원조 및 미군 유해의 단계적 분할 송환을 제안하는 동시에 자국 영토 내 희토류 광물 개발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 허용과 원산·갈마 지구 관광금지 해제, 그리고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타진했다. 이와 함께 비핵화를 의제화하지 않는 것을 회담의 선결 조건으로 삼는 대신, 미국의 선거 정국을 겨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검증 가능한 해체 쇼를 카드로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솔깃한 당근이었다. 이 거래를 통해 북한은 자국의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승인받아 체제 안전을 공고히 다지는 동시에 대규모 대북 제재 완화와 서방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며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지나친 안보·경제적 의존을 줄이는 전략적 이익을 얻으려 한 것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본토를 겨냥한 북한 ICBM 해체 쇼'라는 시각적으로 압도적인 외교적 트로피를 획득하고, 보수 표심을 자극할 미군 유해 환수와 첨단산업의 핵심 소재인 북한산 희토류 개발권이라는 실리적 편익을 거머쥘 수 있다. 요컨대 이 기사가 사실이라면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과 매우 현실적인 거래를 하려 한 것이다.
지금까지 전개된 상황을 보건대 조만간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거래를 할지도 모른다. 미국은 더 이상 한국의 안보이익을 우선시하지 않고, 철저히 미국의 관점에서 북한 문제에 접근한다. 이러한 미국의 태도를 우리가 바꿀 수 없다면 이제 우리는 북·미 관계가 개선될 경우 우리의 지정학적 이익과 조화시킬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깊이 탐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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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기 변호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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