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R, USI 매각해 최초 투자금 6배 회수
출자자 안 모으고, 자기 돈으로만 9년 보유
회삿돈으로만 투자하는 '워런 버핏' 방식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KKR은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보험중개사 USI 인슈어런스 서비시스를 동종업체 에이온에 넘기기로 했다. 거래 규모는 약 170억달러, 우리 돈 23조3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KKR이 세금을 떼고 손에 쥐는 돈은 33억달러, 약 4조5000억원이다. 처음 넣은 돈을 기준으로 여섯 배의 회수 성과를 기록했다.


4500000000000원…'내돈 1%' 관행 깨고 사모펀드가 '내돈내산'해서 번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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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식은 국내 사모펀드(PEF) 시장에서도 화제가 됐다. KKR이 펀드가 아니라, 회사 자기 자본으로 USI 지분을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 운용사는 연기금과 공제회, 보험사 같은 기관에서 돈을 모아 펀드를 만든다. 그 돈으로 기업을 사서 몇 년 손을 본 뒤 되판다. 운용사가 이 펀드에 함께 넣는 돈은 통상 약정액의 1% 수준이다. 운용사에 최소한의 책임을 지우는 장치로, GP커밋이라고도 부른다. 펀드를 운용하는 무한책임사원(GP)이 약속한 출자금이라는 의미다. 500억원짜리 펀드라면 운용사 몫은 5억원이고, 나머지 495억원은 출자한 기관들이 댄다.


운용사는 이 돈을 굴리는 동안 매년 관리보수(운용자산의 연 1~2%)를 받는다. 기업을 되팔아 차익이 나면 출자자에게 약속한 최소 수익률을 넘긴 부분에 대해 성과보수로 20% 안팎을 가져간다. 이 최소 수익률은 통상 연 8% 안팎이다. 기업을 사는 데 들어간 돈이 대부분 남의 것이니, 차익도 대부분 남의 몫으로 돌아간다.

펀드였다면 5~7년…자기 돈이라 9년을 들고 90여 곳 붙이며 성과 극대화

KKR은 이러한 일반적인 투자 구조와 다른 설계를 했다. 2017년 캐나다 연기금 CDPQ와 함께 43억달러에 USI를 인수했는데, KKR은 펀드를 거치지 않고 회사 돈, 즉 자기 돈을 투입했다. KKR이 실제로 댄 지분 투자금과 비중은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KKR은 2020년과 2023년, 2025년에 자기 돈을 더 넣으며 자기 몫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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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R은 USI를 9년 동안 들고 있었다. 그사이 중소 보험중개사 90여 곳을 인수해 USI에 붙였다. 작은 회사를 계속 사서 덩치를 키우는 방식인데, 펀드로 샀다면 만기가 먼저 돌아왔을 기간이다. KKR은 처음 넣은 지분 투자금 기준으로 여섯 배, 이후 보탠 자본까지 합치면 3.4배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실제 투입 금액과 지분 비중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회수액과 배수로 역산하면 약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안팎을 넣어 33억달러(4조5000억원)를 회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방식은 시장에서 '미니 버크셔' 전략으로 불린다. 펀드를 거치지 않고 회사 자본으로 기업을 사서 오래 들고 배당을 받는 구조로,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에서 따온 이름이다. 버크셔는 자동차보험사 가이코를 비롯한 보험사를 거느리고 있다. 보험사는 보험료를 먼저 받고 보험금은 한참 뒤에 지급한다. 그사이 쌓인 돈은 회사가 굴린다. 버핏은 이 돈을 밑천 삼아 기업을 사들이고 팔지 않는 방식으로 회사를 키웠다.


미국의 대형 사모펀드들도 유사한 자금 구조를 갖추기 시작했다. KKR이 2020년 미국 보험사 글로벌애틀랜틱을 인수했고, 아폴로는 연금보험사 아테네(Athene)를, 블랙스톤은 AIG 지분을 사들였다. 생명보험이나 연금이라면 계약자에게 돌려줄 시점이 수십 년 뒤이고, 약속한 이율도 펀드 출자자에게 먼저 채워줘야 하는 연 8%보다 낮다. 이런 자금이 뒤를 받치면 운용사는 좋은 기업을 만났을 때 자본을 더 넣어 키울 수 있고, 회수 시점에 쫓기지 않고 값을 제대로 받을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다. 투자 전략에서 그만큼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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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 VC가 자기 돈 늘려…"향후 수익 극대화하고 LP 신뢰 확보"

운용사가 자기 돈을 늘리는 흐름 자체는 국내 자본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PE 시장보다는 벤처캐피털(VC) 쪽에서다. 한 건에 수천억원이 오가는 바이아웃 시장에서 자기 돈만으로 기업을 사려면 운용사가 그만한 자본을 쌓아두고 있어야 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국내 운용사 가운데 회사 돈만으로 몇천억원 이상을 굴릴 여력이 있는 곳은 찾기 어렵다"며 "게다가 대형 운용사는 대부분 비상장이라 주식을 발행해 자본을 키우는 길도 열려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투자 규모가 작은 VC는 자기 돈을 넣기가 수월하다. 캡스톤파트너스가 지난 4월 결성한 '캡스톤 2026 AI혁신 투자조합'은 약정액 500억원 가운데 99억원이 회사 돈이다. 벤처투자조합의 법정 최소 출자비중인 1%의 스무 배다. 대성창업투자는 '대성 W-Jump up'에 38%, '대성 투게더 청년창업'에 23.6%를 넣었다. 우리벤처파트너스는 15% 수준의 GP커밋 비중을 맞추고 있다. 옛 KTB네트워크 시절 결성한 'KTBN 13호 벤처투자조합'에는 510억원 가운데 100억원을 넣어 비중이 19.6%다. 이 조합은 KTBN 16호와 함께 2019년 달바글로벌에 40억원을 투자했고, 지난해 5월 지분을 399억원에 팔아 354억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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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의 자기자본 확대에는 권력 관계도 반영돼 있다. 자기 돈을 많이 넣으면 향후 출자사업에서 기관의 신뢰를 얻는 데 유리하다는 속내다. VC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돈이 넘쳐나고 있다지만 규모, 섹터에 따른 양극화 등으로 펀드레이징 난도는 더 높아진 상황"이라며 "자기자본 확대는 회수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데다가 출자사업에서도 LP측에 긍정적 인상을 남길 수 있어 점차 확대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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