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호황이 성장세 이끌어
순수출·소비 영향…실질 GDP 0.6%↑

실질 GDI 15.7%↑…GDP 웃돌아
총저축률 45.6%…소비 여력 확대
반도체 '소득 효과'…"기업서 가계·내수로 온기 기대"

우리나라 명목 경제성장률이 올해 2분기에도 전 분기에 이어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성장세를 보였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47년 만의 최고치다.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던 핵심적인 요인은 반도체 수출 기업의 수익성 개선이다. 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가격 급등이 명목 성장률을 끌어올린 것이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는 전기 대비 0.6%, 전년 동기 대비 3.7%로 속보치와 같았다. 실질 GDP에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 무역손익을 더해 산출하는 실질 국내총소득(GDI)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15.7%로 속보치보다 0.1%포인트 상향 수정됐다. 올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4만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명목 GDP 성장률, 전년 동기比 26.4%…47년來 최고치

2분기 명목 GDP 성장률, 47년 만에 최고치…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바짝 다가섰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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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한국은행은 올해 2분기 우리나라 명목 GDP가 전 분기 대비 9.2%, 전년 동기 대비 26.4% 성장했다고 밝혔다.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은 지난 1분기(10.5%)보다 낮았지만 두 자릿수에 가까운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실질 GDP 성장률(0.6%)을 큰 폭으로 웃돌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979년 3분기(27.7%) 이후 47년여 만의 최고치다.


명목 GDP는 물가 요인을 제거한 실질 GDP에 시장가격 변화를 반영한 지표다. 실질 성장률이 우리 경제의 실제 생산 증가 정도를 보여준다면 명목 성장률은 국가 경제의 전체적인 규모를 파악하는 데 활용된다.

2분기 명목 성장률이 큰 폭으로 뛴 데에는 구성 항목 가운데 총영업잉여가 제조업, 금융·보험업 등을 중심으로 전기 대비 18.5% 급증한 영향이 컸다. 2분기 총영업잉여는 해당 통계가 공표된 2010년 2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등 수출 주력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의 명목 이익이 큰 폭으로 늘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2분기 명목 GDP(9.2%)와 명목 GNI(8.8%)의 높은 성장세를 사실상 기업의 영업이익 증가가 이끈 셈이다. 기업 몫인 총영업잉여가 크게 늘면서 가계 몫인 피용자보수(임금)도 전기 대비 1.9% 증가해 전 분기(4.0%)에 이어 성장세를 지속했다.


'물가 수준' GDP 디플레이터 21.9%↑…수출가격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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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가격 상승도 명목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국내 전반의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인 GDP 디플레이터는 올해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21.9% 뛰었다. 1980년 4분기(26.6%) 이후 최고치다. 세부적으로 보면 이 기간 수출 디플레이터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56.6% 급등했다. 내수 디플레이터도 중동 전쟁의 영향이 반영되며 3.6% 상승했다. 내수 디플레이터는 2023년 1분기(4.0%)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김화용 한은 경제통계2국 국민소득부장은 "이런 명목 GDP 성장세 확대는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의 수익성 개선을 의미한다"며 "이는 먼저 총영업이익 증가로 나타나고 정부 소득, 가계 소득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특히 2분기에는 반도체 제조업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화학제품, 운송장비 제조업, 서비스업 등 반도체 업종 외의 여타 업종으로 실적 개선 흐름이 점차 확산했다고 짚었다. 김 부장은 "화학제품 제조업이 의약품과 화장품 수출 증가로, 기계 및 장비 제조업이 반도체 설비 투자 확대로, 선박 제조업이 고부가 선박 수출 증가로 각각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런 기업 실적 호조에 따른 총영업이익 증가는 성과급, 배당금 등 가계소득 증가로 나타나고 법인세, 근로소득세, 배당소득세 등 정부 소득도 증가하며 시차를 두고 내수 증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가계 소득은 민간 소비, 정부 소득은 정부 소비 및 투자와 민간 이전 지출을 통한 민간 소비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은은 올해 하반기부터 기업 소득이 정부·가계로 분배되는 흐름이 점차 가시화할 것으로 봤다. 법인세 중간예납, 삼성전자 현금배당에 따른 배당금 및 배당소득세 등을 통해서다. 김 부장은 "앞으로 가계 소득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시차를 두고 민간소비 증대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나라 경제가 생산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GDI는 올해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15.7% 증가해 실질 GDP 증가율(3.7%)을 크게 웃돌았다. 이 역시 반도체 가격 상승 효과다.


실질 GDP 0.6% 성장…순수출 플러스 기여

가격 요인을 제거한 실질 GDP는 전 분기 대비 0.6%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7% 성장했다. 속보치와 동일한 수준이다.


2분기 GDP 성장 기여도를 보면 중동 전쟁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반도체와 관련 기계·장비 수출이 늘어나면서 순수출이 플러스 기여를 이어갔다. 내수에서는 민간소비가 플러스 기여를 지속한 데다 지식재산생산물투자를 중심으로 투자도 성장에 기여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0.6%가 1년간 지속된다면 2.4% 증가다. 속도가 좀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성장률"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추세라면 올해 연간 성장률은 지난달 상향 조정된 전망치(3.3%)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장은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하반기에 전기 대비 성장률이 평균적으로 0.2~0.3%면 연간 3.3% 성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지난달 경제전망에서 우리나라 성장률이 올해 3분기 0.3%, 4분기 0.5%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2분기 실질 GNI는 전기 대비 3.1%, 전년 동기 대비 15.6% 증가했다.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에서 외국인이 국내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뺀 것)이 11조6000억원에서 7조9000억원으로 줄었으나 교역조건 개선으로 실질 무역이익이 38조7000억원에서 58조5000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실질 GNI 증가율은 실질 GDP 성장률(0.6%)을 웃돌았다.


곽노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1분기부터 교역조건이 반도체로 인해 굉장히 좋아졌는데 이 흐름이 계속될지가 관건이다. 모든 산업에서 고루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는 점,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한 일종의 착시를 유의해야 한다"며 "국가가 경제 안정화 정책이나 재정정책을 펼칠 때 이런 부분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저축률 사상 최고…1인당 GNI 4만달러 눈앞 

2분기 명목 GDP 성장률, 47년 만에 최고치…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바짝 다가섰다(종합) 원본보기 아이콘

총저축률은 45.6%로 1970년 1분기 통계 공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총저축률은 국민총처분가능소득 가운데 소비되지 않고 남은 저축의 비중을 나타낸다. 가계뿐 아니라 정부 저축, 사내 유보금과 같은 기업 저축도 포함된다. 가계순저축률은 9.7%로 전기 대비 0.9%포인트 상승했다.


김 부장은 "총저축률은 소득 중 소비하고 남은 부분으로, 소득은 늘었지만 소비는 그만큼 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이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며 "미래의 민간소비나 투자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반면 국내총투자율은 24.2%로 1975년 3분기(22.0%) 이후 최저치에 머물렀다. 김 부장은 "국내 투자가 2분기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늘어났지만 이에 비해 전체 소득이 더 많이 증가했기 때문에 국내투자율은 낮아졌다"며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기업이 설비투자를 계속 늘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국내투자율은 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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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인당 GNI 4만달러 달성 가능성에도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김 부장은 "올해 상반기 명목 GNI 성장률이 21.8%였다"며 "하반기 예상치 못한 충격이 없다면 명목 GNI가 현 수준을 이어가고 환율 안정세 역시 지속될 경우 올해 달러화 기준 1인당 GNI는 4만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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