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원 짜리 '사랑의 징표'…"80만원으로 완전 똑같네" 우르르, 광산 멈춘다
드비어스, 핵심 광산 가동 중단
남아공 실업률 40%, 1200개 일자리 위기
"같은 품질에 디자인도 여러 색상으로 선택할 수 있는데, 랩다이아가 가격까지 저렴하면 고민할 이유가 없죠." (20대 여성 A씨)
"주얼리샵에서 일하는데 손님들이 랩다이아와 다이아몬드의 차이를 물어보면 '양식 광어'와 '자연산 광어'라고 답해요." (30대 여성 B씨)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인공 보석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이하 랩다이아)'가 예물 시장과 패션 주얼리 업계를 강타하면서 천연 다이아몬드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랩다이아 선호도가 높아지자 세계 대형 광산들이 잇따라 문을 닫거나 가동을 멈추고 있어, 광산 노동자들의 생계까지 위태로운 상황이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업체 드비어스는 지난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베네치아 광산의 생산을 향후 2년 동안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랩다이아는 고온·고압 환경의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배양해 천연 다이아몬드와 물리적·화학적 특성이 동일하면서도 가격은 훨씬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국내외 가리지 않고 '랩다이아 열풍'
이 같은 랩다이아 선호 현상은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랜드그룹 이월드가 운영하는 로이드 랩 다이아몬드 연 매출 신장률이 2022년에는 52%, 2023년 67%, 2024년 1분기에는 75% 증가하며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해외 시장의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미국 웨딩 정보 사이트 더 노트(The Knot)에 따르면, 미국 약혼 커플의 과반수가 천연 다이아몬드 대신 랩다이아를 선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월마트는 랩다이아 판매량이 전년 대비 600% 폭증했다고 밝혔으며, 샘스클럽 역시 관련 제품 취급을 전 지점으로 확대했다.
오랫동안 천연 다이아몬드를 고집했던 일본마저 아시아에서 랩다이아가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시장으로 부상했다. 2025년 기준 일본의 랩다이아 약혼반지 평균 구매 비용은 30만~60만 엔(약 260만~520만 원) 선으로 집계됐지만, 동급의 천연 다이아몬드 약혼반지는 80만~150만 엔(약 690만~1300만 원)에 달해 큰 가격 차이를 보였다.
"광산만 한 일자리가 없는데"…노동자 울상
한편 랩다이아가 대중화되면서 다이아몬드 가격 구조에도 균열이 생겼다. 시장 조사에 따르면 1캐럿 천연 다이아몬드 평균 가격은 10년 전보다 약 47% 폭락한 3415달러(약 460만 원)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1캐럿 랩다이아 가격은 무려 89% 급락해 595달러(약 80만 원)까지 떨어졌다.
가격 추락을 버티지 못한 전 세계 대형 광산 10여 곳이 최근 2년 새 문을 닫거나 생산을 중단했고, 전 세계 다이아몬드 생산량도 5년 전보다 25퍼센트가량 줄어들었다.
공급이 줄었음에도 가격이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업체 드비어스는 천연 다이아몬드의 희소성과 상징성을 앞세운 대규모 마케팅으로 반격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비용 절감을 견디지 못하고 백기를 들었다.
노조 "천연 다이아몬드 몰락은 예견된 수순"…방관한 회사 규탄
문제는 실업률이 40%를 웃도는 남아공 현지에서 광산 가동 중단이 지역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다는 점이다. 특히 짐바브웨 국경 인근의 무시나 지역은 다국적 광산기업 수준의 복지와 임금을 제공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극히 드문 곳이라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 베네치아 광산에서 13년간 설비를 관리해온 티나 네마훈구니(37)는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었던 유일한 직장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천연 다이아몬드의 몰락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된 사태"였다며 이를 방관해온 광산 측을 비판하고 나섰다. 모회사인 앵글로아메리칸 역시 최근 수년 동안 조 단위의 손상차손을 반영하며 드비어스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나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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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드비어스 측은 "프로젝트 지원 등을 통해 지역 사회의 충격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장 생계가 끊긴 노동자들은 회사가 광산 문을 닫으면서도 인공 다이아몬드 관련 신규 인력은 따로 뽑는 이중적인 태도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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