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갑작스러운 시총 기준 강화
충격 완화 장치 42일만에 무력화
탈출구 막혀 버린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신뢰 회복 전향적 결단 필요

박수만 변호사

박수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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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말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격에 반발하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당시 호르무즈 해협에 갇혔던 1200여척의 선박들과 선원들을 위해 온 세계의 염려가 컸었고, 우리 정부도 해협 봉쇄를 규탄하는 성명에 동참했었다. 해협을 통과해 페르시아만에 들어갔던 선박들과 선원들 및 관계인들에게 해협 봉쇄는 그야말로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으리라.


비슷한 상황이 주식시장에도 일어났다. 언제든 주식을 팔 수 있다고 믿었던 투자자들과 상장기업들은 거래소의 최근 규정 개정으로 호르무즈에 갇힌 선박들과 비슷한 낭패감을 느끼고 있다. 생각지도 못했던 사정 변경(시가총액 기준 강화)으로 인해 매각 출구가 봉쇄돼 비상장법인 신분으로 탈출구를 찾아야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KOSPI)과 코스닥 상장 유지에 필요한 시가총액 기준을 각각 50억원에서 500억원, 4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10배 인상했다. 당초 시장 충격을 감안해 2028년까지 3개년 단계적 시행을 공표했으나, 1단계 시행 42일 만인 올해 2월 조기 시행을 발표했다. 재개정을 통해 300억원 기준은 7월로, 500억원 기준은 내년 1월로 앞당겨졌다. 이에 일부 기업들과 투자자들이 가처분을 신청했다.


8월21일 열린 심문기일의 쟁점은 국가의 인가를 받은 독점적 사업자인 거래소가 상장기업의 자격 박탈 조건을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있는 재량권의 한계다. 기업들의 핵심 주장은 두 가지다. 첫째, 시가총액 하락이 곧 기업의 부실을 의미하지 않는다. 흑자를 기록하는 정상 기업도 주가 하락으로 기준에 미달할 수 있다. 둘째, 유예기간의 단축이다. 충격 완화를 위한 장치가 42일 만에 무력화되었고, 상장폐지를 면하기 위한 회복 요건마저 종전보다 가중되어 퇴출을 피할 문이 더욱 좁아졌다.

반면 거래소는 저성과·부실 기업의 적시 퇴출을 통한 시장 건전성 제고가 개정 목적이라고 반박한다. 단계적 구조는 유지된 채 도달 시점만 당겨졌고, 공적 임무를 수행하는 거래소는 정책 목적을 위해 관련 규정을 수시로 개정할 광범위한 재량을 부여받았다는 입장이다.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며 필자는 정책적 모순을 묻고자 한다. 거래소가 시가총액 500억원 미만의 수백 개 기업과 500만명 투자자를 진정한 '고객'으로 인식했다면, 이토록 난폭한 출구 봉쇄는 피했을 것이다. 강화된 기준은 신규 상장기업에 우선 적용하고 기존 기업에는 사업 재편을 위한 장기 유예기간을 부여하거나, 2부 시장을 신설해 최소한의 퇴로를 열어주었어야 마땅하다.


더 치명적인 문제는 이번 규정 자체가 주가 하락을 부추기는 '자기실현적 위기'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주가는 매수와 매도의 접점에서 결정되는데, 퇴출 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오며 시장엔 강력한 '녹인효과'가 생겼다. 예컨대 현재 시가총액 550억원인 우량 기업조차 퇴출 공포로 매수세가 실종되어 500억원 미만으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기업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거래소의 규제 잣대가 시총을 끌어내리는 블랙홀이 된 셈이다. 거래소는 이 뻔히 예상되는 시장 왜곡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답해야 한다.


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정작 호르무즈 해협에 갇혀 침몰할 위기에 처한 이들은 다름 아닌 현재의 투자자들이다. 500만명의 막대한 피해를 방치하면서 존재하지도 않는 미래의 투자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소송 결과와 무관하게 거래소와 금융당국은 행정 편의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선의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전향적인 결단을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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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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