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주 1주택자' 규제 논란, 세제는 시끌 대출은 잠잠…왜?
서울 비거주 1주택자 가구원 200만명 추산…은행 문의 한산
금융위, 실수요 고려해 규제 대상 좁혀…하루 실거주도 제외
"내년 1월 시행…연말 만기연장 문의 지켜봐야"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비거주 1주택자' 전세대출 규제를 놓고 시장 반발이 당초 예상보다 크지 않다. 정부가 실거주 중심의 부동산 정책을 강조하며 대출 문턱을 높였지만, 실제 규제 대상이 제한적이라는 평가 속에 금융위원회는 일단 논란에서 한발 비켜선 모습이다. 세 부담을 높이려다 거센 반발에 부딪혀 후퇴한 재정경제부와는 대조적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 1월 시행되는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보유 1주택자의 전세대출 보증 제한과 관련해 주요 은행 창구에 들어오는 차주 문의는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루라도 실거주한 이력이 있으면 전세대출을 이용할 수 있어 실제 영향을 받는 차주는 당초 예상보다 제한적일 것"이라며 "통상 만기 한두 달 전부터 연장 문의가 들어오는 만큼 아직 시행이 임박하지 않은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시장 반발이 크지 않은 데는 금융위가 규제 설계 단계부터 실수요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무게를 둔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금융위는 본인이나 배우자가 단 하루라도 실거주한 이력이 있다면 투기 목적이 아닌 '선의' 수요로 보고 원칙적으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금융위 추산에 따르면 서울의 비거주 1주택자는 약 80만~100만가구, 가구원까지 합치면 200만명 안팎이다. 다주택자가 아닌 1주택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규제 범위를 섣불리 넓혔다가는 상당수 실수요자까지 규제망에 포함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부담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세대출의 특성도 고려됐다. 만기 연장이 거절되면 차주는 당장 상환 자금을 마련하거나 새 거주지를 찾아야 한다. 금융당국이 불가피한 비거주 사유가 있는 경우 은행 여신심사위원회를 거쳐 신규 대출이나 만기 연장을 허용하도록 '안전판'을 둔 것도 예상치 못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금융위가 비거주 1주택자의 예외 사유를 일일이 열거하는 대신 규제 대상 자체를 좁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서 발표된 세제 개편안에서 재경부는 1년 이상 실거주를 기본으로 정하되 취학·직장 이동·부모 봉양 등 예외 사유를 나열했다. 비거주 1주택자를 원칙적으로 규제 대상에 두고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때 예외를 인정하는 방식이다. 금융위도 당초 이와 비슷한 방안을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실거주 이력이 전혀 없는 경우로 규제 대상을 한정했다. 재경부는 논란이 커지자 손주 돌봄과 자녀 교육 등을 비거주 예외 사유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세제와 대출 규제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세제 개편안은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에서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을 높이는 내용으로, 거주 여부와 실제 거주 기간 등이 세 부담과 공제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늘어나는 세금은 납세자가 즉각 체감하는 반면 대출 규제는 적용 대상 범위 자체가 상대적으로 좁다는 점도 시장 반응이 엇갈린 배경이다. 그럼에도 금융위가 실수요자 피해 가능성을 고려해 실거주 인정 기준을 폭넓게 둔 점은 당장의 반발을 줄인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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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역시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산 뒤 전세대출을 받아 다른 집에 거주하는 1주택자도 상당할 것"이라며 "내년 1월 규제 시행을 앞두고 연말부터 만기 연장 등의 문의가 본격화하면 투자와 투기 수요의 경계를 둘러싼 차주 불만이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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