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2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4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국민소득 잠정치에 따르면 명목 GDP는 1년 전보다 26.4% 늘었고, 실질 국민총소득(GNI)도 전 분기보다 3.1% 증가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우리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만들어낸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물론 명목 GDP가 늘었다고 경제 전체가 그만큼 성장했다는 뜻은 아니다. 2분기 실질 성장률은 0.6%였고 명목 증가분의 상당 부분은 가격 상승에서 나왔다. 다만 내수 물가보다 수출가격 상승의 영향이 컸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해외에 파는 제품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같은 생산으로 더 많은 소득을 얻은 셈이고, 이렇게 불어난 수출대금이 원화 강세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흐름이 이어지면서 2014년 3만달러를 넘어선 뒤 10년 넘게 제자리걸음을 했던 1인당 국민소득 역시 올해 4만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커졌다.

문제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얼마나 지속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지금의 4만달러가 일회성 사건으로 그칠지, 새로운 성장 단계로 이어질지는 이 소득을 어떻게 쓰느냐에 달렸다. 임금과 성과급으로 당장의 몫을 키우는 데만 골몰하는 노동계의 요구나, 표를 의식해 이를 부추기는 정치권의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 기업은 수익을 생산성과 기술력을 높이는 데 재투자하고, 정부도 국내에서 새로운 사업과 설비 확충이 원활하게 이뤄질 환경을 갖춰야 한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첨단 제조업은 물론 이를 뒷받침할 전력망과 연구개발 인력에도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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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는 충분히 자축할 만한 성과이지만, 거기서 걸음을 멈추면 반짝 정점을 찍고 제자리로 돌아가는 과거 사례를 답습할 뿐이다. 지금 확보한 여력을 다음 세대의 산업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갈 때, 반도체 호황은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

논설실 colum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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