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 9.39초 주파, 중국 로봇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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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탄환' 우사인 볼트를 제친 로봇이 등장했다. 지난달 22일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대회에서 '톈궁 울트라'는 100m를 9.39초 만에 주파했다. 세계기록을 0.19초 앞당긴 수치다. 이날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는 주요 뉴스로 이 내용을 다뤘다. 중국의 로봇 굴기에 대한 두려움도 함께 실었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위챗을 뜨겁게 달군 영상은 따로 있었다. 이 경기에 나선 로봇들이 결승선을 넘어선 뒤의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레이스를 마친 로봇들은 안전벽을 들이받고서야 멈춰 섰다. 정지했다기보다는 안전벽에 부딪혀 박살 났다고 하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인다. 인간보다 빨리 달릴 수는 있어도 멈출 수는 없었다. 이 로봇들 외에도 높이뛰기를 하다가 곤두박질치거나, 과업 수행 중 발작을 일으키는 등의 다양한 오작동을 담은 영상도 인기를 끌었다.

이 영상들은 단발성 성과를 쥐어짜기 위한 과시형 개발의 기형적 결과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로봇 기술 개발을 위해 전폭적인 보조금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방 정부에서는 이를 유치하기 위해 단기 성과 확보에 급급한 상황이다.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의 로봇 육성 기조에 따라 로봇 구매·도입 보조금을 지급하는 지방정부(도시 기준)는 2014년 제조업 밀집 도시인 2곳에 불과했다. 그런데 9년 만에 93곳(전체 293개 지방의 약 32%)으로 급증했다.


과시형 개발 전략이 반드시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중국은 로봇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훌륭한 제반 여건을 갖추고 있다. 중국은 구동 모터 핵심 자재인 희토류의 경우 세계 생산량 약 60%를,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의 경우 약 70%를 점유하고 있다. 노동집약형 사업으로 G2 지위까지 올라선 중국의 산업 현장은 로봇의 최고 수요처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비슷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짝퉁 차' 제조사라는 괄시를 받던 중국업체들이 일본을 제치고 글로벌 1위 자동차 수출업체로 성장한 사례나, '대륙의 실수'라는 별칭을 얻었던 중국산 전자제품들이 프리미엄 시장을 선점하는 일들을 심심치 않게 접하고 있다.


그러나 트랙 위의 속도 경쟁이 로봇 시대로 진입하는 열쇠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예측 불가능한 인간의 생활 환경 속에서 보다 안전하게 인간을 도울 수 있는 로봇이 그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크다. 로봇 개발의 방향은 정밀 제어나 안전성 같은 내실에 집중하는 쪽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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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9초 주파의 기록은 중국 로봇 신기술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그런데 그 일면은 '최고 속도' '모터 출력' 등 눈에 보이는 스펙의 민낯일지도 모른다. 코웃음 칠 일만도 아니다. 한국의 로봇 산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 대목이다.


황준호 국제부장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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