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트 인 아메리카' 에밀리 와틀링턴 수석편집자 인터뷰
"한국미술, 기술·전통의 고정관념 넘어 더 복잡한 역사와 미래 보여줘"
"한 번의 히트보다 작업의 변화가 중요…실패와 실험의 시간도 지원해야"

"비평적 담론은 언제나 시장의 광적인 속도보다 느리게 발전하죠. 하지만 그건 좋은 일입니다."
에밀리 와틀링턴 미국 미술전문지 ‘아트 인 아메리카’ 수석편집자가 ‘2026 다이브 인투 코리안 아트’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국내 작가 김무영 작업실을 방문한 뒤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와틀링턴은 한 번의 성공보다 여러 작업군을 거치며 변화하는 작가의 사고에 주목한다며, 실패와 실험의 시기를 지탱하는 지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에밀리 와틀링턴 미국 미술전문지 ‘아트 인 아메리카’ 수석편집자가 ‘2026 다이브 인투 코리안 아트’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국내 작가 김무영 작업실을 방문한 뒤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와틀링턴은 한 번의 성공보다 여러 작업군을 거치며 변화하는 작가의 사고에 주목한다며, 실패와 실험의 시기를 지탱하는 지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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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을 계기로 한국미술이 다시 국제 미술시장의 주목을 받은 지난주, 미국 미술전문지 '아트 인 아메리카(Art in America)'의 에밀리 와틀링턴 수석편집자에게 물었다. 서울의 높아진 가시성이 한국미술에 대한 더 깊은 비평적 관심으로도 이어지고 있는가. 그의 대답은 서두르지 말자는 쪽이었다. 아트페어는 미술기관들이 가장 좋은 전시를 내놓는 계기가 되지만, 비평은 시장의 속도를 따라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비평은 가장 좋은 순간에 더 깊은 질문에 관여하는 방식입니다. 지금의 열기가 가라앉고 좀 더 지속 가능한 무언가가 자리 잡으면서 어떤 질문들이 나타날지 지켜보고 싶습니다."

시장은 작품이 팔리는 순간을 기록한다. 비평은 그 작품이 왜 만들어졌고, 무엇을 바꾸었으며, 시간이 지난 뒤에도 왜 다시 볼 가치가 있는지를 묻는다. 두 영역의 시계가 같을 수는 없다. 와틀링턴의 답변에서 흥미로운 것은 한국미술의 시장적 성공을 폄하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비평적 성취와 혼동하지 않는 태도다. 많이 보인다는 사실과 충분히 이해되고 있다는 사실은 다르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와틀링턴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6일까지 진행된 '2026 다이브 인투 코리안 아트' 프로그램에 참여해 국내 작가들의 작업실과 미술기관을 찾았다. 현장에서 만난 와틀링턴에게 한국미술을 바라보는 국제 미술매체의 시선과 작가를 평가하는 기준을 물었다.

‘2026 다이브 인투 코리안 아트’에 참여한 해외 미술계 관계자들이 김무영 작가의 작업실에서 작품과 작업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오른쪽에 앉은 에밀리 와틀링턴 미국 미술전문지 ‘아트 인 아메리카’ 수석편집자는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 번의 성공보다 여러 작업군을 거치며 변화하는 작가의 사고에 주목한다며, 실패와 실험의 시기를 지탱하는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2026 다이브 인투 코리안 아트’에 참여한 해외 미술계 관계자들이 김무영 작가의 작업실에서 작품과 작업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오른쪽에 앉은 에밀리 와틀링턴 미국 미술전문지 ‘아트 인 아메리카’ 수석편집자는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 번의 성공보다 여러 작업군을 거치며 변화하는 작가의 사고에 주목한다며, 실패와 실험의 시기를 지탱하는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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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아니면 전통? 한국미술을 설명하는 두 개의 지름길

해외 미술매체는 한국미술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와틀링턴은 한국미술을 둘러싼 고정관념이 양극단으로 흐를 수 있다고 했다. 하나는 기술을 통해 동양을 이국적으로 바라보는 '테크노 오리엔탈리즘(techno-orientalism)', 다른 하나는 한국미술을 전통의 연장선에서 이해하려는 시각이다.

"한국미술에 대한 고정관념은 테크노 오리엔탈리즘이나 전통주의 쪽으로 기울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흥미로운 미술의 상당수는, 다른 모든 곳에서와 마찬가지로, 역사와 미래 모두와 훨씬 더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한국미술을 해외에 소개할 때 '첨단기술을 잘 다루는 나라의 예술'이나 '오랜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예술'이라는 설명은 익숙하다. 이해하기 쉽고, 홍보하기에도 편리하다. 문제는 그런 설명이 작품을 읽는 출발점이 아니라 결론이 될 때다. 기술을 사용하는 작가가 반드시 기술의 미래를 찬양하는 것은 아니며, 전통을 참조하는 작업이 반드시 전통의 계승을 목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다. 와틀링턴의 지적은 한국미술을 어느 한쪽으로 분류하기 전에, 작품이 역사와 미래를 어떻게 복잡하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는 주문으로 읽힌다.


이는 한국미술에 새로운 대표 이미지를 찾아주자는 이야기와도 다르다. '단색화 다음은 무엇인가', '백남준 이후의 기술미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유용할 수 있지만, 그 답을 또 하나의 간편한 표지로 만들어버린다면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와틀링턴이 관심을 두는 것은 어떤 유행이 한국미술을 대표할 것인가보다, 개별 작가의 작업이 어떤 질문을 만들어내고 있는가에 가깝다.


비평가가 기다리는 것은 '다음 히트작'이 아니다

국제 미술매체에서 한 작가를 다룰 만한 가치가 생기는 순간은 언제일까. 와틀링턴은 뜻밖에도 한 번의 강렬한 성공보다 여러 작업군을 거쳐온 시간을 이야기했다. "작가의 이야기를 전할 때, 서로 다르지만 대체로 연관된 작업군을 적어도 세 개 정도 만들어온 경우가 도움이 됩니다. 독자는 그 작가의 생각과 접근법이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지켜보는 데 흥미를 느끼죠."


세 개라는 숫자가 작가를 평가하는 공식이라는 뜻은 아니다. 한 작가가 하나의 성공적인 형식을 발견한 뒤 그것을 반복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다른 작업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수정하고 확장해왔는지 볼 수 있다는 의미다. 비평가에게 흥미로운 것은 완성된 이미지뿐 아니라 그 이미지에 이르기까지의 변화다.


그는 이어 창작의 불편한 현실을 이야기했다. 한 사람이 여러 차례 창조적 천재성을 발휘하는 일은 실제로 어렵고 드물다는 것이다. 성공과 성공 사이에는 실패와 실험, 평범한 결과물이 끼어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작가가 실험하는 시기를 지탱해주는 일이 중요합니다. 히트작과 히트작 사이에는 거의 언제나 수많은 실패나 평범한 순간들이 존재합니다."


이 대목에서 인터뷰의 시선은 미술시장에서 작가의 작업실로 옮겨간다. 시장은 이미 성공한 작품에 가격을 매기기 쉽다. 새로운 작업이 실패할 가능성까지 평가하고 기다리는 일은 훨씬 어렵다. 그러나 작가가 이전의 성공을 반복하지 않고 다른 질문을 시도할 수 있으려면 바로 그 시간이 필요하다. 와틀링턴이 말하는 지속적인 비평적 관심은 결국 작가가 변화할 수 있는 조건과 맞닿아 있다.

에밀리 와틀링턴 미국 미술전문지 ‘아트 인 아메리카’ 수석편집자가 ‘2026 다이브 인투 코리안 아트’ 프로그램에서 한국 현대미술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비평적 담론은 시장의 광적인 속도보다 느리게 발전하지만, 그것은 좋은 일”이라며 일시적 열기 이후에도 지속되는 비평적 관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에밀리 와틀링턴 미국 미술전문지 ‘아트 인 아메리카’ 수석편집자가 ‘2026 다이브 인투 코리안 아트’ 프로그램에서 한국 현대미술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비평적 담론은 시장의 광적인 속도보다 느리게 발전하지만, 그것은 좋은 일”이라며 일시적 열기 이후에도 지속되는 비평적 관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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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작가를 지원하지 않으면 미술계도 지속될 수 없다"

한국 방문을 마친 뒤 국제 미술계가 더 주목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묻자, 와틀링턴은 특정 작가나 작품 대신 도시의 지원 체계를 꼽았다.


"도시가 작가를 지원하지 않으면 미술계를 지속할 수 없습니다. 놀라울 만큼 자주 잊히는 사실이죠. 서울은 신진작가를 위한 탄탄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갖춘 것으로 보이고, 그것이 이 도시의 성공에 핵심적입니다."


그가 서울의 레지던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사실을 국내 작가 지원정책 전반에 대한 검증으로 확대할 수는 없다. 이번 방문에서 받은 인상에 따른 평가다. 그럼에도 이 답변은 앞선 두 질문과 연결된다. 비평이 시장보다 느리게 형성되고, 작가가 여러 작업군을 거치며 변화해야 한다면, 그 사이의 시간을 버틸 수 있게 하는 제도와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와틀링턴이 한국미술에 요구한 것은 더 빠른 성공도, 새로운 유행의 발견도 아니었다. 시장의 관심이 지나간 뒤에도 작품을 다시 읽을 수 있는 비평, 익숙한 국가적 이미지로 환원되지 않는 복잡한 작업, 실패를 거쳐 다음 작업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작가의 시간이었다. 한국미술의 국제적 존재감이 커진 지금, 그가 던진 질문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우리는 잘 팔리는 작가뿐 아니라, 아직 무엇이 될지 알 수 없는 작가의 시간도 지탱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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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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