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소위 '닥치고 공급' 해법은 지역적으로 어디까지 통할까. 서울에선 공급이 모자라 용산공원까지 택지로 쓸지 말지를 놓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옥신각신하고 있지만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의 충남 천안에선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수요보다 공급이 더 많이 몰리면서 집이 남아도는 미분양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천안은 서울 용산에서 불과 90㎞ 남짓 떨어져 있다.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이 지역을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신규 지정했다.
천안 지역에는 인근 아산까지 합쳐 100만명 가까운 인구가 거주하고 있지만 주인을 찾지 못한 세대가 지난 7월 말 기준 5000가구를 넘었다. 아산까지 합치면 7200가구를 웃돈다. 1000만명 인구인 서울의 미분양이 994가구, 300만명을 웃도는 부산에서 8300여가구가 남아도는 상황을 고려하면 지방 주요 도시의 미분양은 심각한 수준이다. 공급 부족은 그야말로 다른 나라 얘기다.
공급문제는 서울과 가까운 경기도 내에서도 온도 차가 있다. 화성 동탄, 용인에선 집값이 뛰고 있지만 이천은 최근 가까스로 미분양 관리지역에서 벗어났고 삼성반도체 캠퍼스를 품은 평택 역시 넘치는 아파트를 소화하느라 바쁘다.
미분양은 지역 경제에 심각하다. 인구가 빠져나가고 일자리가 줄어들면 집값이 떨어지고 다시 인구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된다. 특히 준공 후 미분양은 슬럼화까지 야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들 지역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정주여건 조성'에 관심이 많다. 학교, 병원 등 기반시설을 강화하고 기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늘려 전입 인구를 확대해 빈집을 줄이는 게 지상과제인 셈이다.
'공급 확대 vs 미분양 막기'라는 부동산 정서 차이는 관련 법을 다루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도 나타난다. 국토위 소속 30명 여야 의원들 가운데 지역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에 묶인 의원들은 모두 8명이다. 이 가운데 서울 등 수도권 주택공급 문제가 현안인 지역구 의원들은 5명 정도다. 지역구 표밭을 생각해야 하는 의원 입장에서 상임위의 주택공급 이슈는 체감이 낮을 수밖에 없다. 평택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유의동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은 정부 최대 현안인 수도권 주택 공급 문제를 묻자 "우리 지역 민심은 정주여건을 개선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상임위조차 관심사안이 다르니 서울 재건축 규제 완화, 그린벨트 해제를 놓고 정부와 해당 지자체가 다투는 건 지엽적일 수밖에 없다. 그만큼 전국적인 호응을 받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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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중반 지방 아파트가 주목받던 때가 있었다. 철강, 화학, 조선 등 산업이 살고 세종시 같은 지역균형발전 결과물이 나오자 광역시를 중심으로 집값이 탄력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의 우수한 정주여건을 단기간에 지방으로 전파하는 건 어렵다. 하지만 서울 주택공급 압력을 낮추기 위해선 지방 역시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수도권 일부의 고질적인 부동산 문제도 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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