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연 제작 '케이로스', 4개월만에 악수에서 춤으로 진화
류석현 기계연 원장 "내년 4월 완성본 V1.0 공개"
박찬훈 단장 "숨 가쁘게 달려왔지만 당장 30억원 지원 필요해"


무대에 서 있던 휴머노이드 로봇이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로봇은 두 팔을 번쩍 들어 관객에게 인사했다. 로봇은 익숙한 국민체조 음악이 나오자 팔을 좌우로 벌리고 무릎을 굽혔다 펴며 국민체조 동작을 따라 했다. 이어 다른 로봇은 K팝 댄스를 흉내 냈다. 마지막으로는 양손에 한삼을 끼우고 팔을 크게 휘두르며 우리 전통 탈춤에도 도전했다.


7일 서울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한국기계연구원의 '2026 글로벌 기계기술 포럼' 무대에서 한국형 AI 휴머노이드 '카이로스(KAIROS)'의 당찬 모습이 공개됐다. 기계연은 이날 V0.7 카이로스를 공개하고 보행과 자세 제어를 넘어 다양한 전신 동작을 선보였다.

한국기계연구원이 제작한 로봇 카이로스가 탈춤을 추고 있다. 사진=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한국기계연구원이 제작한 로봇 카이로스가 탈춤을 추고 있다. 사진=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직 사람이 추는 춤과 견줄 수준은 아니었다. K팝 댄스에서는 음악에 맞춰 팔과 다리를 움직이며 제법 안무를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지만 동작의 연결과 리듬은 다소 딱딱했다. 탈춤에서는 이런 차이가 더욱 두드러졌다. 한삼을 휘두르고 무릎을 굽히며 춤사위를 흉내 냈지만 사람 춤꾼의 유연한 몸놀림과 장단의 맛을 표현하기에는 갈 길이 남아 보였다. 특히 중국 로봇의 현란한 춤사위와는 격차가 커 보였다.

그래도 변화의 속도는 눈에 띄었다. 카이로스가 처음 대중 앞에 등장한 것은 지난 4월 기계연 창립 50주년 기념식이었다. 당시 V0.5였던 카이로스는 무대로 걸어 나와 손을 흔들고 사람과 악수하는 기본 동작을 선보였다. 기자도 카이로스와 직접 악수해 봤다.

한국기계연구원이 제작한 로봇 카이로스가 국민체조 음악에 맞춰 체조를 하고 있다. 사진=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한국기계연구원이 제작한 로봇 카이로스가 국민체조 음악에 맞춰 체조를 하고 있다. 사진=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원본보기 아이콘

손을 내밀고 잡는 것만으로 관심을 모았던 로봇이 불과 5개월여 만에 온몸을 이용해 체조와 춤을 따라하는 단계까지 올라온 것이다. 기계연도 첫 공개 이후 보행과 자세 제어, 전신 움직임을 지속해서 고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석현 기계연 원장은 이날 "현재 카이로스는 버전 0.7"이라며 "내년 4월에는 버전 1.0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각·촉각 센서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이동·조작·상호작용하는 능력을 높여 제조 자동화와 재난 대응, 안전·국방, 가사·돌봄 등으로 활용 분야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카이로스가 무대에서 춤을 출 정도로 발전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당장 무대 위 몇 분간의 춤을 시연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이날 시연을 위해 카이로스 7대 모두가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왔지만, 준비한 로봇이 모두 시연에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하루 만에 무대를 만들고 시연을 성공적으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연구원들의 밤샘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점검과 준비 과정에서 일부 로봇은 결국 최종 시연에서 빠졌다. 연구실에서 움직이는 로봇을 관객 앞에서 정해진 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작동시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 장면이었다.

박찬훈 기계연 글로벌톱전략연구단장(왼쪽 네번째)이 카이로스 연구진과 함께 무대에 올라 앞으로도 3000억원의 연구자금이 필요하다고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사진=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박찬훈 기계연 글로벌톱전략연구단장(왼쪽 네번째)이 카이로스 연구진과 함께 무대에 올라 앞으로도 3000억원의 연구자금이 필요하다고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사진=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원본보기 아이콘

더 큰 문제는 연구 재원이다. 기계연구원이 로봇 학습을 위해 원내에 마련한 데이터팩토리에는 25대의 로봇이 설치된다. 이 정도로는 중국의 공격적인 학습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중국 로봇업체들은 수천 대의 로봇을 설치하고 인간의 행동을 따라 하는 학습을 하고 있다.

AD

카이로스 개발과 시연을 주도한 박찬훈 기계연 글로벌톱전략연구단장은 "정말 어렵게 여기까지 왔다. 지금도 숨 가쁘게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연구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추가적인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며 "30억원 정도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고 정부와 의원들에게 요청했다. 현재의 예산으로는 탈춤까지가 한계라는 의미이다.


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cinqang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