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고 나서 수습해서는 늦다
실손이 5세대까지 온 이유
사후 적발보다 중요한 첫 설계

[기자수첩]사후약방문 그만…보험 설계부터 빈틈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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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을 만들 때부터 악용 가능성까지 충분히 따져야죠. 나중에 문제가 터진 뒤에야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나 보험사기만 탓해서는 안 되죠."


최근 보험상품 과잉 이용문제를 취재하다 만난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사가 상품설계부터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놨다. 보장을 크게 설계해 일단 팔아놓고 예상하지 못했던 이용 행태가 나타나면 가입자를 탓하면서 문제를 수습하는 식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보험설계가 중요해진 건 국내 보험시장이 저성장 포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보험사들이 간병, 펫(애완동물), 기후보험 같은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나서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전에는 없던 보장이 늘어나는 것은 소비자에게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보장 경쟁부터 벌였다가는 비슷한 문제를 되풀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은 보장 수준에 따라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품이다. 실손보험의 역사가 이를 보여준다. 문제점이 드러날 때마다 보장 범위나 가입자 부담 등을 손질하면서 올해 5세대 상품까지 나왔다. 제도가 발전해온 과정으로 볼 수도 있지만 달리 보면 초기 상품에서 나타난 문제를 충분히 통제하지 못해 계속 보완해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미 판매한 보험은 뒤늦게 고치기도 어렵다. 예상보다 보험금이 많이 나간다는 이유만으로 약속한 보장을 마음대로 없앨 수는 없다. 시간이 지나 일부 가입자의 이용이 지나치게 늘면 보험금 지급과 손해율이 증가하고 보험료 인상 압력도 커진다. 궁극적으로 그 비용은 정상적으로 보험을 이용하는 가입자에게도 돌아갈 수 있다.


상품을 설계할 때부터 악용 가능성을 충분히 따져야 한다. 보장 수준이 필요 이상의 이용을 부추길 여지는 없는지, 보험금을 더 받기 위해 행동을 바꿀 유인이 생기는지, 보험금 지급 기준은 명확한지, 보험사가 실제 이용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영역까지 지나치게 다루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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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보장을 앞세운 상품으로 소비자의 눈길을 끌 수 있다. 하지만 처음에는 매력적으로 보였던 보장이 시간이 지나면 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상품의 빈틈을 고의로 파고드는 사례까지 나타나면 보험사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문제가 터진 뒤 대응하는 사후약방문이 아닌 상품 설계 단계부터 과잉 이용을 부추길 여지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정상적인 가입자의 보장은 지키면서도 악용 유인을 줄이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상품의 빈틈을 뒤늦게 찾아 메우는 것보다 처음부터 만들지 않는 편이 낫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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