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환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 사장 인터뷰
1월 리튬·칼륨·흑연 3건 제안받아
리튬은 MOU, 나머지 2건도 구조화 중
7월 美에너지부 4건·농무부 5건 추가

50년 가까이 우리 해외건설의 주력은 남이 그린 도면대로 지어주고 공사비를 받는 도급이었다. 발주처가 사업을 정하면 건설사는 최저가를 써내 경쟁했다. 1976년 중동 신화를 쓴 방식이지만 2015년 저가 출혈경쟁과 공사 지연 탓에 중동 현장에서 조 단위 적자를 냈던 뼈아픈 패착이기도 하다.


김복환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 사장이 서울 여의도 집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김복환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 사장이 서울 여의도 집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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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여의도 집무실에서 만난 김복환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사장은 "이 판은 끝났다"며 "노동생산성에 자본생산성을 붙여서 사업을 발굴하고 준공하고 운영해서 운영수익까지 계속 가져오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최근 한국에 투자개발형 사업을 잇달아 소개했다. 통상 투자개발형 사업은 검토해야 할 영문 계약서만 2000쪽이 넘고 타당성 조사를 거쳐 사업 방식을 확정하기까지 최대 2년이 걸린다. 우리 정부는 올해 1월 미 에너지부에서 3개 사업(리튬·붕소, 칼륨, 흑연)을 제안받았고, 이 가운데 리튬·붕소 플랜트는 반년 만에 양해각서(MOU) 체결까지 갔다. 그러자 미국은 지난 7월 에너지부 4건, 농무부 5건 등 9개 사업을 추가로 제안했다. 김 사장은 "올해 1월 제안받은 사업을 7월에 서명하자 미국이 속도에 놀랐다"며 "투자개발형 사업을 계속할수록 대한민국 해외건설의 체급은 올라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토교통부 산하 해외 투자개발사업 전담기관인 KIND는 민간이 감당하기 힘든 초기 비용과 위험을 짊어지고 해외 우량 사업을 기획하는 국내 유일 공공 디벨로퍼다. 사업 윗단에 정부 자금을 지분으로 꽂아 KIND가 직접 발주처 지위를 확보하고 우리 기업에 우량 일감을 쥐여주거나 공동 투자자로 이끈다. 설립 9년 차를 맞은 KIND는 그동안 40건의 사업을 성공시켰고 펀드를 포함한 누적 투자 실적은 25개국 약 100건이다. 지난달 국토부 주최 설명회에서 미국이 제안한 사업들을 국내 기업 40여곳에 1차로 공개한 곳도 직접 판을 깐 KIND였다. 김 사장은 두 손을 위아래로 벌려 층을 만들며 말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주로 있던 자리가 여기(단순 시공)입니다. 이제 이 위(사업주·투자자)로 올라가야 해요." 다음은 일문일답.

김복환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 사장이 서울 여의도 집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김복환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 사장이 서울 여의도 집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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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프라 시장 진출이 유독 까다롭다고 들었다.

▲기본적으로 시장 장벽이 매우 높다. 주마다 건설 면허나 등록 제도가 엄격하고, 면허를 갖췄더라도 미국 현지 '트랙 레코드(수주 실적)'가 없으면 사실상 사업을 따내기 힘들다. 노동법이나 환경법 같은 규제도 강하다.


-그런 높은 장벽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가 먼저 사업을 제안해 온 배경이 궁금하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다른 나라 장관이 한국에 왔다고 우리 정부가 국내 민자사업을 '이거 한번 해보세요' 하고 쥐여주겠나. 쉽지 않은 일이다. 미국이 우리에게 먼저 우량 사업을 소개하고 밥상을 차려보라고 한 건 양국 정부 간 끈끈한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미국은 핵심 광물 등 공급망을 다변화하기 위해 동맹국 자본의 전략적 참여를 원한다. 심지어 총사업비의 절반을 미국 정부 기금이 초저금리로 대출해 준다. 리튬·붕소 플랜트 사업 규모가 20억달러인데 미 에너지부 기금이 절반인 10억달러를 대출로 넣었다. 금리가 SOFR(미국 무위험 지표금리)에 35~40bp(0.35~0.4%포인트)를 더한 수준이다. 우리 한국수출입은행이 250~300bp를 붙이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저리다. SOFR가 4%대이니 수은으로 빌리면 7%가 넘는데 이 사업은 4%대다. 사업이 어그러지면 미국 정부 역시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된다. 우리만 위험을 떠안는 게 아니라 미국 정부와 KIND가 안전판을 함께 쥐고 들어가기 때문에 사실상 실패하기 어려운 판이다.


-해외에서 민자·외자 사업이 늘어나는 이유는.

▲재정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중동 정부도 자국에 써야 할 돈이 많다. 도로나 항만, 공항 같은 대형 인프라를 정부 재정으로만 지으려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 자본을 끌어들인다. 민간 사업자가 자기 돈을 들여 시설을 짓고, 정부는 대신 20~30년 동안 운영할 권리를 준다. 공항 같은 경우에는 운영 수익의 일부를 정부가 받기도 한다. 정부 입장에서는 초기 재정 부담을 줄이면서 필요한 인프라를 확보할 수 있으니 이런 사업을 늘리는 것이다.


-투자개발형 사업은 기존 도급과 어떻게 다른가.

▲투자개발형 사업에서 시공은 맨 아랫단에 속한다. 사업을 발주하는 주체는 SPC라는 특수목적회사다. 그 위에 지분을 출자하는 주주가 있고, 옆에 돈을 빌려주는 대주단도 참여한다. 지분과 대출 비율은 대개 2대8 또는 3대7이다. KIND는 주주 자리에 들어간다.


-주주로 들어가면 무엇이 달라지나.

▲이사회는 주주 대표가 참석한다. 지분 비율만큼 의결권을 갖는다. 사업을 짜는 단계에서 얘기한다. 우리 기업을 데려가자, 아니면 우리는 안 들어간다고 한다. 전부 시공일 필요도 없다. 설계만 해도 되고 기자재만 납품해도 된다. 운영을 맡아도 된다.


김복환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 사장이 서울 여의도 집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김복환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 사장이 서울 여의도 집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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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부동산 개발업계는 이 시장에 못 들어오나.

▲국내 디벨로퍼들도 지분을 넣고 사업주로 참여하면 된다. 얼마 전 김한모 한국디벨로퍼협회장(HM그룹 회장)을 만났다. 이미 미국에서 개발사업을 하고 있길래 제가 "아니, 왜 혼자 미국에 가셨느냐. KIND랑 같이 가지 그러셨느냐"고 했다. 우리와 같이 갔으면 KIND도 지분을 넣고 위험을 나눌 수 있다. 우리는 신용등급이 트리플A이고 아시아개발은행(ADB), 국제금융공사(IFC), 수출입은행 등과 여러 사업을 해봐서 자금 조달이나 영문 계약, 현지 금융기관과의 협상에도 익숙하다. 김 회장도 협회장에 취임하면서 해외 진출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부동산뿐 아니라 에너지·발전 분야로 투자 영역을 넓히는 데 관심이 있다. 해외 대규모 도시개발도 처음부터 사업 전체를 맡기 어렵다면 필지별로 나눠 개발할 때 지분 투자자로 들어올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하나씩 같이 해보자고 했더니 좋다고 하시더라.


-KIND는 앞으로도 계속 정부 출자에 의존해야 하나.

▲그렇지 않다. 지금은 투자한 돈보다 들어오는 돈이 적은 과도기다. 투자개발사업은 초반엔 대규모 투자자금이 필요하지만 통상 5~7년이 지나면 영업이익이 손익분기점을 넘고, 10년이 되면 본격적으로 현금이 쌓이기 시작한다. 초기에는 대출 상환 탓에 수입이 더디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충분히 자립할 수 있다. 단순 도급 사업 수익률이 3~5%에 그치는 반면 투자개발형은 10~20%, 도시개발은 20%까지 나온다. KIND가 마중물을 부어 대형 사업의 주도권을 잡으면, 일단 궤도에 오른 사업들이 자체 재원을 창출해 스스로 굴러가는 자립적 생태계를 만든다. 국부를 창출하는 확실한 생산적 투자다.


-투자개발형 사업이 늘어나면 해외에서 우리 정부 위상도 달라질까.

▲달라진다. 옛날에는 장관이 해외에 나가면 '우리 기업이 이거 수주하려니 좀 도와달라'고 사정해야 했다. 우리는 발주처에 부탁하는 입장이었다. 이제는 '여기 투자 필요한 사업이 있느냐. KIND가 돈을 넣겠다'며 투자자로 당당하게 들어간다. 아쉬운 소리 하는 하청업체가 아니라 사업의 주인을 꿰차는 쪽으로 대한민국 해외건설의 체급이 올라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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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명(58) ▲구로고 ▲성균관대 경제학과 ▲행정고시 38회 ▲영국 리즈대 지리정보(GIS) 석·박사 ▲외교부 주 아랍에미리트(UAE) 대사관 국토교통관 ▲행복청 도시계획국장 ▲국토부 철도안전정책관 ▲국토부 도시정책관 ▲국토부 혁신도시발전추진단 부단장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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