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너머]혼인지원금에 1663억…취약층 지원은 지자체 부담 늘려
내년도 성평등부 예산 역대 최대지만
안전·인권 예산 국비는 1800억 줄여
지자체는 재정난 호소…현장 혼선 우려
내년도 성평등가족부 예산안은 올해 본예산보다 1104억원(5.5%) 증가한 2조1191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그러나 증가분 대부분이 신규 사업인 '혼인지원금'에 집중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내년 혼인신고를 한 부부 한 쌍당 100만원을 지급하는 이 사업에만 1663억원이 새롭게 편성돼 사실상 예산 증가분을 독식했다는 지적이다.
대중의 호응을 얻기 쉬운 보편적 현금성 지원은 크게 늘린 반면 성폭력·교제폭력·가정폭력·성매매 피해자와 이주여성 등 안전·인권 분야의 '핀셋 지원'은 지방정부로 부담을 넘기면서 현장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성평등부는 지방자치단체와 재원을 분담하는 매칭 사업의 국고보조율을 내년부터 대폭 낮춘다. 서울은 50%에서 30%로, 서울 외 지자체는 70%에서 50%로 줄어든다. 이를 통해 절감하는 국비는 약 1800억원에 달한다.
보조율이 삭감된 사업은 아이돌봄을 비롯해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피해자 지원, 이주여성 보호 등 젠더폭력 피해자와 사회적 약자를 위한 핵심 분야다. 성평등부는 "지방정부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여성을 겨냥한 강력범죄가 연일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는 상황에서 국가 책임을 축소하는 방식이 적절한지 의문이 제기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국고보조율 조정 통보를 받고 반대 의견을 제출했지만 별다른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국가가 만든 사업을 지방에 떠넘기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재정 배분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 관계자도 "성평등가족부가 5개 세부사업, 18개 내역사업의 국고보조율을 일괄적으로 70%에서 50%로 낮추라는 요구를 했다"며 "여러 사업의 보조율을 동시에 조정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국가 주도로 시작된 공공생리대 지원 사업도 지자체 부담이 커진다. 올해는 국비 100%로 시범사업을 진행했지만 내년부터는 전국 기초지자체를 대상으로 국비 30~50%만 지원하는 매칭 방식으로 전환된다.
지방정부의 재원이 추가로 확충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충분한 협의 없이 사전 통보식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면 현장에서 혼선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지역별 재정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일괄적 국고보조금 삭감은 결국 국민에게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특히 안전·인권 분야 종사자들의 처우가 열악해 수도권을 벗어나면 인력 확보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한국 오니 月330만원 그냥 벌더라"…외국인 유학...
소득이나 연령과 관계없이 지급되는 현금성 복지 사업의 실효성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정부 주도의 사회복지 국고보조사업이 계속 확대되는 만큼 예산이 적재적소에 쓰이고 꼭 필요한 대상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사업 구조를 재정비하는 노력이 먼저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